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서 가을을 담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11.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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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서 거창으로 오고 가는 국도 3호선. 국도가 지나가는 산청군 생초면에는 경호강에 잡아 올린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점이 즐비하다. 민물고기 맛의 유혹에 잠시 멈춘 걸음이라면 걸어서 5분 이내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 오는 언덕의 <생초국제조각공원>으로 더불어 거닐면 좋다.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생초고분군과 어외산성에 연접한 경남 산청 <생초국제조각공원>은 최근에 발굴한 가야시대 고분군 2기와 국내외 현대조각품 20여 점이 어우러진 색다른 곳이다. 이곳에 설치된 조각품들은 1999년, 2003년, 2005년 산청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이다. 어외산성은 생초고분군 위쪽 좌측 야산(해발 366.9m)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려초기 테뫼형 석축산성의 형태로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이끌고 북진하는 왜병들을 방어하기 위해 이곳을 거점으로 큰 전과를 올렸다고 한다.

입구에서 조각공원을 한바퀴 돌기에는 빠른 걸음이면 채 30분도 안 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파란 하늘이 일렁이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돌아볼 까닭은 없다.

공원 내 갈림길. 우리 살아오면서 숱한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았고 결정해 왔다. 이곳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조각공원이 작기에 찬찬히 둘러볼 요량이기 때문이다. 공원이 작다고 조각마저 작거나 업신여길 수 없다. 현대작품들이 조각품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자로 재듯 해석하고 유추할 필요가 없다면 좋으련만 하나하나의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머리 속 이성 덕분에 발걸음을 쉬 재촉하지 못했다.

조각 작품이 다시 카메라를 만나면 사진의 한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 사진작품으로 거듭난다. 사진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조각 하나하나에 사진을 눌러 두고두고 추억의 저장고에 옮기고 싶은 유혹이 가득하다.

<산청03-천지인 STACCICL MAURO(이탈리아) 작>. 언덕 위에서 돌굴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멀리서 볼 때는 통신사 위성전파 안테나인 듯 생각이 들었는데...

가야시대 고분 연구에 중요한 자료인 경상남도 기념물 제7호로 지정된 생초고분군. 무덤내부를 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천장을 좁혀 뚜껑돌을 덮었다. 입구와 통로가 있는 앞트기식 돌방무덤으으로 100여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원에서 바라본 생초면소재지 전경. 생초면 면소재지와 고읍뜰, 경호강을 한눈에 들어온다.

국제조각공원이라는 명칭이 주는 많은 작품과 스케일을 꿈꾸지 않는다면 분명 진주-산청-함양-거창 국도 3호선을 오가며 잠시 쉬어가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목아 박찬수 작품들이 전시되어 조각과 다른 또다른 목공예를 구경할 수 있는 목공예 전수관도 공원 입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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