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함양 가볼만한 곳 - 함양박물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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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 함양박물관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염불보다 잿밥이라지만 이곳은 정말 잿밥 같은 달곰한 풍경이 우리를 먼저 유혹합니다. 함양박물관과 주위 상림공원이 그렇습니다. 함양박물관을 찾는다는 것은 상림공원을 간다는 말과 같습니다.

 

 

먼저 상림을 거닙니다. 초록빛이 짙어가는 아늑함이 일상 속 찌꺼기는 사라집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 숲의 기운을 한가득 채웁니다. 초록빛으로 샤워하는 기분입니다.

 

그러다 홍수 때 쓸려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는 함양 이은리 석불을 뵙고 이번에는 잿밥보다 부처님께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립니다.

 

이은리 석불을 뒤로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박물관 주위에는 둘러볼, 유혹하는 게 또 있습니다. 수해 상습지 개선하면서 발견된 유적들이 걸음과 눈길을 이끕니다.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유적들이 역사의 문을 열어주는 기분입니다. 건물에 들어서면 먼저 왼편으로 어린이 체험실이 있습니다. 한옥 지붕의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는 기둥머리에 짜맞추어 댄 나무인 공포를 쌓아보는 체험 등이 있습니다.

 

 

먼저 3층으로 올라가자, 기획전시실이 나옵니다. <함양 첫 사람의 발자국-함양 죽곡리 유적(2024.1.4~8.4)>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함양 죽곡리 유적은 함양 백연 유원지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굴 조사가 있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나온 각종 유물이 특별전시 되어 있습니다. 특히, 구석기 시대 유물들은 함양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구석기 시대 대표 유물인 뗀석기들이 발굴되어 함양에 살았던 첫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돌들이 귀한 보석처럼 전시되어 있습니다. 찍개. 구석기 시대 유물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손에서 놓지 않는 휴대전화처럼 늘 구석기인과 함께한 생활필수품이었을 겁니다. 망치, 몸돌, 격지, 주먹 찌르개, 긁개, 밀개, 슴베찌르개, 새기게.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발굴 조사 과정 전시물이 전시실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합니다.

 

 

2층 상설 전시실로 향했습니다. ‘함양인의 삶과 정신, 자연의 조화라는 주제에 맞게 함양의 과거와 현재를 각종 유물과 유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함양의 어제와 오늘을 알 수 있는 연대표를 따라갑니다. 1733년 안음현이 폐지되었다가 1736년 복구되지만 1767년 안의현으로 개칭되었다는 시간 흐름이 눈길을 끕니다. 조선 영조 때 일어난 <이인좌의 난> 주모자인 정희량이 안의현 출신이었기에 역적의 땅이라 폐지되었다가 결국 이름도 바뀐 셈입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떼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돌 앞에서 멈췄습니다. 특별전처럼 이곳에서도 아주 특별한 돌들이 귀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역민이 기증한 <돌도끼>입니다. 청동기 시대의 유물입니다. 청동기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매끄럽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를 거쳐 가야와 남북국(통일신라)시대며 고려시대를 지나갑니다. 타임머신을 탄 기분입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서원 중의 하나인 남계서원(灆溪書院) 모형물 앞에서 걸음은 멈춥니다. 풍기 소수서원, 해주 문헌서원에 이어 창건된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내 각종 건물 배치의 전형입니다.

 

 

일두 정여창 선생을 모신 서원 모형물을 찬찬히 관람합니다. '좌안동 우함양'이라 일컬을 정도로 선비가 많이 배출된 함양의 명성이 뒤이어 <함양을 빛낸 인물>들과 함께 나옵니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정자들이 즐비한 함양의 명승지가 눈길과 발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른바 유명한 이들만 함양의 역사와 문화를 빛낸 것은 아닙니다.

 

너는 죽어서 만첩첩 청산에 / 고드름 되거라 / 나는 죽어서 아이 가이가 / 봄바람 될거나//~ 어매 밭가에 섬섬섬 / 섬뽕나무 심어라 / 아버지 어머니 / 명주나 옷감이 분명타/ 너는 죽어서 푸릇푸릇 봄배추 되거라/ 나는 죽어서 아이가이가 밤이슬 될거나//”

 

함양 양잠가가 우리에게 함양 민중의 삶을 들려줍니다.

 

 

박물관을 나서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상림을 거쳐 온 바람이 살랑살랑 뺨을 어루만집니다. 볕이 곱게 드리운 자리에서 함양 양잠가를 흥얼흥얼하며 다시금 숲속을 거닙니다. 함양의 어제와 오늘을 되새김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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