성심원 75

산청성심원-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

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봄이 익어가는 3월 11일 오후 2시, 성심원 강당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마실 가듯 경로당에서 자리를 옮겨온 어르신들이 뜨락에 핀 봄나물을 발견하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한잔을 함께할 동반자인 김태근 시인·낭송가입니다. 이날은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과 산청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이 함께하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 첫 시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성심원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시 낭송은 산청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평생학습 실현을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운영하는 상반기 평생학습과 별밤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세대를 위해 찾아가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강좌를..

경남이야기 2025.03.16

체온 나누고 더하다

봄이 일어선다는 절기, 입춘(立春)이 지나도 찬바람이 우리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11일 오늘 산청 장날(1일, 6일)을 맞아 아침 9시, 제가 일하는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원내 미니버스에 열두 명의 어르신이 탑승해 장을 보러 가셨습니다.산청장을 둘러보면서 손에 봉다리를 하나씩 들고 타십니다. 찬바람에 손들이 차갑습니다. 그럼에도 시린 손에 자신의 손을 내민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체온으로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성심원은 그래서 따뜻합니다.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에서 체온처럼 따스한, 고향처럼 포근한 봄을 만났습니다. 겨울의 끝물에서 눈앞의 봄을 벅차게 맞이했습니다.지난해 공감 글처럼 ‘손 내미는 당신이 있어, 우리의 겨울은 희망입니다!’ #산청성심원 #성심원 #..

해찬솔일기 2025.02.11

디딤돌과 같은 ‘따로 또 같이’

“다녀오겠습니다.”“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오전 8시, 이◯◯샘은 오늘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성나자로병원으로 갑니다. 퇴원하시는 신◯◯· 오◯◯ 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잠시 뒤에는 최◯◯샘이 나섭니다.대구로 갑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최◯◯ 어르신과 간병하신 권◯◯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 아울러 대구피부과에 입원하신 고◯◯어르신이 요청하신 물컵 등을 챙겨 갑니다.저 역시 8시 45분. 산청으로 나가는 정기운행 스타렉스 차에 시동을 겁니다. 산청성심원 생활복지팀 가정사 파트는 아침에 3명이 출근해 가정사 1~3동을 라운딩하며 읍내 심부름을 받아왔습니다. 정년퇴직하는 이◯◯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문득 가정사 직원들은 디딤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냇물 위에는 크고 평평한 돌처럼,..

경남이야기 2024.12.20

짜장이 뭐라고요?

짜장이 뭐라고요? 12월 12일,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 한센 어르신들은 짜장과 짬뽕을 먹으러 산청읍 내를 다녀왔습니다. 기껏 짜장과 짬뽕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나들이인지 모릅니다. 고령의 한센 어르신들에게는 일상 속 사회 나들이가 여느 사람들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센인이라는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분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의 색안경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세월이 무상하더라고 고령과 장애로 한 걸음 두 걸음 떼기도 벅찹니다.여느 어르신들처럼 치매도 걱정스러운 산청 성심원 한센 어르신들은 올해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끝내고 올해도 저물어가는 끝자락에 겸사겸사 성심원 미니버스를 타고 읍내 나들이를 했습..

경남이야기 2024.12.15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들의 속삭임처럼~성심원 시립대 1기생 발표회

내딛는 곳마다 초록이 묻어납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연둣빛이 하나씩 고개를 내미는 4월 2일 “시 한잔하시겠어요?”라며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은 훅하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매주 1번씩 산청 성심원 강당에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을 시작해 6월 18일까지 12주의 과정을 끝내는 발표회를 했습니다.산청도서관(관장 오순희)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독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내 독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산청도서관은 산청성심원(원장 엄삼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4월 2일부터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프로그램을 6월 18일까지 진행했습니다.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산청성심원은 한센병에 관한 무지와 오해, 편견으로 사..

경남이야기 2024.06.23

“시 한잔하시겠어요?”

“시 한잔하시겠어요?” “바람이 구름을 데리고 와 눕는 날 / 국화 향기 닮은 시 한잔하시겠어요?//~별빛마저 뜨거운 시 한잔 시 한잔하시겠어요?//(김태근 시집 중에서)”그는 이렇게 훅하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사 월 이 일, 강당에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된 날,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은 시 한잔을 우리에게 청했습니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왔던 시낭송 프로그램도 이제는 훅하고 저만치 갑니다. 시 한잔에 취해서 우리는 우리를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 때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시로 일어선 시립대(時立大) 학생이 되었습니다. 성심원 시립대 1기생으로 거듭났습니다. 시작은 끝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 낭송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유월 십팔 일 강당에서 ‘성심..

경남이야기 2024.06.16

“시 한잔할 시간(詩間) 있으세요?”

지금 성심원은 초록초록합니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듯 마당에서 먼 산까지 하나의 물결, 푸른빛으로 덧칠 중인 초록 바다입니다. 유월 십팔 일 강당에서 ‘성심원 시립대(시로 일어나는 대학)’ 1기생 시 낭송 발표회가 있습니다. 시립대 1기생은 사 월 이 일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 문을 열어 열두 번째의 시간을 품었습니다. 시립대 1기생은 시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6월 18일, 성심원 강당에서 시 한잔할 시간(詩間)을 내어 주십사 간청합니다. 시립대 1기생들과 함께 초록의 표정을 가슴에 담아 시 읊는다면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 시인의 마을입니다.제13회 경상남도교육청 산청도서관 찾아가는 마음치유 시낭송 - 성심원 편, 성심원 시립대 1기생 발표회 안..

경남이야기 2024.06.12

성심원 시낭송10-“우리는 꿈꿉니다~”

“우리는 꿈꿉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아직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심원 시립대(시로 일어나는 대학) 1기생들이 그렇습니다.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열 번째 시간이 6월 4일, 강당에서 열렸습니다.이날은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와 김재진 시인의 토닥토닥>을 배우고 읊었습니다. “~꿈꾸는 자여~폭풍우 몰아쳐 해는 흔들려도 / 한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희망가>를 읊을 때는 고요한 햇살이 우리에게 쏟아지는 듯한 희망과 꿈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에게 토닥였습니다.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더운 여름이라며 부디 아프..

경남이야기 2024.06.09

눈으로 보는 음악회? 산청성심원 성심어울림축제

눈으로 보는 음악회가 있습니다. 6월 7일, 지리산종교연대 중창단이 산청 성심원 열 번째 성심어울림축제에서 한 말입니다. 한센인과 비한센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성심어울림축제 속으로 한번 들어가면 어떨까요? 왜 귀가 아닌 눈으로 노래를 보라는지…  7일은 가톨릭 전례에 예수성심대축일입니다. 이날은 성심원 개원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천주교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1959년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센인을 위해 산청에 보금자리를 만든 날입니다.  요양원 성당에서 유덕현(야고보) 아빠스(한국 천주교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연합회 회장)의 주례로 미사 전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은 부산경남지역 6개 가톨릭..

경남이야기 2024.06.08

성심원 음악회

150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태양 150개가 6월 6일 저녁 6시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떴습니다. 해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서녘으로 넘어갈 시간인데도 성심원 요양원 성당은 대구가톨릭합창단(단장 박진우)의 위로와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노래 선율을 타고 넘실거렸습니다.산청 성심원 개원 65주년을 맞아 ‘마을공동체 그리고 사람살이’를 주제로 열 번째 성심 어울림 축제 전야제의 막이  올랐습니다.우유빛 순백의 옷을 입고 성당으로 입장한 합창단은 ‘주여 인도하소서’ 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한 시간 삼십여 분의 시간 동안 성당을 감동의 물결로 출렁거리게 했습니다.‘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라는 노래가 울릴 때 성당 2층에는 헬멧을 쓴 장애인 곁에 손을 꼭 잡고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괜스레 우리와 다른 ..

경남이야기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