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별볼일없었던 하루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10. 9. 08:30
728x90

 

 

"아빠, 왜 그렇게 늦어?"

오후10시가 아닌 밤10시에 집에 들어간 내게 큰 아들이 던진 물음이다.

"너도 커서 어른되어 일해봐라, 돈벌기가 어디 쉽나?"라고 하려는 대답이 입안에서 간질간질거렸다.

 

짧은 줌렌즈에 ISO6400까지 올린 까닭에 아름다운 야경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아름다운 도시 야경 너머에 이제 막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창너머로 바라본 풍경이라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는지 모른다.

엘리베이터 없는 6층아파트의 5층에 산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직 잠을 자지 않는 세대들이 있다. 

오전6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옷을 챙겨서 6시30분에 승용차로 출발해서 40여 분을 지나 도착한 일터에서 오늘 밤9시30분까지 일했다. 더구나 오늘은 점심 휴식시간도 일터를 방문하는 손님(?)덕분에 없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30분. 하루의 전부를 일터에서 보낸 까닭에 밤을 쪼개 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그래서 받아온 각종 기업과 기관 사보며 주문한 책과 신문을 읽는다. 또한 이렇게 블로그에 하루의 일기도 쓴다. 밤을 잊은 나와 내 이웃을 위해 24시간 편의점이 존재(?)하고 몸 상한 우리들을 위해 각종 건강음료가 넘친다. 병원에서도 수면 부족으로 질환이 생긴다며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권한다. 수면부족의 시대.

 

시간외 연장근무가 한달에 40시간이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동료 대부분이 그렇다. 30시간만 시간외 연장근무로 인정 받고 나머지는 보상이 없다. 대신 초과 시간분을 대체휴무를 사용하도록 일터에서 합의 보았다.

 

피치 못할 일이 생기는게 직장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개인에게는 피치 못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100년까지 살아갈 인생이라 젊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하는 것일까?  별을 보고 나가 별을 보고 퇴근한 하루. 마치 북한의 <별보기 운동>이 문득 생각난 하루다.

 

2012년10월8일, 내게는 별볼일 없었던 하루다. 별볼품없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