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제주에서는 내비게이션 잠시 꺼두세요...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1.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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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폭설이 내린 1월 15일, 저는 그날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중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따뜻한 경남 진주시라 눈은 어찌간하면 볼 기회가 없죠. 그런데 살아오면서 본 눈보다 더 많은 눈을 한꺼번에 구경했습니다.

사진은 더구나 한라산 자락 속에 있는 서귀포자연휴양림이라 더욱 눈 속입니다. 하루를 묵고 난 뒤 오전 10시에 해가 중천에 떠올라 부랴부랴 짐을 챙겨 하산했지요.

 

 

내려오면서 시속 20Km미만으로 운행중이었지만 체인을 장착하지 못한 차는 한차례 빙판길에서 한바퀴 돌았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고 정말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더 느리게 운전을 해서 서귀포로 내려왔네요.

 

 

제주 전역이 눈으로 빙판길로 둘러싸여 체인을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물건이 동이 났거든요. 부득이 응급으로 뿌리는 스프레이를 두 통 구입해서 빙판길을 만나면 차바퀴에 뿌려주고 했습니다.

무사히 서귀포에서 육지로 떠나는 배가 있는 제주시로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제주해안도로가 생각이 났습니다. 해안도로라면 상대적으로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해안도로는 완전히 눈발이 날리지만 따뜻한 바다의 영향인지 길에 쌓이거나 빙판길은 아니었습니다.

1132번 도로가 가장 바다에 근접한 해안도로입니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찍으면 대체로 빠른 길을 안내하다보니 한라산을 횡단하는 1131, 1135,1139 등을 안내합니다. 지도 상에서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만 한라산을 끼고 있는 까닭에 특히 눈이 내린 날에는 엄두내기 어렵습니다. 길도 양의 창자처럼 굽이굽이 돌아가고요.

 

 

물론 바다는 풍랑주의보까지 내린 상태라 파도 곧 덮칠듯 하얀 혀를 날름날름거리며 다가옵니다.

 

 

1132번 해안도로, 말 그대로 바다 쪽의 길만 따라 가니 색다른 풍광들이 함께합니다. 제주는 섬인 까닭에 완행기차를 타듯 유유자적하면 제주바다를 안아올 수 있다. 한경면 고산리는 제주의 선사시대 유적지가 발견된 곳입니다.황량하게 보이는 저 들판에서 제주 태초의 신비가 묻어있었답니다.

 

 

풍력을 이용한 풍력발전기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한경면에서 본 풍력발전기도 엄청난데 이것보다 더 큰 풍력단지, 국내에서 제일 큰 풍력단지도 제주에 있다고 하네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있다니 다음에 제주를 찾을때 1132도로 반대편으로 한번 찬찬히 살펴볼 참입니다.

 

 

귀여운 섬들도 봅니다. 삼다도라는 제주에서는 풍랑주의보가 아니더라도 바람이 세찬 동네라 바람은 차갑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노라면 제주 올레길도 만나고 마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자판기 커피 한 잔의 온기를 그대로 안으면 차는 차가 가진 속성 중 하나인 속력을 상실합니다.

 

 

이럭저럭 바다를 구경하면서 제주시내에 다가왔습니다. 제주공항 뒤편의 해안길. 지금이야 등대가 들고나는 배들의 길잡이를 하겠지만 에전에는 어떻했을까요?

해안가를 거닐다보면 돌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돌탑을 제주에서 <도대>라고 합니다.  <도대>는 고기잡이 나간 배가 무사히 포구를 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부을 밝히는 대(臺)로써 화산지대인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사진은 애월읍 구엄리 도대불입니다. 2010년 여름휴가, 처가식구들과 여행하면 촬영했네요.

 

 

 

뭍에서는 제주지역의 옛 등애인 도대불이 발달해 있지 않습니다. 육지의 바닷가는 대부분 모래로 이루어진데 반해 제주는 해안선이 하나같이 돌로 이뤄져 배의 정박을 위해 더욱 등대의 역할이 컸겠지요. 지금 현재 제주에서 전통 도대불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등대가 있는 조천읍 북촌리와 구좌읍 김녕리, 제주시 용담동 다끄내,애월읍 구엄리, 애월면 애월리, 한경면 두모리, 한경면 고산리,서귀포 보목동에 있습니다.

 

제주 전통의 도배불이라는 옛 등대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눈 덕분에 제주의 바닷가를 굽이굽이 구경했네요. 어차피 여행을 떠나 제주에 온 까닭이 이러한 여유로움을 안아가고 싶었기에 오히려 빠른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구경하는 이 시간들이 반갑습니다.

 

 

여유찾아 떠난 제주, 잠시 내비게이션은 꺼두셔도 좋습니다.

제주 도착하며 받은 관광지도와 함께 1132번 도로를 천천히 달려보세요. 여유, 그냥 묻어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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