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스쳐 지나가던 일상, 색다른 돋보기로 신세계로 이끄는 밀양미술협회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5. 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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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던 일상, 색다른 돋보기로 신세계로 이끄는 밀양미술협회전

 

스쳐 지나가던 일상을 예술가는 색다른 돋보기를 들이댐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보입니다. 신세계를 화폭에 담기도 하고 조형물로 우리에게 누릴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516일부터 28일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실에서 <밀양미술협회()>이 열립니다. 농익어 가는 봄의 절정 한가운데에 전시회가 펼치는 신세계로 즐거운 걸음을 했습니다.

전시회가 열리는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장 입구는 찾을 때마다 가슴을 뛰게 합니다. 큰 망치를 든 듯한 조형물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에게 저곳을 향해 우리의 틀을 깨자고 부르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조형물을 지나 전시실로 들어서자 먼저 묵향이 우리를 반깁니다.

난초가 바위 뒤에서 한 송이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를 보내는 듯 우리를 알은체 다소곳하게 맞이합니다.

 

전시장은 밀양미술협회 70여 명의 회원들의 열정이 담긴 서양화, 한국화, 풍경화, 서예, 조각, 공예, 조소 등 70여 점이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차근차근 이끕니다.

 

한자로 쓰여진 서예 작품은 자칫 한자를 몰라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림인지 글씨인지 몰라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저 검은 묵 너머의 글쓴이의 마음이 필체를 따라 하얀 화선지를 어떻게 누비고 달려는지 감상합니다.

 

전경금의 풍경화 등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한 폭의 그림 너머의 자연이 우리에게 일상 속 묵은 내를 씻겨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종규의 작품 앞에서는 눈길과 발길이 머뭅니다. 선심(善心) 天水(천수)... 뾰족한 산 모양에서 둥근 저수지를 지나 아래로 흘러나오는 작품이 하늘 위의 물(빗물)’이 내려오듯 오히려 개운합니다. 자꾸만 눈길과 발길이 머뭅니다.

 

밀양의 상징과도 같은 영남루를 담은 봄 풍경은 내년의 풍경을 벌써 기다리게 합니다.

간절한 바람을 돌멩이 하나에 탑처럼 쌓은 뜻을 그림은 낯설지만 친근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주황빛 능소화 아래 분홍 양산을 쓴 채 앉아 있는 여인은 어떤 풍경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아이들의 낙서 같은 앙상한 형체의 모습만 그려진 그림도 있습니다. 오히려 어릴 적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보내줍니다.

 

머리에 꽃을 끼운 꽃소녀가 살포시 액자 너머로 우리를 봅니다. 소녀를 바라보다 눈이 맞았습니다.

 

괜스레 고개를 돌려 전시장 중간에 있는 조소(彫塑)로 눈길이 갑니다. 기도를 드리는 듯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릎을 꿇어 아예 아래는 보이지 않고 간절한 소원이 두 손이 하나로 모여 황톳빛을 벗어나 닳고 닳아 하얗습니다.

 

다른 조소 작품들이 걸음 걸음마다 작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뜻을 생각해 보라 권하는 듯합니다.

 

전시장을 나설 때 분홍빛 장미가 일상 속으로 가는 우리를 배웅하며 삶의 향기를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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