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도 이제 알자 왼손이 한 일을-진주 김해김씨비각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일러주는 처세술의 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성경 말씀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을 비틀었습니다. 하지만 선한 행동이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라도 이 말은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말일지 모릅니다. 오른손도 알아야 한다는 마음에 찾은 곳이 진주성 공북문에서 천수교 사이에 있는 김해김씨비각입니다.
진주성 공북문에서 천수교 사이는 <새즈믄거리>라고 불리지만 인사동 거리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인사동 골목처럼 각종 골동품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골동품뿐 아니라 다양한 벽화들도 잠시 우리의 마음을 머물게 합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수레, 비거(飛車)의 전해오는 이야기를 컨테이너에 그려 덩달아 우리네 마음도 둥실 떠오르게 합니다.
곳곳에는 쉬어가기 좋은 벤치 형상의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한복을 어여쁘게 입은 남녀가 애써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숨긴 채 앉아 있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쉬어가라 곁을 내어줍니다.
이들을 지나면 다시금 “하모 다 잘 될끼다”라며 반기는 하모 조형물이 쉬어갈 자리를 내어줍니다. 바삐 오가는 자동차 행렬에서 잠시 벗어나 숨 고르기 좋습니다.
옆으로는 해적 분장의 하모와 공주 분장의 하모들이 사진 찍고 쉬엄쉬엄가라고 유혹합니다.
여기는 진주성 아래라 올려다보는 풍경도 성벽을 따라 색다르고 아늑합니다. 성이 안정적으로, 고즈넉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저만치에서 하모가 우리를 알은체하며 반깁니다. <진주 에니길>과 인사동 거리를 알려줍니다.
하모와 안내판 뒤편에 햇살이 쏟아지는 진주성 쪽으로 들어간 곳에 비각이 있습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5호인 <김해김씨 비각>입니다, 예전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목을 <빗집거리>라 불렀습니다. 거리의 유래가 이 비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비각에는 고종 때에 대제학을 지낸 김상현(1811~1890)의 정부인 연안 차씨와 그의 아들 김정식의 은혜를 추모하여 세운 송덕비(頌德碑)인 시혜불망비(施惠不忘碑) 2기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지금이야 진주성 정화 사업으로 성안에 사는 민가들이 헐리고 잔디밭이 한가득하지만, 그전에는 진주성 안에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구한말 성안 사람들이 질병과 기근 등으로 목숨이 경각에 이르자 자기 재산을 털어 지극한 정성을 도왔다고 합니다. 이를 잊지 않고자 지역민들이 1901년과 1907년에 세웠다고 합니다.
정면 2칸, 측면 1칸의 비각은 다포계 팔작지붕을 했습니다. 마치 조선 시대 여인들의 어엿머리 가체(加髢)처럼 화려합니다.
처마를 이중으로 하고 처마를 길게 뻗치도록 하고 네 모서리에 8각의 굽은 기둥을 설치했습니다. 비석보다 비각이 더 화려합니다.
비각 앞에는 수탉의 볏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 <닭의장풀>이 비각을 오가는 이들의 앞길을 청사초롱처럼 밝혀주고 있습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알고 이 거리도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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