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옆 차는 간밤에 한 일을 모른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2.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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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차는 간밤에 한 일을 모른다.

 

아침 8,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어제 저녁 8시에 나갈 때와 같은 곳에 그대로 주차했다. 옆 차들은 어제 내가 출근할 때와 똑같이 나란히 있다.

옆 차들은 간밤에 내 차가 뭐했는지 모른다.

 

오늘로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일하는 이번 달 밤샘 근무가 끝났다. 사흘의 밤 근무 중 첫날은 너무도 평온했다. 둘째 날은 날이 밝아오는 아침까지도 너무나 바빴다. 마지막 날도 무난하게 끝나는 듯했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 한 통화만 아니라면.

 

새벽 4시 요양원 내를 순찰하려는 내게 동료 여직원이 몇 분 전에 걸려온 구내전화 이야기에 놀랐다. 간호의무팀 사무실에서 구내전화가 걸려왔단다. 자정 무렵에 순찰할때 문 잠김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1층을 순찰했다. 그리고 구내전화는 말없이 끊어졌다.

 

밤 근무를 함께한 동료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새벽 4시쯤 도는 순찰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트를 켜고 1층부터 차근차근 3층까지 돌았을 것이다. 순찰하는 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다시금 1층 간호의무팀 내 약국, 주사실, 상처치료실 등의 사무실 문을 하나하나 문 잠금을 확인했다.

 

밤 근무 한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오늘은 왜 이렇게 순찰하는데 떨리는지. 문은 다 잠겨 있었다. 날이 밝아 라운딩 온 당직 수녀님께 구내전화가 새벽에 왔었다고 보고했다. 보고받는 수녀님이나 우리는 의아했다. 잠긴 사무실에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오전 7. 원내 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주간 근무자들에게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퇴근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고 곱다. 바람은 시원하다. 집으로 올라가는 데 피곤을 핑계로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에 비친 엉겨 붙은 머리의 수고한 나에게 격려의 기념사진 한 컷 남겼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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