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몰래 숨겨두고 싶은 곳, 그곳으로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함께 4월 5일 경남 진주에서 하동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사천 곤명중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고성산성 못 미쳐 ‘불무마을’이정표 따라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하늘은 잿빛으로 우중충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은 기분 좋다. 더구나 어머니가 걷기가 불편하지 않아 좋다. 조곤조곤 밀린 숙제하듯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회색빛 하늘을 품은 연못은 하늘 따라 잿빛이지만 주위에 심어진 버드나무들은 귀여운 초록빛으로 빛난다. 근처 밭에는 마치 하얀 냉이와 보랏빛 광대나물이 농부들이 정성껏 심은 듯 근처 뒤덮고 있다.
연못을 가로지른 나무로 만든 길을 가로질러 가고 싶었지만 잠시 미뤘다.
600년 넘은 소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소나무를 미끄럼틀 삼아 위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느라 껍질이 반들반들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나무에 넋이 나간 사이 발아래에는 파란 박하 색의 봄까치꽃이 나보란 듯이 옹기종기 피었다. 노란 수선화는 부끄러운지 살짝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샛노란 개나리와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하는 정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가져간 음료수를 마시며 봄을 보았다.
작아서 한눈에 쏙 들어오는 연못 풍경이 오히려 더 정겹다. 여기저기 산책을 겸해서 운동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들 너머로 갯버들의 연둣빛이 싱그럽다.
바람에 살랑이는 연두빛 갯버들 옆에는 진한 노랑의 유채꽃이 덩달아 바람에 살랑살랑한다. 유채꽃 옆에 있는 분홍빛 광대나물에 마음을 주고 있는데 어머니는 탐스러운 쑥에 미련이 많다. 아마도 인근에 많은 쑥을 캐서 저녁상에 국을 끓여 맛있게 식구들과 나눠 먹을 생각이셨나보다.
그런 어머니와 함께 노란 개나리들이 일렬로 쭉 서서 배웅하는 길을 아쉽게 뒤로 하고 산책을 마쳤다. 나만 알고 싶은 곳, 나만의 정원에서 어머니와 마실 가듯, 소풍 가듯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며 즐겼다. 하동 옥종면 불무마을은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언제나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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