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화려한 싱글, 함양 선비길을 거닐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10. 2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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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함양군에서 열린 <선비길 체험 걷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소와 달리 3번국도를 이용하지 않고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아침에 늦장을 부린 까닭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시간이 없었다. 오전9시30분까지 출발지인 경남 함양군 서하면 거연정휴게소에 도착하려고 고속도로의 빠름을 이용했지만 문득 이 대회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우스워 고속도로휴게소에 잠시 들러 커피 한잔을 마셨다.

50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 인사말씀듣고 있는 통에 10시 가까이 도착한 나도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정자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함양. 화림계곡에는 크고 작은 정자들이 많다. 거연정,군자정,동호정. 아참 2003년 방화로 사라진 농월정까지...

나무로 걷기 편하게 산책로가 이루어져 있다. 거연정에서 농월정까지 6Km. 편하게 가을걷이하는 풍경이며 붉게 물들어가는 산과 들이며...

 

 

남강으로 흘러가는 계곡 중간중간에 소나무 깊은 숲도 만났다. 소나무 숲보다 성호마을에서 만난 밤나무숲길은 산림욕장인양 깊고 넓었다.

 

 

2시간여 거닐어 목적지 농월정 유원지에 도착했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빵과 우유를 마시고 준비해간 '다이제스티브'로 점심 요기를 간단히 했다. 다들 유원지에서 모여 마무리를 하는데 나는 다시 걸었다. 군내버스가 자주 있어 버스로 얼마 걸리지 않을 곳이지만 버스에 의지하기 보다 천천히 거닐었던 곳을 다시금 '복습'하듯 가보고 싶었다. 나를 진주에서 이곳까지 실어다 준 내 차가 있는 출발지까지. 처음 출발했을 때와 달리 돌아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없다. 아직 '지리산둘레길'보다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겠지. 지리산둘레길이 산너머 있지만 이길도 지리산둘레길못지 않게 아니 더 산책로 경치가 좋다.

출발때는 많은 사람들 속에 주위 경치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바빴는데 오히려 풍경을 가리는 이가 없다. 하지만 심심하고 다리가 아파 벤치에 자주 앉았다. 덕분에 주위 경치는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출발때는 오직 목적지만  보였다면 돌아가는 길은 늦은 걸음에 내 주변이 보다더 가까이 보인다. 이름 모를 들꽃이며 깊은 물소리며.

'차가 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곳까지 실어다 준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이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녀석을 찾아가는게 힘겨워 투정을  나자신에게 뿌린다.

 

'화려한 싱글'로 접어드는 요즘이다. 주말이면 아이들은 친구와 약속으로 바쁘고 같이 가자는 말에 명확하게 거부한다. 아내도 나름바쁘고...다음에는 가족끼리 한번 더 오고 싶지만 오려나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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