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매화마을로 떠난 봄마중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3.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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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우리의 발을 잡고 있지만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 소식꾼 매화를 만나면 추위는 저만치 떨어져 나간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를 찾아 봄마중을 떠나보자.

 

매화마을로 가는 섬진강변의 붉고 하얀 매화들이 반긴다.

 

올해 광양 매화 축제는 구제역와 조류인푸루엔자 때문에 취소됐다. 사람들이 벌이는 축제에 상관없이 매화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우리를 반긴다.

 

 

섬진강을 경계로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뉘는 이곳은 섬진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매화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율산 김오천 선생 추모비

 

도착한 매화마을에서 가장 매화꽃이 많은 청매실농원으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밤나무 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1931년 1대 매실농사꾼인 율산 김오천 옹이 일본땅에서 고된 광부 생활로 모은 돈으로 매실나무, 밤나무 등의 묘목을 마련해 고향으로 돌아와 나무심기에 평생을 바쳐 오늘날의 기반을 닦았다.

 

 

 

매실명인으로 널리 알려진 홍쌍리 여사가 40여 년 전 시집와서 27ha의 농장을 청매실 농원으로 했다. 지금은 2대 홍쌍리 여사를 도와  장남으로 3대 매실농사꾼인 김민수 씨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매화 집단 재배를 전국에서 가장먼저 시작한 청매실농원에는 율산 김오천 옹이 심어놓은 고목 수백그루를 포함, 매화나무 단지가 잘 조성 되어 있다.

 

 

 

예년 같으면 3월 10일 전후로 활짝 피었을 매화가 추운 날씨 탓에 25일쯤부터 활짝 필 듯하다.

 

 

마을 입구의 홍매화는 붉은 자태를 벌써 드러내고 있다.

 

 

몇몇 매화나무는 이제 막 수줍은 처녀처럼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팝콘처럼 먹음직스런 매화로 둘러싸인 하얀 매화마을 앞으로는 남도의 젖줄 섬진강이 흐르고, 뒤로는 백운산에 함께한다. 16만5천㎡의 면적을 자랑할 정도로 넓은 매화 나라를 이루고 있다.

 

 

매화를 구경하는 데 정해진 길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체로 주차장에 차를 세워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산책로를 오르면 만나는 영화드라마 세트장인 초가집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전망대에서 내려와 대나무 숲길을 거닐다가  3천여 개의 옹기가 들어선 청매실 농원의 장독대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거리가 길지 않다. 산책로가 시멘트로 잘 정비(?)된 게 오히려 흙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에게는 오히려 부담이다.

 

 

엄마 잃은 오누이의 이야기를 그린 <오세암>. 매화마을에서 오세암을 만날 수 있는 까닭은 지은이 고 정채봉 선생이 매화마을인근 순천 태생이기때문이다. 매화마을 산책로 곳곳에는 이렇게 이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비롯 매화와 관련된 시를 아로새인 시비를 만날 수 있다.

 

 

오르는 곳곳에 쉬어갈 정자들이 있다. 정자에 걸터앉아 시원한 섬진강 바람과 하얀 매화를 훔쳐보는 즐거움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마을 입구에서 언덕의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면 <천년학>, <취화선>, <다모>, <돌아온 일지매> 등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였던 초가집 모양의 초당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세트장 초가집 마루에 걸터앉아 흐드러지게 필 매화와 바람에 날리는 매화 꽃잎을 바라본다면 신선이 따로 없을듯 하다.

 

 

 

오솔길을 뒤로 하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한 걸음씩 거닐다 보면 전망대에 오른다. 올라오면서 참았던 가픈 숨을 토하기도 전에 하얀 매화 바다가 맑고 푸른 섬진강과 3천 여 개 매실항아리가 줄지은 장독대와 늘 푸른 절개를 가진 대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인양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망대 아래의 대나무 숲은 오솔길 산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사각사각 바람에 부딪힌 대나무들의 노래 소리를 배경으로 <다모>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거노라면 마음은 절로 평안해진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에 청매실농원의 매실을 숙성시키기 위해 내놓은 3천여 개의 매실항아리들이 마치 사열을 기다리는 군인들처럼 길게 줄지어 있다. 장독대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지 않는 방문객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매화마을 본 이름은 <섬진마을>이었다. 고려 말에 왜구가 경남 하동 쪽에서 강을 건너 광양으로 침입하자 이 일대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나루터로 몰려와 울어대자 왜구들이 놀라 도망쳤다고 한다.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 자, 나루 진(津) 자를 따서 섬진강으로 부르고 있다.

 

 

입장료? 매화를 사랑하고 즐길 마음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환영!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061-772-4066.

 

이밖에도 더욱 알찬 정보와 농어촌체험을 원한다면 <도시와 농어촌의 녹색정거장> 웰촌(http://www.welchon.com/)을 방문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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