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밤늦은시간까지 학교 강당에 남아 정기연주회 연습을 하는 진주 선학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
다행히 밤 9시 전에 도착한 까닭에 이번에는 연습의 막바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단연 내 아들이 90여 명의 어린이 속에서 먼저 눈에 띈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들에게 물었다.
"뭐가 제일 먹고 싶냐"
"치킨요"
"근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좀 그렇다. 다른 것은 없나?"
"그럼 피자 사주세요?"
"피자라~"
근처 대형매장 탑마트에서 감자 피자 작은 것 2개를 주문하고 콜라랑 내가 마실 흑맥주 3병을 구매했다. 늦은 시간까지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선학어린이오케스트라. 바이올린을 켜며 자신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네가 부럽다.
피자들고 귀가하니 막내는 과제물을 다하지 못했다. 동생이 숙제를 끝내기를 기다리며 거실 탁자에 피자를 펼쳐놓고 기다렸다.
피자의 향긋한 내음이 아빠가 내준 숙제<국어책 옮겨적기>를 하는 막내 사이로 간질간질. 다행히 10분뒤에 숙제를 마친 까닭에 아이들은 콜라에 피자로 늦은 간식을 먹었다. 나도 그 틈에 흑맥주를 주섬주섬 마셨다. 내 몫으로 남은 피자는 다음날인 6일 아침, 우유랑 먹었다. 남기면 분명 나머지도 아이들이 끝을 보리라는 것을 알기에.
6일 오후6시40분. 산청에서 일이 끝나자마자 차를 몰아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다행히 공연시작 20분 전이다.
제9회 선학어린이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알리는 펼침막이 먼저 눈에 띈다. 오늘은 아내도, 큰애도, 막내도 없이 나만 둘째의 연주회를 축하하러 왔다.
퍼스트 바이올린 멤버들과 찍은 그룹사진이 공연장 입구에서 바쁜 걸음을 재촉한 나를 붙잡는다.
2학년때부터 시작한 찬솔. 예비 바이올린반 단원으로 무대에 오른 녀석은 그때 사회자의 질문에 "용돈 좀 올려주세요"라고 해 대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과거가 되었다. 예비에서 퍼스트 바이올린이 되고 내년 이맘이면 선학오케스트라연주회가 마지막이 되겠지.
90여 명의 무대 위 단원들 속에서 내 아이를 찾기란 쉽다. 내가 아빠가 되고 난 뒤에 생긴 초능력(?)이다.
"수고했다, 찬솔아~ 네 덕분에 좋은 오케스트라 공연도 다 구경했네~"
공연을 끝내고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뭐 먹고 싶은 것은 없나?"
"아빠, 양념을 먹고 싶어"
"알았다. 부어치킨에서 사줄께"
"음...네네치킨이면 안돼?"
"그곳 한마리 값이면 부어에서는 두 마리다."
"그럼 그냥 닭강정을 먹을래"
닭강정 만원어치를 사서 집에 들어서니 현관문 열리기 무섭게 아내가 먼저 찬솔을 안으며 축하한다. 덩달아 큰애도. 막내는 찬솔이가 든 검은 봉지에 눈길이 꽂혔다. 찬솔의 정기연주회를 축하하며 가족이란 양념이 버무려져 더 맛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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