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짜장이 뭐라고요?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12. 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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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이 뭐라고요?

 

1212,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 한센 어르신들은 짜장과 짬뽕을 먹으러 산청읍 내를 다녀왔습니다. 기껏 짜장과 짬뽕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나들이인지 모릅니다.

 

고령의 한센 어르신들에게는 일상 속 사회 나들이가 여느 사람들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센인이라는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분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의 색안경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세월이 무상하더라고 고령과 장애로 한 걸음 두 걸음 떼기도 벅찹니다.

여느 어르신들처럼 치매도 걱정스러운 산청 성심원 한센 어르신들은 올해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끝내고 올해도 저물어가는 끝자락에 겸사겸사 성심원 미니버스를 타고 읍내 나들이를 했습니다.

 

읍내에서 가장 맛있다는 짜장면집이 배달도 포장도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세상 속으로 나오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원내 버스 안에서 10분 거리의 읍내로 나가는 풍경이 왁자지껄합니다. 멀리 나들이로 나가는 듯 들썩입니다.

 

짜장면집 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갑니다. 몇 개의 턱을 지납니다. 힘겨운 걸음은 이웃이, 직원이 함께 손을 맞잡고 더불어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식당 한쪽에 앉자 어르신과 함께한 신발들도 가지런히 나란히 나란히 함께합니다.

 

먼저 탕수육이 나옵니다. 쫄깃한 맛이 먼저 식욕을 북돋웁니다. 이어서 짜장밥이 나오고 짬뽕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짜장이 나왔습니다.

 

식사할 때는 조용하다는 데 여기는 시장터가 따로 없습니다.

커피숍도 아닌데 라테~가 여기저기 나옵니다.

한창때는 몇 그릇을 먹었다는 먹은 자랑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옵니다.

“나 떼는 말이야~”

 

라테가 간절해지는 시각. 원내 버스는 읍내를 에둘러 커피숍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자 향긋한 빵 내음과 함께 커피향이 우리를 반깁니다.

바닐라라테, 고구마 라테가 제일 많이 선호하는 음료입니다. 생강차, 대추차 등이 곁들여진 테이블마다 덩달아 바깥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꽃이 핍니다.

 

창 너머 경호강이 보입니다. 기분 좋게 차를 마십니다. 앉아 있다 보면 우리와 음료수 사이에는 가깝지만 보이지 않던 이웃이 보이고 더불어 아득히 먼 어느 곳의 평화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최동인 복지사의 올해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더욱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에 박수 소리 요란합니다.

여느 어르신들과 사회생활 하는 이들에게는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운 일도 이분들에게는 힘겹습니다. 차를 마시는 것처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다반사 같은 일들이 한센어르신들에게는 어렵습니다. 한센병으로 인한 후유 장애와 이제는 나이 무게만큼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주위의 도움을 받아 생활합니다.

 

박 레아 어르신은 오늘 우리가 타고 간 미니버스가 해피버스라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함박웃음 지으며 엄지척을 하십니다.

추억 쌓고 속 깊은 얘기도 나누는 짧지만 긴 나들이였습니다.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되어준 읍내로 마실 떠난 떠난 시간입니다.

 

오늘 한센 어르신들에게서 오히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깨닫습니다. 무뎌진 일상의 감각을 깨운 하루입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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