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진주문고에 들렀다.
들어서는 입구 한쪽에서 눈길을 끄는 포스터가 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6월 1일 진주문고 내 여서재에서 아카데미가 열린다고 한다.
포스터 옆으로는 ‘책, 친구가 되어줘!’라는 비명 소리가 주황빛으로 다시금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관련 책들이 유혹한다. 선약이 없다면 아마도 이 아카데미를 신청했을 텐데 아쉽기는 하다.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와 <한의학 에세이>를 구매한 뒤 집으로 왔다.
<한의학 에세이>는 마나님이 구매를 부탁한 책이다.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한의학 이론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니 당분간 이 책을 읽고 소화한 아내의 말씀을 들을 듯하다.
<원당, 조선 왕실의 간절한 기도처>는 고성 연화산 옥천사에 열린 자방루 인문학 교실 ‘조선시대 옥천사의 왕실불교와 원당> 강사인 탁효정 순천대 연구교수가 쓴 책이다.
강의는 들었지만 아쉬움은 남아 유튜브로 강의를 들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이 책 구매로 이어졌다.
거실에는 냥이 ’나래‘가 곤히 자고 있다.
녀석은 내가 즐겨 앉는 좌식 의자에서 자주 휴식을 취한다. 녀석을 깨울 수 없다. 다른 곳에서 읽을 수 밖에.
억불숭유를 공포한 유교 국가 조선이지만 왕실은 불교와 밀접한 사이였다. 저자는 그 증거가 왕실의 기도처, 불교 원찰이라고 한다. 그 간절한 기도가 아로새겨진 원당을 통해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와 한국 불교를 다시 알려준다.
‘조선 제일가는 로비스트 최 무수리’
눈길이 간다. 목차 다음으로 한달음에 읽었다.
책은 어렵지 않다.
안다고 생각했던 조선 왕실과 불교 역사에서 원당을 중심으로 살펴볼 시각이 재미난다.
의상대사(義湘大師,625-702)가 창건한 연화산 옥천사는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 김 씨가 정조와 세자(순조)의 안위를 기도하기 위해 원당을 지은 절이라고 한다. 놀랍다. 그저 자방루만 알았던 내게 새롭게 다가온다. 더구나 정조와 경쟁자 관계였던 정순왕후 김 씨가 정적인 정조와 그 자식을 위해 부처님의 자비를 구했다니.
그럼에도, 이 책은 2017년 11월 20일 1판 1쇄를 인쇄하고 발행했지만 2024년 오늘에도 1판 1쇄 그대로다. 우리나라에 불교 신자가 몇 명일까? 물론 책을 읽어야만 부처의 경지에 이르지 않겠지만 알면 좀 더 보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왕실 원당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옛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엿볼 생각에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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