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톱에서 시작한 희망, 봄을 기다리며 엄지손톱보다 작은 고구마 순을 직장 동료에게 받았다. 작은 접시에 옮겨 담은 녀석은 자줏빛 몸통에 초록빛 이파리 두 개를 띄웠다. 하찮다고 보잘것없다고 업신여길 까닭도 없다. 녀석은 온 우주의 기운을 받아 무럭무럭 자랄 태세였다. 불과 사흘이 지나자 잎은 더 커지고 더 푸르게 .. 카메라나들이 2013.12.10
경계에서 흔들린다 한 해의 끝이자 새해의 시작을 앞둔 12월이다. 신문 여기저기에서 주위 이웃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사진들이 많이 실린다. 김치를 같이 담그고 나눠주는 고맙고 정겨운 모습에서부터 쌀과 라면, 연탄을 나누는 이웃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신문 동정란에 넘쳐난다. 밥 해먹을 쌀과 반.. 카메라나들이 2013.12.08
남희석보다 더 ~ "허투루 버려지는 것은 없어~" 개그맨 남희석 씨보다 더 하회탈을 닯은 분을 만났다. 내가 일하는 성심원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성심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 팔아넘기는 날. 화물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르신의 입은 절로 흐뭇하다. 하회탈처럼 맑은 표정의 어르신. 이것을 모으기 .. 카메라나들이 2013.11.22
가을이 창너머로 반긴다 맑은 거울같은 투명한 경호강에 자리 잡은 성심원. 가을은 안개가 자주 찾아온다. 빨갛고 노란 잎 나무사이로 하얀 안개가 함께하는 내 출근 시간 오전 7시20분 현재. 안개가 물러날 무렵이면 더욱 가을은 자신의 색을 낙엽과 함께 드러낸다. 어르신들 아침 식사가 끝났다. <프란치스코.. 카메라나들이 2013.11.06
이 가을, 잘라 복사하기 요즘 원내 잔디밭으로 함께 산책을 나간다. 같은 동갑내기라 주위 사람들이 없을 때는 친구처럼 말을 놓기도 한다. 불과 몇 달전에 사고로 오른쪽을 손과 발을 사용할 수 없다. 말도 어눌해지고. 하지만 같은 또래라는 까닭에 함께 산책을 즐긴다. 가을 햇살이 곱다. 바람은 시원하기도 차.. 카메라나들이 2013.10.26
신호등 앞에 교통봉사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 건널목, 교차로 같은 데서 차나 사람한테 교통 신호를 보내는 전등을 일컫는 말을 신호등이라(보리국어사전)고 한다. 또한 <두산세계백과사전>에서도 ‘신호등은 안전한 교통 질서를 위하여 색으로 교통조건을 나타내는 기구를 신호기라고 하며, 신호등은 신호기의 한 종류에 속한.. 카메라나들이 2013.10.04
콜럼버스덕분에 전 세계인과 함께 구경하는 코스모스 가을. 떠오르는 꽃은 국화도 있지만, 코스모스가 먼저다. 내 사는 주위에도 코스모스 축제가 한창이다. 경남 진주시 대평면 진양호 코스모스 축제를 비롯한 문산읍 <허수아비-코스모스> 축제도 있고 하동군 북천면 <코스모스-메밀> 축제도 있다. 어찌 코스모스 축제가 비단 이 지.. 카메라나들이 2013.10.01
말라비틀어진 김치처럼 12시간 전의 아침을 기억하다 ‘해가 뜰 무렵부터 낮 12시가 될 때까지 사이’를 보리출판사의 <보리국어사전>은 ‘아침’이라 일컫는다. 동아새국어사전(동아출판사)도 ‘날이 샐 때부터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의 동안. 날이 새고 얼마 되지 아니한 때.’라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아침에 관한 이미지는 제각.. 카메라나들이 2013.09.30
1톤 트럭이 나와 여러분에게 묻는다 5월30일 아침 출근 길이었다. 1톤 트럭이 마침 내 앞에 섰는데 글자가 가득 씌여져 있었다. 선전홍보 문구인줄 알았다. 근데 일체유심조라는 한자가 쓰여 있고 그 옆 글자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행복하세요? 그것이 없어서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죠? 이 순간을 팔아서 그것을 가지게 .. 카메라나들이 2013.05.31
의료 100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수애양원 2010년 11월 경남 산청 성심원을 출발한 일행이 전남 여수 애양병원을 다녀왔다. 100년의 의료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이곳에는 또한 우리가 나병환자라고 몽둥병환자라고 멸시했던 한센인들을 먼저 손을 내밀어 품었던 이방인을 만날 수 있다. 한센병으로 순화해 부르는 나병은 완치가 가.. 카메라나들이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