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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동의보감촌 허준과 유의태, 드라마 속 스승을 사료로 다시 보다

진주에 살면서 산청으로 출근하는 제게 동의보감촌은 낯선 관광지가 아닙니다. 축제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찾았습니다. 허준과 유의태 이야기도 그만큼 익숙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부터 드라마인지 굳이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드라마 허준>을 몇 번이나 다시 봤는지 모릅니다. 스승 유의태가 자신의 몸을 제자에게 내주는 장면도 오래 기억했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매실이 한때 큰 관심을 끌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2024년 한국의사학회 논문도 드라마의 국민적 인기와 함께 매실이 전국적으로 귀해질 정도의 현상이 있었다고 기록합니다. KCI_FI003144865 관심은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휴머니스트에서 펴낸 『동의보감』 내경편과 외형편도 직접 사서 읽었습니다. 단순한 옛 처방집..

해찬솔일기 2026.10.05

백범일지 이광수 윤문 논란, 나의 소원은 김구가 직접 썼을까

책장에서 도진순 주해 『백범일지』를 다시 꺼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책입니다. 책장을 덮었을 때 받은 감동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펼친 까닭은 조금 달랐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나의 소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글이니 당연히 김구가 직접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범일지』를 제대로 읽은 뒤에는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나의 소원」이 유난히 잘 쓴 글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백범일지』에서 만난 김구의 목소리는 거칠면서도 생생했습니다. 오래전 일을 기억하며 적었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문장이 매끄러워서 감동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문장보다 먼저 다가왔습니다. 반면 「나의 소원」은 결..

해찬솔일기 2026.10.02

조선시대 장애인이 정승까지 올랐다고, 그 시대의 장애인 복지가 더 좋았을까

조선시대 장애인이 정승까지 올랐다고, 그 시대의 장애인 복지가 더 좋았을까- 정창권의 『근대 장애인사』와 이경하의 비평 논문을 읽고 조선시대에는 장애인이 정승까지 올랐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명통사도 있었고, 왕은 생계가 어려운 장애인을 구휼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장애인 복지가 오늘날보다 좋았을까요? 정창권 고려대 교수의 『근대 장애인사』를 읽다가 여러 번 책장을 멈췄습니다. 조선시대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현대에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합리적이었다는 주장 때문입니다. 정 교수는 근대에 들어서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배제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합니다. 나아가 오늘날과 같은 장애인 차별의 역사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시대에 장애인을..

해찬솔일기 2026.09.24

이마트가 문 닫으면 소비자는 전통시장에 갔을까

2024년 7월 진주중앙시장 아케이드를 걸었다. 높은 지붕 아래 카페와 음식점, 생활 점포가 이어졌다. 시장에 들어서면 시설은 눈에 띈다. 그런데 손님이 얼마나 늘었고 매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추석과 선거철이면 여야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려간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산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주문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이날만큼은 시장이 정치의 무대가 된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물건을 살지는 자유다. 가격과 품질, 배송과 교환, 친절과 편의를 따져 선택한다. 그런데 왜 전통시장만 늘 약자로 불리며 세금으로 살려야 할까. 대형마트 문 닫은 날, 소비자는 어디로 갔나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을 바탕으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해찬솔일기 2026.09.22

목포의 눈물, 몇 번이나 목포를 오가고서야 이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청 성심원 어르신들의 가을소풍 장소를 정하면서 목포가 제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9월 30일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함께 목포와 신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소풍이라는 말은 가볍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 여행지는 미리 여러 번 다녀와야 할 곳이 됩니다.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밥은 어떻게 먹을지, 어르신들이 걷기에 길은 괜찮은지 살펴야 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저는 혼자 기차를 타고 목포에 다녀왔습니다. 남도해양열차 S-train을 타고 진주를 떠났습니다. 차창 밖으로 하동과 순천을 지나 오후의 목포역에 내렸습니다. 혼자였기에 서두를 까닭도 없었습니다. 목포 원도심을 걸었고 국도 1·2호선 기점에 섰습니다. 옛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했던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도 들어갔습니다. 낙지를 먹고 바게트를 샀습니다. 그렇게 목..

해찬솔일기 2026.09.18

진주 논개는 실존 인물일까, 정말 의암에서 뛰어내렸을까,『어우야담』과 2024년 논문 재검토

진주에서 나고 살아오면서 진주성을 수없이 걸었습니다. 촉석루 아래 의암도 익숙합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관광 안내에서 만난 논개 이야기도 익숙합니다.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된 뒤 논개가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고 왜장을 껴안아 의암에서 남강으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마음 한쪽에 질문이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1593년 당시 기록에도 이렇게 남아 있을까요.최근 박용식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발표자료와 김세호·신재열 교수의 2024년 논문 원문을 직접 읽으면서 의문은 더 커졌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이번에 확인한 자료만으로 “논개는 실존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오늘날 익숙한 현재의 의암·열 손가락 가락지·게야무라 ..

해찬솔일기 2026.09.06

오디세이아와 트로이아 전쟁, ‘아무도’는 어떻게 3천 년 영웅이 되었을까

큰아들이 가족 카톡에 남긴 한마디가 시작이었습니다. “오디세이 재미있네.” 그 말 덕분에 호메로스와 트로이아 전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막내아들과 함께 영화의 배경도 살폈습니다. 며칠 뒤 아내와 막내아들, 저까지 셋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니 오히려 궁금한 것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밀리의 서재를 열어 『오디세이아』를 읽었습니다. 읽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떠도는 긴 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오디세이아』 제9권에서 키클롭스 폴뤼페모스가 이름을 묻자 오디세우스는 “아무도 아니오”라고 둘러댑니다. 영어로 옮기면 ‘Nobody’입니다. 그 대목에서 뜬금없이 원더걸스의 「Nobody」가 떠올랐습니다. 웃고 지나가려는데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오디세우..

해찬솔일기 2026.09.06

진주 비거는 역사적 사실일까, 정평구와 진주성 비거 이야기를 원문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진주 비거는 역사적 사실일까, 정평구와 진주성 비거 이야기를 원문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경남일보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다가 ‘2026 비거 그림그리기 대회’ 소식에서 눈길이 멈췄습니다. 10월 24일 진주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어린이 그림대회입니다. 유치원부와 초등 저학년·고학년 각 80명, 모두 24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합니다. 포스터에도 진주성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대회 자체에 의문을 품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상상은 자유롭게 날아도 좋습니다. 제가 오래 바라본 것은 ‘비거’라는 소재였습니다. 비거는 정말 임진왜란 때 진주성 하늘을 날았을까요. 저는 역사와 설화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화도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상상도 관광 콘텐츠가 ..

진주 속 진주 2026.08.25

함안 무진정 여행, 낙화놀이 없는 날에도 바람과 연못이 꽃처럼 내리다

무진정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4길 25 2026년 6월 27일, 함안 낙화놀이로 유명한 함안 무진정을 찾았습니다. 이날은 낙화놀이 행사가 없는 낮 방문이었지만, 연못·돌다리·대청마루·고목 그늘이 조용한 역사 산책지로 좋았습니다. 어르신이나 아이들과 함께라면 연못 둘레 산책은 가능하지만, 정자와 괴산재 주변 일부 돌길·계단은 조심해야 합니다. ▣ 함안 무진정- 장소: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4길 25- 상시 개방, 연중무휴- 관람료: 무진정 일반 관람 무료 / 낙화놀이 특별행사는 별도 예약·요금 확인 필요- 주차: 무진정 인근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가능※ 행사일은 교통통제·임시주차장 확인 필수 무진정 대청마루에서 만난 낮의 낙화함안 무진정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밤하늘에서 꽃비처럼 떨어지는 함안낙화놀..

경남이야기 2026.06.28

중앙그룹 회생 신청, 삼성·중앙일보 60년 인연 속에서 읽는 오늘의 언론 자본

JTBC의 206억 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 미상환은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앙일보도 기업어음 문제로 최종 부도 처리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니라, 삼성과 중앙일보의 오래된 인연 속에서 한국 언론 자본의 시간을 돌아보게 합니다. 중앙그룹 회생 신청, 숫자 너머에 놓인 한국 언론의 시간평소처럼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의 뉴스 속에도 역사는 움직입니다. 오래된 성곽과 기념관에만 역사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흥망, 언론의 선택, 자본의 흐름 속에도 한 시대의 표정이 남습니다.최근 중앙그룹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을 접하며 한동안 관련 보도를 살폈습니다. 시작은 JTBC였습니다. JTBC는 2026년 6월 12..

해찬솔일기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