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자네 또 거기 가는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9. 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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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또 거기 가는가?”

 

한가위 다음날, 아침을 먹기 무섭게 아이들과 조카를 승용차에 태우고 다녀오겠다고 말씀 건네기 무섭게 장모님은 내게 물으신다.

자네 또 거기 가는가?”

아뇨 이번에는 거기 말고 다녀오려고요.”

    

 

경남 함양은 내 처가다. 덕분에 그전에도 자주 찾았지만, 지금은 더 자주 참새가 방앗간을 지날 수 없듯찾으면서 가는 곳이 있다. 함양하면 떠오르는 게 1000년이 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 숲인 상림공원을 떠올리지만 이날 찾은 곳은 하림공원이다. 상림 밑에 있어 하림인 이곳은 원래 함양읍 내 50km ‘대관림(大館林)’중 일부였다. 대관림은 1,100여 년 전인 신라 진성여왕 때 당시 함양 태수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인공호안림(대관림)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홍수와 도시 팽창 등으로 숲이 사라져 오늘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상림공원만 남았다. 그러던 것이 하림을 복원하고자 노력한 까닭에 2009년 문을 열었다.

    

 

하림공원은 함양읍 입구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다. 물론 상림도 그렇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원 방향으로 가는 <함양2> 다리 못 가 왼편에 있다. 2005년부터 1,400여 함양군민들이 11ha 면적의 공원에 내 나무 갖기등을 통해 약 12,373()를 키워 오늘에 이른다. 나무를 심어 숲의 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약 10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린다. 군민들이 여기 이곳에 나무를 심은 것은 희망을 심은 셈이다. 자식들과 후손들의 추억을 심은 것이다.

    

 

공원 한가운데를 작은 개울이 흐른다. 개울의 시작에는 조선 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 선생이 함양군 안의 현감으로 근무할 때 국내 최초로 실현한 물레방아를 형상화한 조각물과 캐릭터가 암각화로 새겨진 <벽천>이 있다. 어디서 걷는다고 기분이 다를까마는 생태 하천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대관림을 조성한 뒤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승천했다는 전설을 상징하는 운학교(雲鶴橋)를 지나면 나도 신선인양 새롭게 보인다. 공원 전체는 물론이고 읍내가 내려다보이는 하림정(夏林亭). 황금 물결을 바라보는 시원한 풍경이 즐겁다.

 

 

공원 내에는 김춘수의 시 <>이 새겨진 큰 돌 책을 만난다. 독서의 계절을 떠나 그저 시 한 수 읊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림공원은 나에게 그렇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었다 

    

 

한편 하림공원 안에는 이곳에는 가재를 형상화한 함양토속어류 생태관이 있다. 맑은 우리 지역에서 자라는 토속 민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나 했는데 아쉽게도 추석연휴에 물을 열지 못해 들어가지 못했다. 토속어류생태관은 월요일마다 휴관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겨울철 5)까지 무료 개장한다. 어류생태관 바로 앞에는 철갑상어 체험양어장이 위치해 있다 

    

 

이제 하림에서 푸른 물고기와 생태하천을 산책했다면 상림을 찾아볼 일이다. 지금 한껏 상림은 붉은 불이 활활 타오르듯 꽃무릇이 만개해 숲 그늘은 붉은 바다를 이룬다.

 

잎과 꽃이 절대 만날 수 없는 특성 때문에 ‘상사화’또는 ‘이별화’로 불리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외떡잎식물이다. 실제 ‘상사화’라는 분홍색 꽃이 따로 있지만 생김새와 특징이 비슷해 상사화라고 곧잘 불린다. 붉은 색의 결정의 꽃빛과 십 수개의 꽃술은 천수보살님의 수많은 팔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까닭인지 어느 절에나 이 꽃은 많다. 또한 이 꽃에는 스님을 사랑한 처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상사화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맺혀 있다.

 

예쁜 붉은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꽃무릇의 꽃잎은 차를 만들어 마시고 꽃이 지면 알뿌리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알뿌리는 가래와 기침 등에 좋다고 하지만 뿌리에는 독 성분이 있어 많이 먹으면 토할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

 

⧈ 오시는 길

 

서울 : 서울 - 대전ㆍ통영고속도로 - 함양 나들목

부산 : 부산 - 남해고속도로 - 대전ㆍ통영고속도로 - 진주 - 함양나들목

대구 : 대구 - 88고속도로 - 함양나들목

광주 : 광주 - 88고속도로 - 함양나들목

※ 함양 나들목은 빠져 나오면 본백 삼거리(우회전)해서 계속가면 읍내 입구가 나오는 네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면 상림이요 왼편으로 좌회전하면 하림이다.

 

⧈ 함양의 맛집

 

읍내에 50년 전통의 국밥집인 대성식당(055-963-2089)이 있는데 하루 100그릇만 팔고 문을 닫는다. 상림부근에는 나무 채밭에 찰밥, 조밥, 수수밥, 메밥 등의 오곡밥과 각종 산나물이 나오는 늘봄가든(055-963-7722)이 맛깔스러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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