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태양 150개가 6월 6일 저녁 6시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떴습니다. 해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서녘으로 넘어갈 시간인데도 성심원 요양원 성당은 대구가톨릭합창단(단장 박진우)의 위로와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노래 선율을 타고 넘실거렸습니다.
산청 성심원 개원 65주년을 맞아 ‘마을공동체 그리고 사람살이’를 주제로 열 번째 성심 어울림 축제 전야제의 막이 올랐습니다.
우유빛 순백의 옷을 입고 성당으로 입장한 합창단은 ‘주여 인도하소서’ 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한 시간 삼십여 분의 시간 동안 성당을 감동의 물결로 출렁거리게 했습니다.
‘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라는 노래가 울릴 때 성당 2층에는 헬멧을 쓴 장애인 곁에 손을 꼭 잡고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괜스레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멀리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중증의 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의지해 초여름 밤의 음악회를 즐겼습니다.
성당 좌석 곳곳에는 기도하는 양 노래가 두 귀를 타고 우리의 심장을 두드릴 때마다 두 손을 곱게 모으기도 했습니다.
합창단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퍼집니다. 덩달아 성당을 찾은 이들 모두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건반을 두 손 열 손가락이 빙판 위를 날렵하게 날아가는 스케이트처럼 쓸고 갑니다.
합창은 끝을 향해 내달립니다. 모두가 하나둘 음악에 취해 갈 무렵 두 눈이 크게 뜨여지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태양의 찬가’가 흘러나옵니다.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이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태어나 부유한 포목상 아들로 태어나 방탕하게 살다가 한센인을 만나 회개하고 성인의 반열에 오른 성 프란치스코. 오늘은 그를 사부로 모신 프란치스칸들이 그를 따라 태양을 찬미합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도 가슴속에서 울리는 이 노래에 짠한 여운을 담습니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태양은 밝음을 주고 생명을 주고 따스함을 준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희망이 곧 태양이다.’
헤밍웨이의 말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이어서 ‘평화의 기도’가 울려집니다. ‘주여, 나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성 프란치스코 기도가 뜨락에 세워진 성심원에서 그 바람을, 기도를 함께합니다.
음악회 끝을 앞두고 요란한 박수 소리와 앙코르 소리에 지휘자는 “앙코르는 준비되었습니다”라며 한 사람을 무대로 이끕니다.
합창단 곁으로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이 함께 합니다.
“타향살이 몇 해 던가 손 꼽아 헤어 보니~”
신부님의 애창곡 ‘타향살이’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집니다.
1946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유의배 신부님은 1976년 한국에 입국한 뒤 1980년부터 성심원 성당 주임신부로 소임을 맡아 오고 있습니다. 한센인과 중증 장애인 곁에서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타향살이가 울리는 동안 우리는 고향 지기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한센인과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었습니다.
한편 한센인 공동체였던 성심원이 한센인·장애인·지역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성심원 성심어울림축제는 6월 7일 ▲성심원 개원 65주년 예수성심대축일 미사와 축복식 ▲‘마을공동체, 그리고 사람살이’ 특별세미나 ▲초여름 밤의 음악회(그룹 동물원 콘서트) 순서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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