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달밤에 체조? 달밤에 봄 기지개를 켰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3. 3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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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근무 사흘째. 밤 8시 20분. 집을 나섰다. 낮에 자는 동안 벚나무들이 그새 꽃을 더욱 피웠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휴대폰으로 찍었다.

 

차 안에서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북카페’를 들었다. 책 3편을 소개한다. 그중에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 를 듣는 동안 뜨끔했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척, 착한 척하면서 정작 편안하다고 익숙하다고 함부로 가족에게 말한 내가 미안하다. 책은 ‘내 편인 줄 알았던 가족이 왜 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왜 싸우고 후회하는 일상을 반복하는지 보여주고, 더는 사랑이란 말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소소한 말 한마디’부터 가족관계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말에 마음 속으로 밑줄을 쳤다.

45분을 내달려 도착한 직장. 차 안에서 마신 커피가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밤 근무 사흘이라 익숙해진 것인지 아무튼 평안하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아침 7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일한 당직자를 보냈다. 밤 10시 노인전문주택 ‘가정사’ 1,2,3동 돌아보기. 다행히 포근해서 걸어 다니기 좋다. 평균 연령 78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일찍 잠을 청하는 까닭에 불 끄진 집이 많다.

 

 

살금살금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도를 지났다. 반달의 기운에 흐트러지게 핀 봄꽃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걷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어제와 분명히 다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젯밤 마주한 풍경과는 또다른 그림이다. 하루가 지나면서 풍경은 차츰 바뀌고 있었다.

 

 

아침 7시 30분, 낮 근무자가 오기까지 몇 번의 라운딩과 아침 식사, 성당 미사 이동보조 등이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밤이 주는 풍경이 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게 한다. 봄밤 풍경 속을 걸으면 마음속 깊은 곳부터 파릇파릇한 봄 에너지가 차오른다. 직장에서, 밤 근무 중 봄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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