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부자의 심야테이트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3. 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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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다.

다들 나를 보면 부러워하다 못해 이런 말을 한다."줄줄이 아들만...딸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았을건데..." 나는 아들만 셋이다. 딸이 없다고 아쉬울 것은 없다. 부자는 부자로서 즐겁게 놀 줄도 안다.

이날도 정월대보름 즈음이었을거다.

 

 

막내 해솔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아빠, 힘드시죠? 제가 주물러 드릴꼐요!"

토닥토닥보다는 작은 슬닥슬닥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아주 부드럽다 못해 간질나게 어깨를 두드린다.

 

 

 

그런데 5분정도 하더니 이 녀석이 내게 "300원만 주세요~"하고 요금을 청구한다. 내가 비록 부자라고 이렇게 대 놓고 거금(?)을 달라니. 짐짓 모른체 했다. 이제는 일어서 특유의 몸짓으로 살며시 나를 유혹한다. 귀요미가 이런 귀요미도 없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뿌잉뿌잉"공세도 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달도 밝은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

"그럼 꼬지는 사주세요?"

"그럼 그럼"

내게 다짐을 받고서야 막내와 나, 우리 부자의 심야 데이트는 시작이다.

"아빠, 걸어서 가요?"

"당근이지. 여기서 얼마된다고..."

"멀어요, 추워요..."

"그래, 그럼 그냥 집에 갈까?"

아이는 망설이는 빛이 역력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꼬지'의 유혹에 걸어가기로 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공룡'퀴즈 맞추기!

10여 개의 퀴즈 중에 한두 개를 맞추었다. 그 덕분에 과외로 공룡수업을 받았다.http://blog.daum.net/haechansol71/426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자 잠바를 벗고는 내게 안겨준다. 그러고는 식품코너로 가지 않고 완구코너로 가더니 게임을 신나게 한다. 오늘은 게임하는 날이 아니잖냐고 물어도 이건 어떤 제품인지 확인해보는거라나. 아무튼 녀석의 의도대로 게임을 한뒤 근처 장난감을 같이 순회했다. 완구코너를 돌고 돌았다. 사줬으면 하는 장난감 앞에서는 왜 이 장난감이 필요한지 내게 설명을 자세히도 곁들인다. 그리고 왜 안마 등을 해서 돈을 모으려는지도 알려주었다.

"니 용돈 모아서 사면 되겠네..."

거듭된 아들의 설명에 아주 간단하게 무 자르듯 이렇게 말하자 못내 아쉬운듯 식품코너로 나를 이끈다.

 

 

식품코너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콘푸레스트에서 걸음을 멈추고 제품 구경을 좀더 하자면서 상품 뒤면 만화를 읽는다. 그러면서 이 제품이 있으면 바쁜 아빠와 엄마가 아이들 밥 챙기느라 귀한 시간 보내지 않아도 된단다. 식사 대용으로 잘 챙겨먹을 수 있다며 구매를 충동질한다.

"내가 힘들어도 밥 챙겨줄 시간이 없겠냐? 괜찮다."

아들은 미련을 못 버리는 듯 다시 같은 제품들이 여럿 있는 중에서도 이것저것 만지작거린다.

 

 

약속한 꼬지를 사주었다. 영업시간 종료가 다가와서인지 떨이를 한다. 꼬지 묶음 3개를 5000원에 파니 가져가란다. 그럼 무척이나 싸지만 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싼가격이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꼬지 하나일뿐.

"아빠, 여기 꼬지는 맛이 별로 없어~"

결국 남은 꼬지는 내가 먹었다. 이건 아니잖아, 운동 겸해서 산책나왔는데 내가 먹다니...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공룡이름대기를 제안한다.

"끝말잇기 하자?"

"아까 한것 복습할 필요가 있어요. 공룡이름대기 해요~"

녀석의 요구에 짧은 밑천을 드러내며 공룡 이름을 들먹였다.

연전연패!

공룡선생은 내게 낙제점을 안겨주더니 아주 단단히 각오하란다.

공룡수업을 착실히 들어란다.

 

 

집에 와서는 알뜰히 공룡이 등장하는 책을 읽어준다.

고맙다~

우리 부자의 심야데이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아참 그럼 첫째와 둘째는 그동안 뭐해냐고? 궁금하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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