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나무, 서피랑 벼락당, 후박나무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5. 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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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안하게 보듬는 서피랑 후박나무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입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찾은 곳이 통영 서피랑입니다. 서피랑에는 아낌없이 우리에게 수고했어~’ 귓가에 속삭이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나무가 있습니다. 서피랑 후박나무가 그렇습니다.

 

서피랑 후박나무로 곧장 가는 명정동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서피랑 공원 주차장에 이르러 숨을 들이켭니다. 일상의 묵은내가 아닌 신선한 바람이 묵은 때를 먼저 씻어주는 기분입니다.

 

서포루가 있는 공원 한가운데를 비켜나 나선형 길을 따라 걷습니다. 오가는 바람이 건네는 인사가 정겹습니다.

 

 

바람 인사와 함께 일상이 깃든 언덕 아랫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서피랑 공원은 우리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있어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저만치에서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긴 지칭개가 보랏빛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꽃말처럼 고독한 사랑을 나누느라 바쁜 듯 보이는 지칭개 곁을 지나자, 은행나무 아래 쉼터가 나옵니다.

 

 

은행나무는 아직 온전히 우리를 품지는 못합니다. 아직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오가는 이들에게 이정표 구실을 하지만 오늘 찾아가는 후박나무처럼 세월의 흔적을 담노라면 아름드리나무 아래 숨을 고르며 쉬기 좋겠지요.

 

 

은행나무 쉼터를 지나자, 걸음은 더욱 가벼워집니다. 99계단과 피아노 계단, 음악 정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우리의 갈 길을 안내합니다.

 

언덕 아래 계단 길에서 통영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발자취를 훔쳐봅니다. 그러다 피아노 계단 안내판을 따라 작은 오솔길을 걷습니다.

 

 

분홍낮달맞이가 바람개비와 함께 분홍빛으로 우리에게 알은체합니다. 녀석 곁을 지나자, 이번에는 장미 덩굴이 향내를 뿜으며 어서 오라 반깁니다.

 

 

붉은 장미 무리 끝자락에 노란 장미들이 빠끔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합니다.

 

영원한 사랑이 노랑 노랑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장미 터널을 지나면 능소화 터널입니다. 아직은 꽃이 필 때가 아니지만 넝쿨 그늘이 시원합니다. 그러다 나비 모양 벤치에 앉습니다. 나비 날개를 단 듯 마음이 훌훌 날아갑니다.

 

 

나비처럼 가벼운 걸음은 어느새 오늘 찾은 목적지 후박나무로 단박에 인도합니다. 하트 모양으로 반기는 후박나무를 본 순간부터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서피랑 벼랑 위 고지대인 벼락당에 높이 16m200년이 넘은 후박나무가 두 팔 벌려 반기는 덕분에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이 스르륵 풀립니다.

 

 

가는 길 사이 사이로 큰금계국들이 하늘의 별처럼 일러줍니다. 후박나무 옆에는 피아노 계단입니다.

 

피아노 계단을 오르내리면 가락이 흘러나오겠지요. 하지만 피아노 소리가 아니라 바람 장단에 나무를 몸을 맡겼습니다.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듯 사라지자, 나뭇잎이 춤을 수줍은 듯 춤추듯 흔들흔들 장단을 맞춥니다.

 

커다란 양산 같은 나무 아래로 들어가자, 초록빛이 쏟아집니다. 초록빛으로 샤워합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합니다. 곁을 내어준 나무에서 아랫마을을 봅니다. 너머 통영 바다를 봅니다. 달곰합니다.

 

 

소복하게 내려앉은 평화로운 풍경 덕분에 마음에 평안이 깃듭니다.

 

새해를 맞아 굳게 다짐했던 목표와 힘차게 달려온 일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바람 곁에 나무는 수고했어~’ 속삭입니다.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덩달아 절로 콧노래가 흥얼흥얼.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몸과 마음에 가득 채운 듯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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