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도 작은 역사(驛舍가 있다- 옛 하동역
느닷없이 외로움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슬렁어슬렁 걷으면 좋습니다. 시린 마음에 건네는 위로 받으러 옛 하동역을 찾았습니다.
하동읍 입구에 있는 옛 하동역은 이제 이름이 지워져 없습니다. 상앗빛의 벽면에는 새참을 먹는 사람들의 넉넉한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건물은 덩그러니 있습니다.
1968년 진주~순천 경전선의 개통으로 문을 열었던 하동역은 48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새 역사(驛舍)에게 내어주고 숨죽였습니다. 옛 하동역사는 굳게 문이 닫혔지만, 옆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플랫폼 앞에는 ‘경전선 전통(慶全線 全通)’이라는 표지석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1968년 2월 7일이라 적힌 글귀가 당시를 말합니다. 경전선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사이에 부설된 철도를 말합니다.
플랫폼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진상과 횡천으로 오가는 중간에 있는 하동의 표지판이 선명합니다. 주위를 서성입니다.
‘~한 때의 시간은 멈추고/ 한 때의 시간은 흐르고/ 완행열차와 급행열차가/ 가끔씩 플랫폼을 흩어버리는/작은 역사 안에서 서성인다//~’
괜스레 조문환 사진 시집 『반나절의 드로잉(구름마 출판사)』 에 있는 <내 안에도 작은 역사(驛舍가 있다>가 떠오릅니다.
가을걷이 끝난 들녘 너머로 새 역사(驛舍)가 보입니다. 플랫폼 주위는 새로이 공원으로 단장을 마쳤습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사이로 걷습니다.
봄이 오는 날 옛 하동역에 들어서면 흐드러지게 피던 벚나무의 민낯 사이로 산책로가 걸음을 부릅니다.
읍내 걷습니다. 저만치에 섬진강을 가로지른 다리가 보입니다. 세상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느낌입니다. 바람마저 달곰합니다.
다시금 플랫폼으로 향하다 폐철도 위를 흔들흔들 걷습니다. 중심을 잃고 몇 번 넘어질 듯 아슬아슬 걸었습니다. 어릴 적 개구쟁이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가을을 붙들고 있는 단풍잎의 붉디붉은 열정이 두 눈 가득 들어옵니다. 덩달아 몸 안에 기운이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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