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사랑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인권도 움직인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4. 3.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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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의 <인권>을 읽고

 

경남 진주 인권학교에서 운영하는 인권강좌를 듣고 시작한 인권센터 공부소모임. 한 달에 두 번 정도 교재를 정해 서로들 인권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모임 때 교재로 선택한 책이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차병직 변호사가 쓴 <인권>이다. 책은 태블릿PC보다 작고 스마트폰보다 큰 문고판이라 크기도 작고 얇았다. 95쪽이 전부다. 그래서 쉽게 읽고 참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럼에도 책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우리 살아가면서 겪는 각종 인권 관련 문제가 생각을 더하게 했다. 철학책 같기도 하고 불교의 화두처럼 생각거리가 얇고 작은 책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광고 시리즈 문안처럼 인권도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책은 인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권은 품위와 위엄을 잃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을 위한 기본 권리라는 정의에서 밑줄을 친다. 그럼에도 책읽기는 수월하지 않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이 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권리라는 천부성을 비롯해 자연권성, 불가양성, 절대성과 보편성 등의 특별한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인권은 간단히 정의내릴 수 없다. 개념은 다의적이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헨리헌장과 권리청원, 권리장전,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선언서 등에 깃든 인권의 의미들을 읽으면서 중고교시절에 배운 민주주의 역사와 꿰를 같이 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인권은 절대 왕권과 국가 권력의 체포와 감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 셈이다. 이런 시도에서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과 비로소 자신들의 힘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고, 창조주로부터 불가양의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 두 번째 문장이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제퍼슨은 미국 남부를 대변하는 지역주의자이자 노예제도 옹호론자였다.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모든 인간도 결국 노예와 여성을 배제한다. 건장한 백인 남성만이라는 차별과 편견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권도 시대에 따라 다른 개념이었다.

인권이 역동적이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증거다.

 

생명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거주와 이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재산권, 사회권 등을 인권은 담고 있다. 이런 다양한 권리가 전체 질서 속에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미래의 과제다. 인간 존엄성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 스스로 완성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의 보편성은 북한 인권에 관한 우리의 고민처럼 논쟁거리이면서도 국제인권법의 존재 이유다.

 

 

과거에도 실현된 적이 없고, 현재도 실현되고 있지 않으며, 미래에도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인권을 무엇 때문에 계속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가라고 저자는 묻는다. 저자는 책에서 그럼에도 이상적인 궁극적인 목표는 불안정한 인간의 삶이 애당초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고 단지 그 실현의 정도와 가능성을 점점 높여가는 데 만족할 뿐이라고 답했다. 인권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길잡이다.

 

인권 개념은 역동적이다. 꾸준한 노력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인권 개념을 형성하고 내용을 발견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 과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인권을 소리 높혀 외치고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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