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아프다고 청춘은 아니다, 밑줄치다 포기한 책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4. 10.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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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청춘은 아니다, 밑줄치다 포기한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럼 내가 일하는 장애노인복지시설 어르신들은 모두가 청춘인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있다. 또한,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 강연에는 사람이 몰린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안 되지, 내 책임이 아니다라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힐링이라는 진통제로 위안받고 싶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행복에 우리는 목숨을 건다. 우리가 사는 목표도 행복이다. 공부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도 행복이다. 우리 사회는 온통 행복을 추구한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도 그런 부류의 책인 줄 알았다. 월간 <> 기자로 공무원 초봉의 절반도 안 되는 박봉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가슴이 명령하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라는 열정으로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를 창간하고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저자 오연호가 쓴 책에는 사이비 행복은 없다. 저자가 덴마크를 취재하고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밑줄을 치며 읽다가 포기했다. 글 전체가 밑줄을 쳐야 할 내용이고 귀담아듣고 실천할 거리를 찾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쓴 행복한 나라, 덴마크는 인구 약 560만 명으로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의 나라다. 사계절이 있지만, 날씨가 나쁘기로 유명한 곳이다. 빼어난 경치도 유명한 관광지도 없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행복지수에서는 세계 1위다. 그 이유가 뭔지 찾아보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출근길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덴마크 사람들. 식당 종업원으로 만난 사람도, 택시 기사도 자기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요즘 걱정거리가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딱히 걱정거리가 없다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하는 표정의 사람들. 마치 세뇌라도 당한 사람들처럼. 더구나 고소득자들도 받는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바보들일까. 실업하면 실업보조금을 받고 대학까지 공짜로 다니고 병원비가 평생 무료다.

 

덴마크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다. ‘해고는 살해라는 말이 무성한 우리나라에서 이 말은 직장을 다니는 내게 섬뜩한 말이다. 그럼에도 덴마크 사람들은 행복하다니. 놀리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덴마크에서는 기업에는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에서 유연성을 보장하고,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안정된 소득과 고용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인들은 밥벌이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요.”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노사간 신뢰에 강한 접착제 역할을 해 실업자에게 직업을 찾을 때까지 생활자금을 지원한다. 덴마크 시민이라면, 어떤 상황에 부닥쳐도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그저 얻은 게 아니다. 115년에 걸친 사회 주요 세력 간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다. 덴마크 노동시장의 헌법이라 불리는 1899‘9월 대타협의 결실이다. 100일이 넘는 대충돌이 대타협을 만들었다. 노동자는 노조 결성과 파업의 권리를 갖고 경영자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는 점이 대타협의 핵심이었다. 경영자는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한다. 그 이전까지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예사였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타협을 이룬 바탕은 신뢰. ‘신뢰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 우리가 숨 쉬듯 자주 접하는 단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지만 덴마크의 행복은 신뢰로 통한다. 신뢰, 좋은 말이다. 신뢰는 그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신뢰는 돈이다! 서로 신뢰하면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덴마크 사람들은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꺼이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이런 신뢰의 바탕에는 덴마크 사회는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라는 의식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교실에서 함께를 중요하게 여기듯 회사도 마찬가지다. 눈치 보지 않는 평등한 세상은 그저 얻는 게 아니다.

 

복지 게으름 병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다.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윤리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사회분위기가 복지 게이름 병을 예방하고 있었던 셈이다.

 

덴마크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신의 나라도 아니다. 다만,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나라 가운데 하나다.’라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학벌 따지는 사회, 숨 막히는 경쟁 구조 속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아이들을 부모의 마음과 위로만으로 안심시킬 수 없다. 그래도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있겠는가.’라는 끝맺음은 차라리 절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머리에서 가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길라잡이를 이 책을 통해 만났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나라 한다. 이제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두 발로 여행을 떠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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