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살아있네, 살아 있어~"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4. 3.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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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네, 살아있어

 

운동? 숨쉬기 운동! 숨쉬기도 운동 종류에 들어간다면 즐기는 운동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말하고 싶다.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시간 나면 산책을 좋아하고 걷는 것을 즐긴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운동경기라도 월드컵 때 축구. 한국시리즈의 야구. 올림픽 때 중계하는 종목들이 전부다. 그마저도 하이라이트로 경기의 고갱이만 모아 보여주는 스포츠 뉴스 시간은 즐겨보았다. 그런 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족들을 데리고 체육관에 다녀왔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 가족과 함께 야구장에서 무더위를 날렸다. 이번에는 경남 창원 사는 처제네와 함께 농구다.

 

아빠인 내가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도 즐길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 아쉬움은 없다. 다양하게 겪어보게 하고 싶었다. 20여 년 전에는 일 때문에, 또는 그저 재미나서 농구장도 찾고 텔레비전 중계도 즐겨보았다. 허재니 이충희니 하는 스타 선수들이 지금은 감독으로 만나니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지만 나 역시 한때는 그런 선수들의 멋진 경기에 가슴이 뛰었다. 어느새 잊고 살았다.

 

31,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저녁. 경남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불과 1시간 거리에 창원 처제네에 이르렀다. 이사를 앞둔 처제네 식구들과 시원한 맥주에 치킨을 안주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처제네에서 빈둥거리다 집을 나섰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아이들은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어른을 뒤로하고 시장통 노점에서 어묵이 아니라 오뗑을 먹는다.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세 개다 되었을 즈음 아내와 처제도 합세다.

 

 

처제네 아파트에서 프로농구가 열리는 창원체육관은 걸어서 10여 분 거리. 경기장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기로 하고 근처 전통시장에서 김밥을 비롯한 먹거리를 사기로 했다. 어제와 달리 비 그친 3월의 하늘은 바람도 시원한 봄날이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아이들은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어른을 뒤로하고 시장통 노점에서 어묵이 아니라 오뗑을 먹는다.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세 개다 되었을 즈음 아내와 처제도 합세다. 아랫동서가 김밥을 챙겨왔다. 빵집 앞에서 마늘바케트 빵을 골랐다. 닭강정은 돌아오는 길에 사기로 하고 경기장으로 일행 9명은 걸었다.

 

창원체육관 앞에는 봄 햇살 만큼이나 상쾌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공놀이로 일요일을 즐기고 있었다. 매표소 앞의 긴 줄에 나만 섰다. 나머지 가족들은 근처에서 마실 거리를 사고 입장을 준비했다. 체육관에 들어섰다. 좌석 찾기도 어렵다. 사람들 물결 속에 경기 시작이 다가와 이미 입장을 마친 선수들을 소개하는 장중 아나운서 소리와 관중들의 응원 소리에 멍했다.

 

 

 

창원LG와 서울SK프로농구 경기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아이들은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어른을 뒤로하고 시장통 노점에서 어묵이 아니라 오뗑을 먹는다.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세 개다 되었을 즈음 아내와 처제도 합세다.

 

겨우 자리를 앉고 보니 절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옷 벗어라~”

사람들의 열기에 겨울 잠바는 거추장스럽다. 연신 땀을 흘리는 막내.

여섯 명이 아니네~”

농구경기장을 처음 찾은 아내는 농구선수가 다섯 명이라는 사실에 놀란 모양이다. 한때는 텔레비전 중계 등으로 허재와 이충희 선수를 응원했던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창원LG와 서울SK프로농구 경기, 창원LG가 11연승으로 이겼다.

 

 

홈팀 응원단이 자리 잡은 곳에 위치한 까닭에 응원단장의 구령에 맞춰 손뼉 치랴 경기 구경하랴 바빴다.

둘째는 나름으로 열심히 응원단 따라 일어서기도 하고 응원 구호도 곧잘 따라한다. 첫째는 손을 무릎에 받쳐 꼬고 옆으로 살며시 틀어 앉았다. 심사석 심사 위원처럼 농구경기 심사하는 모양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우리가 응원하는 창원LG가 리드를 잡고 이겼다. 공이 림 속에 빨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몸은 일어나 두 손을 불끈 쥐게 하고 ~ 잘한다~”하는 고함이 절로 나왔다.

비록 4쿼터에서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연달아 실책을 범해 역전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게 하였지만. 결국, 역전 한 번 허용하지 않고 이겼다. 11연승 승리의 함성에 함께했다. 막내는 덥다고 짜증 내더니 2쿼터 끝나고 아내가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칼싸움에 이어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 머리에 풍선 막대로 내리치기.

 

 

경기 끝나고 나와 다시 처제네로 가는데 아이들은 응원 풍선 막대로 칼싸움이다. 나도 함께 풍선 막대로 칼싸움했다. 아이들이 나를 집중 공격한다. 에라이 모르겠다며 사방팔방으로 막 휘둘렀다. 아이들은 내꼴이 우스운지 까르르 웃는다. 칼싸움에 이어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 머리에 풍선 막대로 내리치기. 막내와 가위바위보 진검승부, 바위를 내었는데 녀석은 가위다. 냉큼 녀석의 머리에 풍 선막대로 내리치고 치사빤스처럼 내달렸다.

나 잡아봐라~”

경기장에서 처제네까지 걸어가는 20여 분의 거리. 큰 애는 아내와 오늘 경기를 비롯해 학교생활 등을 소재로 다정한 연인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조곤조곤하는지 장난치는 나와 아이들에게는 곁눈질도 하지 모자의 모습이 부럽다. 봄 햇살처럼 따뜻했다.

창원에서 진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경기관람 평을 들었다. 중학교 2학년인 큰 애는 홈구장이라도 홈팀만 너무 일방적으로 응원하면 원정팀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있겠냐고 한다. 특히, 상대편이 공을 잡고 슛을 시도할 때 야유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녀석의 생각이 내보다 더 넓네. 둘째는 경기규칙이 낯설다고 하고 막내는 고개를 옆으로 기운 채 잔다. 아내도 조수석에서 잔다.

살아있네 문··!”

응원구호가 내 귓가에 나는 맴돈다. 벌써 39일 마지막 홈 경기가 기다려지는 걸까?아이 핑계로 찾은 농구장이지만 내 안에 있던 젊은 날의 열정이 살아 있음을 느낀 하루다. 내 젊은 날의 열정도 '쌀아있네,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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