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1012

어디로 가도 좋은 중심지-통영 병선마당

어디로 가도 좋은 중심지-통영 병선마당  통영은 볼거리가 많습니다. 특히나 조명빛이 은은하게 흩뿌려지는 통영 앞바다를 거니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야경도 어디로 가도 좋지만, 중심을 잡고 시작하면 더욱 좋습니다. 한산대첩 병선 마당을 중심으로 하고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는 통영의 밤거리를 다녀도 좋습니다.  해가 서녘으로 저물기 전 한산대첩 광장(병선마당)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위로 올라오자 시원하고 달곰한 통영 바닷바람이 먼저 반갑게 뺨을 어루만집니다.  바닷바람과 인사를 건네고 한산대첩 병선 마당에 있는 판옥선과 거북선이 올려진 2개의 기둥과 8개의 대형 병풍석을 찬찬히 둘러봅니다. 판옥선에 탄 조선 수군들이 일본군을 향해 총통과 활을 쏘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격군들의 노를 젓는..

경남이야기 2025.04.06

4명의 어진 선비를 찾아서-고성 갈천서원 봄철 제례

4명의 어진 선비를 찾아서-고성 갈천서원 봄철 제례 봄이되 봄이 아닌 듯 심란한 요즘입니다. 산청과 의성에서 일어난 산불 등으로 봄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지러움 속에서도 어진 선비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떠올리며 고성 갈천서원(葛川書院)을 찾았습니다.  문정공 행촌 이암 선생과 문열공 도촌 이교 선생, 묵재 노필 선생, 관포 어득강 선생을 모신 갈천서원 봄철 제례는 매년 음력 3월과 9월 상정일(上丁日)에 올리고 있습니다. 제례 시각보다 일찍 들렀습니다. 시간이 넉넉한 덕분에 찬찬히 서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서원으로 가려면 작은 개울을 지나야 합니다. 갈천교를 건넜습니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괜스레 마음가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서원 앞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에는 시..

경남이야기 2025.04.02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은 아직 멀었지만-고성 벚꽃 십 리 길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왔습니다. 다가온 봄을 보러 고성 벚꽃 십 리 길로 3월 28일 길을 나섰습니다. 진해군항제처럼 사람 반 벚꽃 반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비밀정원 같은 덜 알려졌지만 벚꽃이 환영하는 고성 대가면 벚꽃 십 리 길로 봄을 보러 갔습니다.봄을 가는 길, 진주에서 대가면으로 곧장 가지 않았습니다. 봄 내음이 물씬 나는 고성의 들을 가로질러 산을 넘어갔습니다.봄 햇살이 쏟아집니다. 산에는 하얀 빙수 같은 목련들이 목을 길게 빼고 우리를 반겨줍니다.길가에 무리 지어 호위무사처럼 우리를 반기는 벚나무들은 쉽사리 하얗고 고운 자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화암마을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효행비 옆으로 세우대(洗憂臺)가 나옵니다. 근심을 씻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일상 속 묵은 근심을 말갛게 씻..

경남이야기 2025.04.01

야간 음악 도보 투어 "통영이 빛나는 밤에"

켜진 불로 다시 걷다-야간 음악 도보투어“통영이 빛나는 밤에”  꺼진 불도 다시 봐야겠지만 이제는 켜진 불로 다시 걸으면 좋습니다. 해가 지고 하나둘 불이 켜질 때쯤이면 통영은 화려한 풍경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통영시는 3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음악과 함께하는 특별한 야간 도보 투어 ‘통영이 빛나는 밤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2일, 야간 음악 도보 투어에 참여해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을 품었습니다.  출발 시각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윤이상 기념관 앞 뜨락은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참가자들은 라디오와 야광 머리띠를 받았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자 흥겨운 음악과 함께 생방송으로 길 안내가 흘러나옵니다. 오늘 참가한 첫 번째 코스인 ‘안단테 통영, 살랑이는 봄..

경남이야기 2025.03.27

산청성심원, 자꾸만 심장이 쿵쿵~ 시를 알고 봄을 앓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3월 18일, 어둠을 헤치고 출근하는 우리를 하늘에서 하얀 눈으로 반겨주었습니다.‘자꾸만 심장이 쿵쿵거렸다 / 너를 보면 또다시 쿵쿵~(김태근 ’봄 앓이‘중)’ 때아닌 춘삼월 눈에 놀란 가슴은 쉼 없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눈은 땅에 닿자 말자 스르륵 녹았습니다.아침에 내린 눈과 달리 정오를 지나자, 노릇노릇한 오후가 밀려옵니다. 그럼에도 성심원 강당에는 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로 새로운 가슴과 가슴으로 시를 하는 어르신들이 모여들었습니다.이날은 김태근 시인이자 낭송가께서 참가자들에게 반가운 시집 한 권씩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일일이 직접 적은 ‘시처럼 봄비처럼~’ 응원의 문구와 함께….이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늘 성당에서도 텃밭에서도, 오가는 길에서..

경남이야기 2025.03.25

봄향 찾아 고성으로 떠난 길, 매향을 담다

봄이되 봄 아닌 양 꽃샘추위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리를 움츠러들게 합니다. 한낮의 기온이 20도로 올라가는 봄을 보러 고성으로 떠났습니다. 지인이 아직은 몇 송이 피지 않았다고 알려준 고성 연화산 옥천사입니다. 몇 송이 피지 않았다는 귀띔에도 옥천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설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는 쉽습니다. 매화를 찾아, 봄을 찾아 떠난다지만 연화산 옥천사는 언제 찾아도 일상에 찌든 우리를 개운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진주에서 문산읍을 지나고 고개를 넘어 고성군 영오면에 이르자 들은 햇살이 곱게 드리워 차창을 스르륵 내리게 합니다. 봄 햇살과 봄바람을 곁으로 하고 개천면 사무소를 지나자, 옥천사로 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영오천이라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냥 다리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괜스레..

경남이야기 2025.03.24

1+1에 다시금 하나를 더한 듯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디론가 떠나라 등을 떠밉니다. 어디로 가도 좋지만, 일상의 묵은때를 벗고 신선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자 한다면 창원시립마산박물관으로 향하면 좋습니다. 신선처럼 바람처럼 거니는데 왜 옛 마산 도심 속 마산박물관인지는 가보면 절로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느낄 겁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근처에 차를 세우자 먼저 번잡한 일상이 사라집니다. 무학산 자락의 품에 안겨 넉넉한 숲의 맑은 기운이 몰려옵니다. 박물관으로 곧장 가지 못합니다. 주위에는 눈길과 발길을 끄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조각공원이 박물관을 감싸고 있습니다. 덕분에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컴퓨터 3D프린팅 기법 등을 활용한 거대한 인물 두상인 에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듯 두상을 ..

경남이야기 2025.03.19

산청성심원-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

커피 한 잔? 우리는 시(詩) 한잔!봄이 익어가는 3월 11일 오후 2시, 성심원 강당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마실 가듯 경로당에서 자리를 옮겨온 어르신들이 뜨락에 핀 봄나물을 발견하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 한잔을 함께할 동반자인 김태근 시인·낭송가입니다. 이날은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과 산청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이 함께하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 첫 시간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성심원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시 낭송은 산청도서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평생학습 실현을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운영하는 상반기 평생학습과 별밤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세대를 위해 찾아가는 '나와 만나는 시 낭송’ 강좌를..

경남이야기 2025.03.16

바람이 불어오는 곳-산청 환아정

바람이 불어온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라 등을 떠밀기도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좋다. 하지만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들렀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환아정(換鵝亭)’이다. 며칠 전에도 일이 있어 산청읍을 찾았다가 자투리 시간이 있어 읍내에서 커피를 사서 환아정을 찾았다.환아정은 산청군청 뒤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에 올라 읍내와 경호강을 내려다보는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정자까지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정자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해태상 한 쌍이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등 뒤 햇살의 응원에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면 솟을대문이 나오는데 대문에는 사의문(思義門)>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오늘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잠시 나를 돌아본다.열린 ..

경남이야기 2025.03.13

바람난 가족, 즐겁게 바람 맞다-거제 바람의 언덕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모처럼의 삼일절 연휴를 맞아 서울로 가족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연휴 내내 비와 눈이 예보되면서 위약금을 물고 예약을 취소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고 둘째가 거제 ‘바람의 언덕’을 가보자 제안했다. 바람을 맞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었다. 3월2일, 느직하니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거제로 출발했다. 하늘은 우중충하지만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햇살도 보여줬다. 괜스레 예약을 취소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통영-대전고속도로 끝자락인 통영나들목을 나와 견내량을 가로지른 거제대교를 건넜다. 거제에 들어섰다. 하늘은 회색빛을 더했다. 거제를 가로질러 남으로 남으로 내달렸다.거제 학동해수욕장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꼬불꼬불 산자락을 내려가면서 거제 바다가 당당..

경남이야기 20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