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박물관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7. 1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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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처럼 평평한 세상을 꿈꾼 사람들을 기억하다

-진주박물관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전

 

백정에 관한 인권 운동인 형평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인권 운동의 시작입니다. 형평사 창립 100주년 기념하여 2023513일부터 716일까지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공평과 애정의 연대, 형평운동>이 열립니다.

 

국립진주박물관 관람은 무료이지만 진주성 입장료는 유료입니다. 물론 진주시민은 공짜입니다. 진주성에 들어서면 별천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싱그러움이 와락 안기기 때문입니다.

 

 

진주성의 아늑한 풍경이 주는 유혹을 뒤로 하고 박물관으로 걸음을 재촉하자 전시 안내 걸개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특화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은 당시 전쟁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 전시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찾은 특별전은 왼쪽 기념품 판매대를 지나면 나옵니다.

 

들어서는 입구가 가까워지자, 전시실 주위 분위기는 그 당시로 시간여행 하듯 우리를 이끕니다.

 

 

입구 앞에는 아래와 같은 기대가 우리를 먼저 붙잡습니다.

“~사회적 관행으로 남아있는 차별은 법적인 개혁뿐 아니라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그에 따른 의식적인 개선 노력이 있을 때 점차 바뀌는 것입니다. 따라서 백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려 한 형평운동은 우리 사회의 훌륭한 사회적 유산입니다.~ 우리나라 근대 인권 운동의 선구였던 형평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여러 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본격적으로 전시실에 들어서면 공평(公平)은 사회(社會)의 근본(根本)이요, 애정(愛情)은 인류(人類)의 본량(本梁, 본래 타고난 양심)이라.”라는 형평사 창립문이 인권 운동의 현장으로 이끕니다.

 

 

한국사 주요 연표와 백정과 형평운동 역사 연대기가 차츰차츰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맞은 편에는 저울이 있습니다. 저울대 형(), 평평할 평(). 저울처럼 평평한 세상을 염원한 형평(衡平)의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섭니다.

 

 

우선 형평운동의 일어난 배경인 조선시대 백정의 삶을 살펴볼 전시물이 펼쳐집니다. 백정은 고려시대에 양수척 또는 화척을 불리던 사람들로 유목과 수렵 생활을 한 거란인이나 여진인에 그 유래를 두었습니다. 이들은 일정한 거주지를 두지 않고 사냥하거나 버드나무로 만든 유기를 만들어 팔면서 생업을 유지했는데 천민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경상도 단성현 호적대장>을 통해 조선시대 백정의 구체적인 삶을 바라보게 합니다.

 

 

버들고리, 워낭, 코뚜레 등 백정이 만들거나 사용했던 물건들을 통해 백정들의 삶을 실감 나게 합니다.

 

대개 백정은 화척(禾尺)’, 재인(才人)‘, ’달단(韃靼)‘이라 불려 그 종류가 한 가지가 아닌데, 국가에서는 그들이 일반 백성과 똑같이 대우받지 못하는 것을 불쌍하게 여겼습니다. 백정(白丁)이라 불러 예전에 부르던 칭호를 바꾸고 군대에 소속시켜 벼슬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본래 우리 족속이 아니므로 유속(遺俗)이 변하지 않아 자기들끼리 서로 모여 살면서 혼인하여, 혹은 소를 죽이거나 혹은 구걸하며, 혹은 도둑질합니다.(<세조실록> 세조 2(1456) 328)”

 

조선왕조실록으로 본 백정의 삶에서 당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으로 본 진주 시장과 우시장은 백정의 삶터이자 우리네 조상들의 삶을 엿보게 합니다.

 

 

진주 백정 가옥과 고성 백정 가옥과 작업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더욱 생생하게 이들을 알게 합니다.

 

 

천민으로 사람대접받지 못하던 이들에게 함께 더 나은 평등 세상을 향해 나가자 손 내민 이들이 나타납니다. 이들과 더불어 손을 맞잡고 형평사를 조직하고 형평운동을 펼쳐나갑니다.

 

 

창립 직후, 형평사는 민적부의 신분 표시를 없애고, 형평 사원을 위한 야학 개설, 사원의 자녀에 대한 학교 입학 권유 등 교육활동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고기 불매 운동을 벌이고 형평운동을 주동한 강상호 등을 새 백정이라 모욕하며 형평사를 공격하거나 사원을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지나간 사적, 이조 봉건제도의 청빈 주의 사상의 사회에 고기 장사, 버들가지의 챙이 장사의 선조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이른바 백정이란 계급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인간으로서 차마 살아갈 수 없는 가기 각색의 형언할 수 없는 그 사실이었지요. 소위 양반 계급층에 짓밟혀 아우성 소리를 지르면서 신음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위대한 오직 선생님만은 그 시대의 속칭 양반 계급임에도 불구하시고 자기의 신분 명예를 포기하고 심지어 자기의 전 재산을 희사하여 가면서 우리들의 고독한 사회적 지위의 인권 해방, 계급 타파를 위해 선봉에 나서시어 오직 자유, 인권, 평등을 부르짖으시며 우리들의 취학의 취학의 개방을 부르짖으시며, 우리만이 당하여 오던 50만 동포를 위해 밤낮 고심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위대하십니다! 장하십니다!”

 

형평 사원 이복수가 강상호를 추도하는 글에서 형평운동에 나선 선각자들의 모습이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문학 속에 나타난 백정의 실상도 알 수 있습니다. 박경리 <토지>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한 일이야 사람의 손으로 뿌사야지. 임금이다 양반이다 상놈이다 천민이다 그거를 하누님이 맨들었나? 사람이 맨든 기라. 사람이 맨든 기믄 사람이 뿌사부리야제. 중뿔나게 나쁘고 미련한 놈이 전부는 아닌께. 또 없어지는 것도 아니겄고, 그러나 양반도 사람이다. 신선도 아니고 선니도 아니고 똑같이 밥묵고 똥 싸는 사람이다 해얄 기고 백정도 사람이다.(<토지> 3백정은 예수도 믿을 수 없었다중에서)”

 

 

백정의 차별 철폐에서 시작한 형평운동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관한 사례가 많고도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인권선언> 1조의 말이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다짐은 어느새 영상실로 이끕니다.

 

사람들은 고기와 가죽은 필요했지만 짐승을 잡는 우리는 필요하지 않았다.”라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외치던 순간>이라는 6분여 영상은 다짐을 결의로 바뀌게 합니다.

 

 

영상실을 나서면 형평운동의 유산과 계승을 고민한 작품들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다시금 붙잡습니다.

 

 

기계식 인형인 오토마타(Automata)를 사용해 백정에 대한 다양한 차별을 형상화한 최수환의 설치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전시실을 나서면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많은 불공정과 불평등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형평운동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형평운동을 기억합니다.~”글귀와 함께 다시금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다라는 <형평사 주지(主旨)>의 첫 구절을 되뇝니다.

 

장지필, 이학찬, 천석구, 신현수, 강상호 그리고 수많은 형평사원.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을 실천한 분들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차별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는 좋은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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