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근 13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 부는 시원한 바람 저만치 흔들거리는 초록빛 나무에서 우리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들의 노래가 울립니다. 연둣빛 나무를 지나온 바람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납니다. 성심원에 때아닌 바람이 붑니다. 4월 29일, 산청 성심원 강당에서 나를 찾아가는 시 낭송> 여덟 번째 시간이 시 낭송가이자 시인이 김태근 선생님을 모시고 열린 날, 우리는 모두 부채를 선물 받았습니다.무더운 여름에는 부채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부채를 선물하며 마음에 바람을 전합니다. 무더위 잘 견디라는 뜻도 있겠지만 나쁜 기운도 날려 버리라는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이날은 모두가 좋아하는 시 구절을 부채에 옮겼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시에는 스스로에게 무더위 잘 견디자는 다짐과 함께 나쁜 기운도 날려 버..

경남이야기 2025.04.30

산청성심원 "앉은 자리가 꽃자리"

앉은 자리가 꽃자리봄은 향기로 오지 않습니다. 봄은 시와 함께 왔습니다. 성모상 주위로 영산홍이 분홍 분홍 빛나는 날, 성심원 강당에서는 꽃자리가 펼쳐졌습니다.4월 22일, ‘나와 마주하는 시 낭송’ 일곱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읊습니다.시어가 입을 떠나 강당을 채울 때 순간 이동하듯 꽃자리로 변했습니다. 시를 읽습니다. 글자가 시어로 변해 우리 입안에서 강당을 헤엄칠 적마다 봄 내음이 퍼집니다. 싱그러움이 퍼집니다. 입안에서 시를 따라 향으로, 봄 향기로 은은하게 흩뿌려집니다.눈이 침침하다고, 글자를 모른다고 손사래를 쳐도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시를 읽습니다.덩달아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이 시인의 마을로 변합니다. 앉은 여기가 꽃자리로 변합니다.한 자, 한 자, ..

경남이야기 2025.04.27

산청성심원, '다시 꿈꾸는 사람들'

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 봄에 피는 건 꽃과 나무만이 아닙니다. 여기 시를 읊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시 꽃이 피어납니다. 덩달아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곁에서 시를 읽는 동료의 시를 듣고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그윽한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15일 성심원 강당에서 열린 시 낭송 나와 만나는 시간> 여섯 번째 시간에서 저는 보고 느꼈습니다.지난 시간에 병원에 간다고, 매점 일한다고 빠진 분들은 먼저 나무토막에 열심히 마음에 드는 시구절을 옮깁니다.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끝나고 다들 시를 읊습니다.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첫사랑을 하고 싶다는,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바람들이 기분 좋게 쏟아졌습니다.“‘다..

경남이야기 2025.04.20

산청성심원, 자꾸만 심장이 쿵쿵~ 시를 알고 봄을 앓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3월 18일, 어둠을 헤치고 출근하는 우리를 하늘에서 하얀 눈으로 반겨주었습니다.‘자꾸만 심장이 쿵쿵거렸다 / 너를 보면 또다시 쿵쿵~(김태근 ’봄 앓이‘중)’ 때아닌 춘삼월 눈에 놀란 가슴은 쉼 없이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눈은 땅에 닿자 말자 스르륵 녹았습니다.아침에 내린 눈과 달리 정오를 지나자, 노릇노릇한 오후가 밀려옵니다. 그럼에도 성심원 강당에는 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로 새로운 가슴과 가슴으로 시를 하는 어르신들이 모여들었습니다.이날은 김태근 시인이자 낭송가께서 참가자들에게 반가운 시집 한 권씩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일일이 직접 적은 ‘시처럼 봄비처럼~’ 응원의 문구와 함께….이웃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늘 성당에서도 텃밭에서도, 오가는 길에서..

경남이야기 2025.03.25

“시 한잔할 시간(詩間) 있으세요?”

지금 성심원은 초록초록합니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듯 마당에서 먼 산까지 하나의 물결, 푸른빛으로 덧칠 중인 초록 바다입니다. 유월 십팔 일 강당에서 ‘성심원 시립대(시로 일어나는 대학)’ 1기생 시 낭송 발표회가 있습니다. 시립대 1기생은 사 월 이 일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 문을 열어 열두 번째의 시간을 품었습니다. 시립대 1기생은 시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6월 18일, 성심원 강당에서 시 한잔할 시간(詩間)을 내어 주십사 간청합니다. 시립대 1기생들과 함께 초록의 표정을 가슴에 담아 시 읊는다면 우리는 모두 시인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 시인의 마을입니다.제13회 경상남도교육청 산청도서관 찾아가는 마음치유 시낭송 - 성심원 편, 성심원 시립대 1기생 발표회 안..

경남이야기 2024.06.12

성심원 시 낭송9-“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온 봄이 갑니다. 저만치 다가오는 여름은 주위를 녹색으로 통일시키고 있습니다. 농익어가는 여름이지만 시원한 성심원 강당에서는 더위를 잠시 잊는 아홉 번째 시간이 5월 28일 열렸습니다.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을 기다리며 학생들처럼 예습하듯 유튜브 영상 속 시 낭송을 듣고 봅니다. 남편 간병한다고 40일 동안 성심원을 떠나 있어 자연스럽게 시 낭송 프로그램에도 결석한 어르신도 이날은 선물을 받았습니다.자신이 좋아하는 시구를 쓴 나무 조각을 받았습니다.또한,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낼 바람을 부채에 담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중에서)’오늘 처음 시 낭송에 참석한 참가자를 위해 짝지에게 가르쳐주는 모습이 다정합니다. 문득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카테고리 없음 2024.06.02

성심원 시 낭송8-“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햇살이 겨겨이 쌓인 이파리들이 하늘을 푸르게 덮는 요즘입니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합니다. 어디론가 떠나라 등 떠미는 듯한 바람의 인사가 달곰합니다. 그럼에도 반갑고 고맙고 기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 분들이 있습니다. 5월 21일, 성심원 강당에서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여덟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매주 한 번씩 시 낭송을 핑계로 강당에서 보고, 텃밭에서도, 읍내 장에 가는 차 안에서도 수시로 보는 얼굴이면서도 시 낭송 시간에 만나는 인연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어르신들. 4월 2일부터 시작한 시 낭송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날 반장을 가위바위보로 선출했습니다. 6월 18일 마지막 날, 시낭송회 때 어떤 시를 한잔씩 마실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이날은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읊었습니다.“..

경남이야기 2024.05.26

우리는 성심원 시립대 1기생

“동경대가 무슨 준말인지 아세요?”동네 경로당 대학의 줄임말이라는 유쾌한 아재 개그 덕분에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프로그램> 일곱 번째 날(5월14일)은 활짝 핀 꽃처럼 웃었습니다.덕분에 우리는 모두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시(詩)로 일어나는(立) 대학교 학생으로 변했습니다. 본격적인 시 낭송 수업에 앞서 모두가 고마운 시 낭송 스승인 시 낭송가인 김태인 시인을 위해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덕분에 진정한 사제 간으로 거듭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날은 장시하 시인의 돌아보니 모두가 사랑이더라>를 읊었습니다.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잘못이더라 /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욕심이더라 /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허물뿐이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경남이야기 2024.05.18

성심원 시낭송6 - 마음을 보듬는 치유 냉커피 한잔~

목마름을 느낄 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목을 축이고 정겨운 이들과 이야기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성심원에는 바쁜 일상 속 쉼표 같은 시간이, 한낮의 열기를 잠시 잊게 하는 냉커피 같은 있습니다. 5월 7일 성심원 강당에서 여섯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이날은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의 자작시 를 함께 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다시’라는 말 속에는 무한한 꿈이 들어있다. ~ 다시 다시 시작하자” '다시'를 입 안에서 뱉었을 뿐인데 힘이 솟는 주문으로 바뀝니다. 다시 잊고 지냈던 다짐을 이어가겠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시 구절을 옮겨 적는 동안 생명의 기운이 넘칩니다. 가슴 한 켠에 꼬깃꼬깃 접어놓았던 고민거리마저 내려놓습니다. 오늘은 나무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 구절을 옮겼습니다. 덩달아 마음도 시..

경남이야기 2024.05.10

성심원 시낭송5-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오후 2시. 어디로 놀러 가도 좋은 때입니다. 그럼에도 4월의 마지막 날 성심원 강당은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생활복지팀 찾아가는 마음 치유 시 낭송> 다섯 번째 시간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먼저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용혜원 시인의 시를 일일이 노란 종이에 옮겨온 시 낭송가 김태근 시인 덕분에 모두가 시 한 편을 읽으며 우리의 마음을 정갈하게 씻습니다. 시를 먹는 시간입니다.  또한,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쑥스럽다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서 참가자에게 행복이 퍼져 갑니다.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가는 마법의 시간입니다.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유튜브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시 낭송을 두 귀로 보고 듣습니다. 몸과 마음을 비워둡..

경남이야기 2024.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