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가볼만한 곳 - 진주 강주연못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8. 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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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견뎌낼 보약같은, 진주 강주연못

 

여름입니다. 선선하던 바람은 사라지고 뙤약볕이 내리쬡니다. 절로 땀이 이마에 맺히는 그런 날들입니다. 그럼에도 뜨거웠던, 습한 여름을 견디게 할 수 있는 보약 같은, 친구 같은 공간이 진주 강주연못입니다. 유난히 뜨겁고 습한 여름을 견딘 수고를 위로하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강주연못은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쪽에서 사천으로 가는 길가에서 살짝 들어간 곳에 있습니다. 사천시와 진주시의 경계인 정촌면 예하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주(康州)연못

강주는 진주의 옛 지명이다. 고려말 이곳에 군사 주둔지가 있었다. 강주 진영 터인 이곳에 언제 연못을 축조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수령 5~600년이 넘는 고목들이 우거져 있어 오래전에 만들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연못에 발을 들였을 뿐인데도 시원한 청량감이 와락 안깁니다. 초록을 넘어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감싼 모양새가 아늑합니다. 하늘을 도화지처럼 만든 구름들이 바람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연못은 아담합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까닭에 큰 호수 등이 주는 위압감이 없습니다. 한달음이면 5분 이내에 다 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못은 한달음에 그냥저냥 우리를 걷도록 하지 않습니다.

 

강주연못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광 덕분에 발걸음이 절로 느려집니다. 이곳에서는 시간마저도 천천히 흐르는 기분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넉넉한 곁을 내어준 연못은 흙길에서부터 우리의 걸음을 천천히, 가볍게 걷도록 도와줍니다.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의 근육을 풀려고 지압 보도를 걷습니다.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기분 좋은 압력 덕분에 긴장의 끈이 스르륵 풀어집니다.

 

 

연못 동쪽과 서쪽 가장자리에는 연못 속 생태 동식물을 더욱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나무데크, 산책로가 있습니다.

이도 저도 심심하면 나무데크 길을 따라 연못 속으로 눈길과 발길을 주면 더욱 좋습니다.

 

서쪽 생태 산책로 입구에는 벼락 맞은 나무가 저만치에서 말없이 서서 반깁니다. 20227, 벼락을 동반한 호우가 내리던 날 상수리나무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나무는 생명을 다했지만, 이 연못과 함께한 나날을 그리워하듯 이곳에 스테인리스 보호대에 의지해 서 있습니다.

 

연못에는 다양한 포토존들이 있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에는 또한 수많은 별 중에 빛을 내지 않는 별은 없다라는 문구 등이 우리를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비비추꽃들이 그런 우리를 보고 하얀 이를 드러낸 듯 수줍게 웃습니다. 덕분에 바라보는 우리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반겨줍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야외용 테이블에서 숨을 고릅니다. 기준 좋게 숨을 고르자 다시금 발을 붙자는 게 있습니다. 강주정, 정자에 앉습니다. 오가는 바람이 시원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여름의 열정을 머금은 연잎들이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으로 바라보는 두 눈 너머로 우리를 물들이는 기분입니다. 연잎에 모인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아늑한 연못을 바라봅니다. 멍때리듯 바라보는 풍광은 정겹습니다. 일상 속 온갖 묵은내가 바람 따라 날아갑니다. 정신이 개운해집니다.

 

무수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태양의 강렬한 볕을 양산처럼 막아줍니다. 그 아래에 가져간 책을 펼쳤습니다.

오가는 바람마저도 달곰합니다. 책 읽는 동안 주위의 새들은 노래를 불러줍니다. 근처 카페에서 포장 판매로 가져온 냉커피를 마십니다. 마치 맑고 시원하게 흘러가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양 경쾌합니다. 몸과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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