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1003

바람난 가족, 즐겁게 바람 맞다-거제 바람의 언덕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모처럼의 삼일절 연휴를 맞아 서울로 가족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연휴 내내 비와 눈이 예보되면서 위약금을 물고 예약을 취소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고 둘째가 거제 ‘바람의 언덕’을 가보자 제안했다. 바람을 맞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었다. 3월2일, 느직하니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거제로 출발했다. 하늘은 우중충하지만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햇살도 보여줬다. 괜스레 예약을 취소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통영-대전고속도로 끝자락인 통영나들목을 나와 견내량을 가로지른 거제대교를 건넜다. 거제에 들어섰다. 하늘은 회색빛을 더했다. 거제를 가로질러 남으로 남으로 내달렸다.거제 학동해수욕장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꼬불꼬불 산자락을 내려가면서 거제 바다가 당당..

경남이야기 12:09:38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시계탑 오거리

이곳에서는 길을 잃고 싶다-통영시계탑 오거리  통영은 바다와 맞닿았습니다. 통영항은 드나드는 배들로 언제나 분주합니다.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서호시장이 가까이 있는 시계탑이 있는 오거리(중앙동 오거리, 옛 항남동 오거리) 를 동네 마실 가듯 거닐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통영 도심은 주차가 쉽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시계탑이 있는 옛 도심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많습니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바다를 닮은 하늘이 푸른빛으로 더욱 빛나는 날 해방다리 1길 무렵에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곳곳에 쉬어가기 좋은 작은 쉼터들이 오가는 이들에게 쉬어가라 유혹입니다. 더구나 잠깐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발 아래 각종 동판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전국 각지 학교..

경남이야기 2025.02.19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미래사 편백숲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 좋은 미래사와 편백숲  해가 바뀌었습니다. 시작은 끝을 이어서 나옵니다. 새로운 시작하기 좋은 곳이 통영 미래사와 편백숲입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세상은 어수선합니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에 평화를 위해 미래사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갑니다. 통영 도심을 지나 미륵로를 향하면 자맥질하는 듯 풍광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미륵산으로 올라가는 굽이굽이 길은 우리 인생길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들어서면 더욱 울창한 숲의 맑은 기운이 속세에 찌든 우리의 묵은내를 날려버립니다.  ▣ 미래사- 주소 :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길 192- 1951년 구산 스님이 석두·효봉스님의 안거를 위해 토굴을 지었다가 1954년 법당으로 모습을 갖췄다. 십자팔작누각의 종각이 있고 3층 석탑에..

경남이야기 2025.01.28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삼칭이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힘을 주다 - 통영 삼칭이길  해가 바뀌고 괜스레 마음이 바빠집니다. 머리는 복잡한데 새해를 맞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파도가 친구가 되어 주는 통영 삼칭이길을 걸으면서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다시 처음으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삼칭이길은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이었던 4km의 해안도로입니다. 도남관광단지의금호 통영 마리나리조트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영운리 마을 사이에 있는 바닷길입니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찾은 날은 영운리 마을에서 시작했습니다. 삼칭이길에 있는 한산마리나호텔 근처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바다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호텔 사이를 지나면 걷기 좋은 해안 길이 산책로가 되어 우리를 맞이합니다. 해를 가슴에 담습니다...

경남이야기 2025.01.27

디딤돌과 같은 ‘따로 또 같이’

“다녀오겠습니다.”“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오전 8시, 이◯◯샘은 오늘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성나자로병원으로 갑니다. 퇴원하시는 신◯◯· 오◯◯ 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잠시 뒤에는 최◯◯샘이 나섭니다.대구로 갑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최◯◯ 어르신과 간병하신 권◯◯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 아울러 대구피부과에 입원하신 고◯◯어르신이 요청하신 물컵 등을 챙겨 갑니다.저 역시 8시 45분. 산청으로 나가는 정기운행 스타렉스 차에 시동을 겁니다. 산청성심원 생활복지팀 가정사 파트는 아침에 3명이 출근해 가정사 1~3동을 라운딩하며 읍내 심부름을 받아왔습니다. 정년퇴직하는 이◯◯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문득 가정사 직원들은 디딤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냇물 위에는 크고 평평한 돌처럼,..

경남이야기 2024.12.20

짜장이 뭐라고요?

짜장이 뭐라고요? 12월 12일,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 한센 어르신들은 짜장과 짬뽕을 먹으러 산청읍 내를 다녀왔습니다. 기껏 짜장과 짬뽕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나들이인지 모릅니다. 고령의 한센 어르신들에게는 일상 속 사회 나들이가 여느 사람들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센인이라는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분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의 색안경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세월이 무상하더라고 고령과 장애로 한 걸음 두 걸음 떼기도 벅찹니다.여느 어르신들처럼 치매도 걱정스러운 산청 성심원 한센 어르신들은 올해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끝내고 올해도 저물어가는 끝자락에 겸사겸사 성심원 미니버스를 타고 읍내 나들이를 했습..

경남이야기 2024.12.15

창원 가볼만한 곳 - 진해함 전시체험관

군함을 실제로 타보는 즐거운 체험, 진해함전시체험관 TV에서나 보던 군함을 탈 기회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30년 넘게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고 퇴역한 진해함이 창원해양공원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실제 군함을 타보기 위해 창원해양공원을 찾았습니다.  명동항에서 다리를 건너 창원해양공원으로 들어가면 왼편으로 진해함 전시체험관이 있습니다. 해전사 체험관 옆에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진해함 선수(船首)와 이어져 있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고 퇴역한 진해함의 품으로 향하니 묘한 긴장과 설렘이 생깁니다.  길이 88m, 무게 천 t의 초계함인 진해함은 1988년 우리나라 기술로 건조되었습니다. 초계함이란 적의 공격에 대비해 연안 해상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중형 함정을..

경남이야기 2024.12.07

창원 해넘이 명소-수도마을

올해도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일몰 선물-창원 수도마을 벌써 12월입니다. 올해도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해넘이를 바라보며 묵은 감정을 덜어내고자 12월 3일, 찾은 곳이 창원 진해구 수도마을입니다.  수도마을은 창원해양공원에서 삼포 가는 길을 따라가다, 삼포마을 지나 해안 길을 따라 나옵니다. 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공사로 분주한 현장 곁을 지나면 한적한 웅천만이 나옵니다. 윗꼬지섬과 아랫꼬지섬을 이어 메운 땅을 지나면 바다에 돌출한 수도마을이 나옵니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해넘이까지 1시간여 시간이 남았습니다.   수도항은 공영 무료 주차장을 비롯해 차를 세우기 좋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마을에는 이탈리아 음식점과 대형 카페도 있어 이곳에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셔도..

경남이야기 2024.12.06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해평열녀사당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자 했던 - 통영 해평열녀사당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자 했던 여인이 있습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이야기 또는 조선 유교 사회가 만든 이데올로기의 상징과도 같은 흔적을 찾아, 통영 으로 향했습니다.  해평 열녀 사당>은 통영 도심을 지나 충무교를 건너 산양도 용화산 자락 아래 바닷가에 이르면 만날 수 있습니다. 통영항이 보이는 봉평동 김춘수 유품전시관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김춘수 유품전시관> 한쪽 벽면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벽면에 쓰여 있습니다.   전시관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시멘트 담장 사이로 정려각이 보입니다.   비각에는 ‘고(故) 해평(海坪..

경남이야기 2024.12.04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전기불터

건달불을 만나다-통영 전기불터  ‘도깨비불’, ‘물불’, ‘건달불’1887년 경복궁(景福宮) 건청궁(乾淸宮)에서 대낮같이 밝은 이 불을 처음 본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점등은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개발한 지 불과 8년만입니다. 우리 통영에도 전깃불 터가 있습니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과 김춘수의 시 '명정리(明井里)'가 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명정골, 골목에 있습니다.  서포루가 가까이에서 보이는 명정 마루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예전에는 술을 만들었던 공장의 굴뚝만 우뚝 솟아 오는 이들을 반깁니다. 물이 흘러내리는 고랑에서 가죽을 많이 씻었다는 가죽 고랑 길 새 도로 주소 명이 우리를 앞서서 안내합니다.  가죽 고랑 길은 또한 음악가 윤이상과 함께하는 길..

경남이야기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