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여행, 봄날의 순간이 자늑자늑 흐르는 통영 남망산 시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4.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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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를 걸어도 싱그러운이 넘실거리는 통영 남망산공원 산책로

 

느닷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 요즘입니다. 어디로 가도 좋을 때이기도 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 벗어나 쉼표하나 찍을 수 있는 곳이 통영시 남망산공원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빙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봄날의 순간을 자늑자늑 느끼고 싶다면 공원 내 통영이 낳은 두 시인의 시비(詩碑)를 찾아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것도 좋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통영시민문화회관

 

강구안을 지나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면 통영시민문화회관이 나옵니다. 근처에 차를 세우자 꽈배기 모양의 조형물이 나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입구에 있는 박종배의 <물과 대지의 인연>

 

박종배의 <물과 대지의 인연>이라는 청동 작품입니다. 순환을 상징하는 원()이 서로 맞물린 모양새가 이 세상 모두는 서로 돌고 돈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강구안

 

괜스레 순환이라는 화두(話頭)를 받은 수도승(修道僧)이 된 듯 거닐다 저만치에서 아름드리나무가 반겨주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나온 길이 보입니다. 강구안이 와락 안깁니다.

 


1950년대 통영 시내와 비교할 수 있는 전시물이 놓여 있는 통영 남망산공원

 

1950년대 통영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는 전시물이 놓여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유치환 시인의 시비

 

걸음 몇 걸음 더 옮기자 유치환 시인의 시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내 유치환 시비에 적힌 <깃발>을 따라 읊조리면 어느새 하얀 백로가 되어 푸른 통영 바다 위를 날아오르게 한다.

 

이것은 /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시작하는 <깃발>이라는 시입니다. 찬찬히 글자를 따라 읊조립니다. 펄럭이는 깃발은 어느새 하얀 백로가 되어 푸른 통영 바다 위를 날아오르게 합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은 나무 그늘이 깊다.

 

시가 주는 여운을 담은 채 공원 속, 산속으로 더 걸음을 옮깁니다. 한낮인데도 해가 드문드문 나무 사이로 비칠 정도로 나무 그늘이 깊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내 진달래


통영 남망산공원 내 겹 동백

 

깊은 나무 그늘 사이로 진분홍빛 진달래들이 초롬하게 어서 와라 인사를 건넵니다. 진달래에게 인사를 건넨 뒤로 겹 동백 한 송이가 그런 저를 몰래 바라봅니다.

 


통영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통영바다

 

어디로 가도 싱그러움이 넘치는 남망산입니다. 바다와 하늘의 푸른 빛이 넘실거리는 방향으로 향하자 초정 시비와 봉선화 시비 이정표가 나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내 심문섭의 <은유-출항지>.

 

널따란 터 한쪽에 검은 기둥 몇 개가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심문섭의 <은유-출항지>라는 작품입니다. 출항지의 빈 배와 만선의 꿈을 안고 미지의 지점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인간의 여정을 바다와 배의 이미지로 담았다고 합니다. 작품 설명을 들으니 검은 기둥들은 배로 바뀌고 덩달아 바다로 나가는 어부가 된 양 설렙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김상옥 시비

 

조각작품 너머로 하늘과 푸르게 맞닿은 통영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푸른빛에 몸과 마음은 물듭니다. 저만치 서 있는 시비 안내판을 따라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가자 햇살이 곱게 드는 자리에 시비가 있습니다.

 


통영 남망산 공원 김상옥 시비 앞 돌의자에는 시가 적혀 있다.

 

시비 앞에는 시가 적힌 돌의자가 있습니다. 햇살에 샤워하듯 앉아 캔커피를 마십니다.

 

마치 시인인 양 시비에 적힌 김상옥의 <봉선화>를 읽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김상옥 시비에는 대표작 <봉선화>가 새겨져 있다.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 집을 그리시고 /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누나//”

 

시를 읽자 몸과 마음을 방금 맑은 물에 헹군 듯 개운합니다. 시비 사이 기다란 틈새로 푸른 나무 사이를 지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토니 아워슬러(미국)<감시초소>.

 

시비 앞에서 시를 읽는 저를 마치 감시하는 듯한 초소가 뒤에 있습니다. 토니 아워슬러(미국)<감시초소>라는 작품입니다. 그런 <감시초소>도 동백이 그대로 뚝뚝뚝 떨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는가 봅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곳곳에 동백나무가 심어져 붉은 피덩어리 같은 동백이 뚝뚝뚝 떨어져 걸음을 붙잡는다.

 

문득 붉은 핏덩어리 같은 / 동백꽃 꽃말을 // 오늘에야 / 뒤늦게 알았다 / '그대만을 사랑해'//~ / 단 한 사람을 위해 / 온 마음을 모아 살았기에 // 저리도 붉게 / 저리도 뜨겁게 // 활활 불꽃이 되었네 / 불타는 심장 되었네//”라는 정연복 시인의 <동백꽃>이 떠올랐습니다.

 


통영 남망산공원 숲속 산책길은 통영이 낳은 시인들의 시비와 함께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게 한다.

 

남망산 공원의 풍광에 더해 통영이 낳은 시인들의 시들이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여운을 안고 공원 내 숲길을 걷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밟히는 계절을 온전히 느낀 하루입니다.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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