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역사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리는 창원 진해우체국
역사는 앞선 사람들의 흔적입니다.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흔적 위에 겨겨히 쌓여가는 과정입니다. 창원시 진해구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진해하고 떠올리면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 해군 기지이자 현재 대한민국 해군의 요람이라는 이미지가 겹칩니다. 우리나라 아픈 근대의 역사와 흔적과 현재를 보러 진해를 다녀왔습니다. 진해의 근대와 현대가 겹친 진해우체국을 먼저 찾았습니다.
진해우체국은 진해의 옛 도심이었던 중원로터리에 있습니다. 1910년대 일본이 중평 한들이라 불리던 진해를 군항 도시로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여덟 방향의 방사형 로터리입니다.
제가 사는 진주에도 일제 강점기 만들어진 육거리가 있지만 이렇게 8거리는 유일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광장을 본뜬 것이라고 전해옵니다.
로터리 잔디광장 주위로 진해의 역사가 시계 톱니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1912년 진해우체국 개소도 알려줍니다. 백 년이 넘는 우체국은 로터리에서도 단연 이색적인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달음에 가려는데 건너편 아이세상장난감도서관이 먼저 발길을 붙잡습니다.
장난감도서관 뜨락에는 10월 유신(十月維新)을 정당성을 포장한 기념탑이 서 있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대한민국 제3공화국 박정희 대통령이 기존 헌법의 효력을 정지하고 제8차 헌법(일명 '유신 헌법') 개헌해 제4공화국이 들어서는 친위 쿠데타입니다.
담장에는 진해의 역사가 연대순으로 담은 상징물들이 제황산 방향으로 줄지어 눈길과 발길을 다시금 붙잡습니다.
시간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길 건너 목적지인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넉넉한 웃음이 정겹게 들릴 듯한 집배원 조형물이 우리를 먼저 반깁니다.
집배원 아저씨 뒤편으로 옛 우체통 등이 보입니다. 우체통은 느린 우체통으로 소중한 사람이나 미래의 나에게 추억을 전해줄 1년 뒤에 배달된다고 합니다.
1년 뒤의 나에게 엽서를 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듯합니다.
사적 제291호인 진해우체국은 1912년 10월 25일에 지어진 단층 목조건물입니다. Y자 형태의 3방향 도로 중앙에 조성된 삼각형의 대지 631평에 건평 136.7평으로입니다.
100년이 넘은 건물 외양은 이국적입니다. 구한말 지어진 러시아공사관처럼 러시아풍을 곁들여 만든 근대건축입니다.
원래 지붕은 국회의사당 돔처럼 동판으로 덮였는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으로 무기 생산을 위해 동판관 난간을 모두 뜯어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햇살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반원형 채광창을 두고 있는 낯선 건물을 찬찬히 둘러보면 마치 당시로 시간 여행을 온 기분입니다.
현재는 뒤편에 새로운 진해우체국 건물이 들어선 뒤 현역에서 은퇴한 모양새입니다. 어제의 흔적 위로 새로운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는 중입니다.
진해우체국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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