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엿장수 맘대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지운다-‘박장길 작품전 Nocturne Series’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4. 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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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입에서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
2003년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수랏간 최고 상궁에게 한 말입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미래에 대궐 요리사가 될 어린 나인들에게 고기를 먹이면서 양념 된 재료를 맞추는 장면입니다. 절대 미각은 누구나 될 수 없지만 그림 감상에는 절대(?)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스스로 느끼며 감상하는 게 제일입니다. 4월 18일부터 30일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열리는 <박장길 작품전‘Nocturne Series’>을 관람하며 느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밀양아리랑아트센터는 밀양아리랑대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시 관람을 핑계로 찾을 때면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아 공원을 기분 좋게 산책하곤 합니다.
 

기분 좋게 산책을 마치고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전시장 앞에는 언제나 힘 솟게 하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해가 지는 무렵이면 서녘으로 햇살을 향해 손짓하고 나아가자가 용기를 불러주는 듯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그의 대표작이 입구 한쪽 벽면에서 먼저 반깁니다. 저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나 습관 등이 있습니다. 저는 정 순서대로 둘러본 뒤 본격적으로 역 방향에서 다시 둘러보는 편입니다. 이번 작품은 몇 번을 역방향과 정방향으로 봐도 어렵습니다.
 

커다란 화선지에 붉게 또는 푸르게 물들인 느낌입니다. 작품들은 여럿인 듯 하나입니다. 작품명은 하나 ‘Nocturne Series’입니다. 연작이기 때문입니다.
 

반듯반듯 손바느질을 해놓은 밥상을 덮은 조각보처럼 전시장에 펼쳐져 있습니다. 늦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께서 차려 놓은 밥상을 덮은 보자기를 닮았습니다. 조각보를 들면 그 안에 입 안 가득 침샘이 솟구치는 밥과 반찬이 한 가득 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내기가 끝난 들판에서 벼들이 익어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조각보는 때로는 솔바람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고 피리 소리를 전하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맘대로, 엿장수 맘대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지웁니다.
 

그러다 어느새 단숨에 차로 산 정상에 올라 발아래 풍경을 보는 기분입니다. 일하지 않고 끼어든 밥상처럼 송구스러운 모습입니다.

송구스러운 마음에 미술해설가 김명희(밀양문화재단)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추상화란?
작가가 의도하는 게 선이랑, 색이랑 그런 걸로 구성되어 형태를 알 수 없는 그림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산과 나무 또는 찾고자 하는 의미가 없지만 작가는 그 무언가를 보여주고하 하는 그림입니다.
 
전시 작품은 따로따로 봐야 하나 아님 전체로 봐야 하나?
지금 박상길 선생님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추상 작품의 연작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여기 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작품은 거의 한 가지의 이미지와 의미로 표현하고자 하셨습니다.
 
작가가 어떤 이미지를 우리에게 남겨주려고 한 것인가?
우리가 밤에 듣는 야상곡 음악(NOCTURNE)에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색감이랑 블루랑 화이트, 옐로우, 레드 이런 걸 가미해서 어떠한 조각을 짜 맞추고 싶어 했습니다.
 
작품들은 모두 물감에 톱밥을 섞었다고 하는데?
아크릴 물감에 톱밥을 아주 가늘게 개서 일부러 거칠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질감이 우리 전통한지를 보는 것 같은 질감을 표현하고자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의 작가가 부친이랑 문 종이를 바르던 그 추억을, 한지의 느낌이 오랫동안 본인의 잔상에 남아 있어 그걸 문 종이로 표현한 셈입니다.
 
추상화 감상 팁이 있는가?
추상화 감상은 이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 가이드라인을 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느껴서 저장하는 게 좋은 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명이 감상한다고 해도 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작품이 많이 걸렸지만 떨어져 있으면 한 작품 감상하고 다음 작품으로 가는 동안 생각을, 되새김질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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