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 명소, 나만 알고 숨겨 두고 싶은 산청 소남리 권씨 고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4.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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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스멀스멀 퍼진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은 새싹들의 솟구침에 화들짝 놀란다. 성큼 다가선 봄기운과 함께 햇살처럼 따사로운 풍광을 찾아 길을 나섰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으로 곧장 가는 길에서 잠시 옆으로 빠졌다. 소남리 버스 정류소에 이르자 숨을 골랐다.




정류소 옆으로 지나온 목면 첫 재배지에 관한 벽화가 햇살처럼 따사롭게 그려져 있다.




소남리라는 큼직한 표지석이 나오는 사이로 동촌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월정(月汀) 권갑용(權甲容) 비가 서 있다. 내가 찾아가는 산청 소남리 권씨 고가 (山淸召南里權氏古家)의 소유주였던 이의 행적이 적혀 있다.




마을 한가운데 골목길 끝에 권씨 고가가 자리 잡고 있다.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164호로 지정된 권씨고가는 안채와 사랑채, 헛간채가 석삼자 형태로 앞뒤로 나란히 배치되었다고 하는데 헛간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집을 힘겹게 사고는 엄청 좋아하시더라는 시어른을 회상하는 할머니 덕분에 가옥으로 쉽게 들어갔다.




사랑채는 정면 6칸, 측면 2칸으로 한가운데 2칸의 대청을 중심으로 앞뒤로 문을 만들고 양옆에 방을 만들었다. 사랑채를 약간 경사진 옆으로 돌아가면 안채가 나왔다.




안채는 일자형으로 정면 8칸, 측면 2칸 맞배지붕 집이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정면 6칸이었다. 양옆에 부섭지붕을 달고 서쪽에 부엌에서 사용하는 광을 증축하고 동쪽에 누(樓)마루 형식의 대청을 만들어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는 쓰임이 없는 안채 부엌 옆에는 구룡천(九龍泉)이란 우물이 있다.




흙돌담 뒤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대나무 사이에서 내려다본다.




마루에 앉아 잠시 스쳐 지나는 바람을 온전히 느꼈다. 사랑채 지붕에 햇살이 반짝 일렁인다. 바람이 소곤소곤 지난다.

마실가듯 소풍 가듯 가볍게 찾은 고택에서 겨우내 무거워진 마음을 비웠다. 평화롭고 고즈넉해서 마음의 위안이 되는 마을과 고택을 나만 알고 숨겨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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