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을 꾸는 사람들
봄에 피는 건 꽃과 나무만이 아닙니다. 여기 시를 읊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시 꽃이 피어납니다. 덩달아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곁에서 시를 읽는 동료의 시를 듣고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그윽한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15일 성심원 강당에서 열린 시 낭송 <나와 만나는 시간> 여섯 번째 시간에서 저는 보고 느꼈습니다.
지난 시간에 병원에 간다고, 매점 일한다고 빠진 분들은 먼저 나무토막에 열심히 마음에 드는 시구절을 옮깁니다.
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끝나고 다들 시를 읊습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첫사랑을 하고 싶다는, 파일럿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바람들이 기분 좋게 쏟아졌습니다.
“‘다시’라는 말속에는 무한한 꿈이 들어 있다 / 다시 꿈을 꾸자 / 다시 처음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자//~”
낭송가이자 시인인 김태근 강사의 시를 따라 읽고 우리 내뱉는 말속에는 꿈들이 송골송골 맺혀 강당을 그득 채웁니다.
나 자신을 다독이듯 토닥토닥 토닥입니다. 그저 손바닥으로 가슴을 살짝살짝 부딪쳤을 뿐인데 세상의 근심이 사르륵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여러 시들 중에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을 스케치북에 옮겨적습니다. 눈이 침침하다, 글씨가 엉망이라며 손사래를 치시던 어르신들도 주위의 권유에 삐뚤삐뚤하지만 올곧은 시심을 옮겨 적습니다. 시심이 머문 자리에는 봄꽃이 피어나듯 행복이 밀려옵니다.
옮긴 시 구절을 곁에 앉은 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수줍다. 하시면서도 조심조심 시를 읽습니다. 읊는 분들을 바라보는 곁에 앉은 어르신들의 눈에서 그대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서로가 읽어주는 시에 두 귀를 열자, 강당에는 존중과 존경의 눈이 오고 갑니다.
다음 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열심히 외워 오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아흔둘의 최영임 어르신은 정현종의 ‘방문객’을 공부해 오신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의 과거와 현재와 /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최 루시아 어르신이 다음 시 낭송 시간에 들려줄 <방문객>이라는 시를 따라 어르신의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분의 일생이 우리 곁으로 올듯합니다.
어릴 적 가난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공부를 스무 살로 돌아간다며 열심히 하고 싶다는 바람은 지금 시 낭송을 만나 열매를 맺고 있는지 모릅니다.
켜켜이 쌓인 시 이야기 따라 여기 성심원 강당의 시간을 느리게 흐릅니다. 시 읊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절로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한편, ‘나와 만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은 산청도서관(관장 이은경) 상반기 평생학습과 별밤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산청도서관이 산청성심원(엄상용 원장 수사)과 함께합니다.
※어르신들의 허락을 받아 사진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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