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겨겨이 쌓인 이파리들이 하늘을 푸르게 덮는 요즘입니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합니다. 어디론가 떠나라 등 떠미는 듯한 바람의 인사가 달곰합니다. 그럼에도 반갑고 고맙고 기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 분들이 있습니다. 5월 21일, 성심원 강당에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여덟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매주 한 번씩 시 낭송을 핑계로 강당에서 보고, 텃밭에서도, 읍내 장에 가는 차 안에서도 수시로 보는 얼굴이면서도 시 낭송 시간에 만나는 인연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어르신들.
4월 2일부터 시작한 시 낭송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날 반장을 가위바위보로 선출했습니다. 6월 18일 마지막 날, 시낭송회 때 어떤 시를 한잔씩 마실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이날은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읊었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지금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시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역사는 동시대 사람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숨결이라더니 우리는 함께 시를 마시며 새로운 우리의 역사를 쓰고 읽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빗뚤빗뚤 글자가 저 혼자씩 따로 놀아도 좋습니다. 천천히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을 옮겨 적으면 내안의 묵은 때를 밀어냅니다. 평화를 얻습니다.
시 한 잔을 마시는 횟수가 쌓일수록 우리의 마음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합니다.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이토록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다음 시 낭송 시간에는 어떤 시를 한잔 마실까요.
한편, 6월 7일 성심원 뜨락에서 <제10회 성심 어울림축제>가 열립니다.
※ 사진은 참가 어르신들의 동의를 구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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