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원 79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성심어울림축제 마지막날

“평생 함께하겠습니다~”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다짐이 6월 7일, 작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고향 스페인의 부모님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지만,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로 멸시받았던 한센인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산청성심원 한센인과 약속을 지켰던 유 신부님의 팔순 잔치가 중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펼쳐졌습니다.팔순 잔치에 앞서 성심 어울림 축제는 마을공동체 비전 세미나로 6일,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축제 이튿날이자 마지막 날인 7일 대성당에서 산청성심원 설립 66주년 축하 미사가 천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님의 주례로 있었습니다.마을 맨 위쪽,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대성당으로 보행기에 의지해 올라가는 어르신이 보였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한 삶은 이제 일상입니다.어르신을 따라 성당에 들어서자..

경남이야기 2025.06.07

산청성심원-성심어울림축제 첫째날,“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6월 6일, 한센인과 중증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산청성심원에서 열린 마을공동체 비전 세미나에 참가한 마을경로회장의 말씀입니다. 산청 성심원에서 6일과 7일 이틀간 세상과 소통하고자 개최하는 '제11회 성심 어울림 축제'가 세미나로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오전 10시, 세미나가 열린 산청성심원 뜨락에 있는 화목한의원 2층 으로 향했습니다. 에 들어서면 갤러리에 들어선 기분입니다.벽면마다 그림들이 반갑게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긴장의 끈이 스르륵 풀어지는 기분입니다.찔레꽃 향내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지나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성심원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 이들로 공간은 가득했습니다.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경남이야기 2025.06.06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저만치 흔들거리는 초록빛 나무에서 우리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들의 노래가 울립니다. 연둣빛 나무를 지나온 바람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납니다. 성심원에 때아닌 바람이 붑니다. 4월 29일, 산청 성심원 강당에서 나를 찾아가는 시 낭송> 여덟 번째 시간이 시 낭송가이자 시인이 김태근 선생님을 모시고 열린 날, 우리는 모두 부채를 선물 받았습니다.무더운 여름에는 부채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부채를 선물하며 마음에 바람을 전합니다. 무더위 잘 견디라는 뜻도 있겠지만 나쁜 기운도 날려 버리라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이날은 모두가 좋아하는 시 구절을 부채에 옮겼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시에는 스스로에게 무더위 잘 견디자는 다짐과 함께 나쁜 기운도 날려 버..

경남이야기 2025.04.30

산청성심원-우리도 아이유, 박보검처럼 “폭삭 속았수다”

우리도 아이유, 박보검처럼 “폭삭 속았수다” – 산청 성심원 봄 소풍 설렘으로 여기서 '톡', 저기서 '톡'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입니다. 고양이 걸음처럼 슬며시 다가온 봄을 맞이하기 위해 부활절이 끝나고 4월 23일, 산청 성심원 어르신들은 드라마 의 촬영장인 전북 고창 청보리밭과 전남 영광으로 봄나들이를 떠났습니다.오전 8시. 관광버스 한 대가 가정사 3동 앞 예수상 앞에 섰습니다. 출발 시각을 1시간여 앞두고 일찍 나와 계셨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차에 오릅니다.엄삼용 원장께서 올라와 배웅합니다.유의배 신부님의 기도와 함께 설렘 안고 떠납니다. 이번 성심원 봄 소풍은 전북 고창 청보리밭을 거쳐서 영광 법성포에서 굴비 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영광성당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

경남이야기 2025.04.28

산청성심원-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

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봄이 익어가는 3월 11일 오후 2시, 성심원 강당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마실 가듯 경로당에서 자리를 옮겨온 어르신들이 뜨락에 핀 봄나물을 발견하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한잔을 함께할 동반자인 김태근 시인·낭송가입니다. 이날은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과 산청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이 함께하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 첫 시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성심원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시 낭송은 산청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평생학습 실현을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운영하는 상반기 평생학습과 별밤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세대를 위해 찾아가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강좌를..

경남이야기 2025.03.16

체온 나누고 더하다

봄이 일어선다는 절기, 입춘(立春)이 지나도 찬바람이 우리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11일 오늘 산청 장날(1일, 6일)을 맞아 아침 9시, 제가 일하는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원내 미니버스에 열두 명의 어르신이 탑승해 장을 보러 가셨습니다.산청장을 둘러보면서 손에 봉다리를 하나씩 들고 타십니다. 찬바람에 손들이 차갑습니다. 그럼에도 시린 손에 자신의 손을 내민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체온으로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성심원은 그래서 따뜻합니다.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에서 체온처럼 따스한, 고향처럼 포근한 봄을 만났습니다. 겨울의 끝물에서 눈앞의 봄을 벅차게 맞이했습니다.지난해 공감 글처럼 ‘손 내미는 당신이 있어, 우리의 겨울은 희망입니다!’ #산청성심원 #성심원 #..

해찬솔일기 2025.02.11

디딤돌과 같은 ‘따로 또 같이’

“다녀오겠습니다.”“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오전 8시, 이◯◯샘은 오늘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성나자로병원으로 갑니다. 퇴원하시는 신◯◯· 오◯◯ 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잠시 뒤에는 최◯◯샘이 나섭니다.대구로 갑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최◯◯ 어르신과 간병하신 권◯◯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 아울러 대구피부과에 입원하신 고◯◯어르신이 요청하신 물컵 등을 챙겨 갑니다.저 역시 8시 45분. 산청으로 나가는 정기운행 스타렉스 차에 시동을 겁니다. 산청성심원 생활복지팀 가정사 파트는 아침에 3명이 출근해 가정사 1~3동을 라운딩하며 읍내 심부름을 받아왔습니다. 정년퇴직하는 이◯◯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문득 가정사 직원들은 디딤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냇물 위에는 크고 평평한 돌처럼,..

경남이야기 2024.12.20

짜장이 뭐라고요?

짜장이 뭐라고요? 12월 12일,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 한센 어르신들은 짜장과 짬뽕을 먹으러 산청읍 내를 다녀왔습니다. 기껏 짜장과 짬뽕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나들이인지 모릅니다. 고령의 한센 어르신들에게는 일상 속 사회 나들이가 여느 사람들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센인이라는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분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의 색안경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세월이 무상하더라고 고령과 장애로 한 걸음 두 걸음 떼기도 벅찹니다.여느 어르신들처럼 치매도 걱정스러운 산청 성심원 한센 어르신들은 올해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끝내고 올해도 저물어가는 끝자락에 겸사겸사 성심원 미니버스를 타고 읍내 나들이를 했습..

경남이야기 2024.12.15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들의 속삭임처럼~성심원 시립대 1기생 발표회

내딛는 곳마다 초록이 묻어납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연둣빛이 하나씩 고개를 내미는 4월 2일 “시 한잔하시겠어요?”라며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은 훅하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매주 1번씩 산청 성심원 강당에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을 시작해 6월 18일까지 12주의 과정을 끝내는 발표회를 했습니다.산청도서관(관장 오순희)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독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내 독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산청도서관은 산청성심원(원장 엄삼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4월 2일부터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프로그램을 6월 18일까지 진행했습니다.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산청성심원은 한센병에 관한 무지와 오해, 편견으로 사..

경남이야기 2024.06.23

“시 한잔하시겠어요?”

“시 한잔하시겠어요?” “바람이 구름을 데리고 와 눕는 날 / 국화 향기 닮은 시 한잔하시겠어요?//~별빛마저 뜨거운 시 한잔 시 한잔하시겠어요?//(김태근 시집 중에서)”그는 이렇게 훅하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사 월 이 일, 강당에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된 날,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은 시 한잔을 우리에게 청했습니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왔던 시낭송 프로그램도 이제는 훅하고 저만치 갑니다. 시 한잔에 취해서 우리는 우리를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 때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시로 일어선 시립대(時立大) 학생이 되었습니다. 성심원 시립대 1기생으로 거듭났습니다. 시작은 끝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 낭송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유월 십팔 일 강당에서 ‘성심..

경남이야기 20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