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봄은 이미 노랗게 가슴속을 채운다- 산청 경호강 유채꽃밭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4.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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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처지가 예쁘게 노랗다. 경호강변을 따라 일렁이는 노란 물결에 꽃 멀미가 날 지경이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경호강변에 유채꽃이 강변 따라 일렁인다.



4월 20일, 당직이라 출근이 늦은 시각인데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산청군 신안면과 단성면의 경계에 있는 경호강을 건너자 열었던 창문 너머로 꽃향기가 밀려온다. 단성고등학교 근처에 차를 세웠다.



단성교 아래 경호강 둔치에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왼편의 백마산과 오른편의 적벽산을 가로질러 흐르는 경호강 사이로 노란 물결이 뛰따라 흐른다. 강변에 심어 놓은 유채꽃은 산청의 보석처럼 반짝인다. 내 두 눈 앞에 펼쳐진 산과 강, 들은 너무도 아름답고 좋다.



경호강을 너머에 있는 적벽산이 잿빛 하늘 속에서도 연둣빛으로 빛난다. 적벽산 바위들은 더 멋있다. 중국 시인 소동파처럼 적벽부 뱃놀이를 흉내 옛날에 배를 띄우고 적벽산의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얼마나 놀기 좋은 곳이면 한때 이곳이 강성군이던 시절 태수가 밤에 배를 띄워 기생을 끼고 놀면서 적벽산에서 떨어진 돌에 배가 뒤집히고 인장을 잃어버려 파직된 적도 있다고 한다.



오른쪽 강 너머 적벽산을 벗 삼아 유채꽃이 심어진 강변 따라 백마산쪽으로 걸었다. 유채꽃 꽃말처럼 명랑하고 쾌활해지는 기분이다. 강변 따라 걷는 동안 일상 스트레스가 강바람 따라 훌훌 날아가 버린다. 한차례 강바람이 지난 뒤에 꽃바람이 다가온다. 내 가슴이 덩달아 설렌다. 향기도 빛깔도 딱 봄이다.



노란 물결이 끝날무렵 백마산이 나온다. 백마산은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진주성과 인접한 이곳에 여러 차례 싸움이 있었는데 무더운 여름 침공한 일본군은 성안에 물이 부족하면 항복할 것이라 믿고 성을 포위했다. 이때 지혜로운 장수가 말 한 필을 바위 끝에 세우고 쌀을 퍼서 말 등에 뿌리자 멀리서 보기에 말 목욕 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왜적은 험준한 성안에 물이 풍부하다며 포위를 풀고 퇴각했다고 한다. 이때 성안의 사람들과 말이 일시에 경호강에 내달려 물을 마시자 세 치나 물이 줄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때부터 이 산성은 백마산성이라 불렸다고 한다.



가만히 백마산의 풍경과 유채꽃 향기에 취할 무렵 발아래 손톱보다 작고 앙증스런 벼룩나물이 나 보란 듯이 꽃 피웠다. 허리를 숙여도 잘 보이지 않고 거의 주저 듯이 낮에 몸을 낮추고 녀석의 재롱을 보았다.



녀석의 재롱에 걸음을 멈췄을 때 백로 한 마리 한가로이 날갯짓하며 유유자적 난다. 백로가 날아간 그곳에는 이어달리기하듯 강을 따라 노랗게 핀 유채꽃들이 강물에 비춰 은은한 수채화를 만든다.



가져간 캔커피 뚜껑을 “따악” 따자 근처에서 쉬고 있던 꿩 한 마리 놀랐는지 푸드덕 힘찬 날갯짓으로 솟구쳐 사라진다. 꿩이 사라진 곳에는 하얀 냉이꽃이 피었다.



경호강의 푸른 물결 위에 노란 유채꽃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강 너머 적벽산과 백마산이 초록빛을 뿜어낸다. 봄은 이미 노랗게 가슴속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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