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느릿느릿 걸으며 살금살금 다가온 봄도 마중하는 곳- 산청 생초 늘비물고기공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4. 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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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는 입구는 온통 핑크빛이다. 꽃잔디가 흐드러지게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시외버스정류장 앞에는 늘비물고기촌이라는 간판 위로 물고기가 축구공을 꼬리로 차는 조형물이 있다. 산청군 생초면 늘비공원이다. 하얀 쌀밥이 옹기종기 붙은 형상인 돌단풍이 화단 속에서 반긴다. 녀석에게 잠시 마음을 준 뒤 그늘막 아래 긴 의자에 앉았다. 오가는 차들은 무심한 듯 지나간다.

 

밥알같은 꽃들이 알알이 박힌 박태기나무가 내 뒤편에서 진보랏빛으로 웃는다. 개나리와 앞다퉈 피었던 벚꽃은 이미 지고 난 뒤지만 쏠쏠하고 아담한 풍경이 마음 넉넉하게 햇살과 함께 걷게 한다. 강둑으로 올랐다. 오른편 지리산에서 발원한 엄천과 덕유산에서 발원한 위천이 서로 만난 경호강을 벗 삼아 둑을 걸었다. 바람이 살포시 어루만지고 간다. 발아래는 제비꽃들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개나리들이 노랗게 쫑쫑 거린다.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것처럼 고소하고 귀여운 조팝나무 꽃가지가 바람에 춤춘다. 꽃들이 봄바람에 춤을 추는 너머로 이수동의 <동행>이라는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무 나무 같아서 그 10,/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덕분에 내 가슴 속에 사라지지 않는 꽃향기를 품었다. 꽃사과들의 배웅을 받으며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공원을 계속 거닐었다. 공원 가운데에 이르자 다시금 생초물고기 마을을 알리는 글자 사이로 물고기 조형물이 나온다.

 

앞에는 민물고기 마을 유래가 새겨진 돌이 있다. ‘지리산 청정수를 담아 거울같이 맑고 푸르다는 경호강을 끼고 있는 생초면은 깊고 큰 소()가 여러 개 있다. ~ 쏘가리, 꺽지, 피라미, 잉어 등 다양한 물고기가 많이 잡히며~ 대를 이어~민물고기 전문 식당이 형성되어 민물고기 마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뒤편으로 옛 국도 3호선을 따라 민물고기 전문 식당들이 즐비하다



수족관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은빛이 빛난다. 큰 애를 가졌을 때 아내를 위해 피라미 튀김을 먹었던 옛 추억에 입가에 침이 고인다. 처가 식구들과 이곳에서 어탕국수를 먹었던 기억까지 더불어 일어나면서 걸음을 차마 옮길 수 없었다.

 

근처 정자 옆에 있는 연둣빛으로 새순을 돋은 느티나무 아래에 앉았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가장 신비로운 순간을 함께하며 캔 커피를 마셨다.

 

느릿느릿 걸으며 살금살금 다가온 봄도 마중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봄과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나 자신이 고맙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피라미 튀김도, 어탕국수도 맛볼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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