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이야기 창고 김해박물관은 우리를 시간 여행자로 만들어~
역사, 괜히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지는 않습니까? 학창 시절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과목으로 인식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역사가 단순히 암기하는 과목처럼 딱딱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벌써 2월 중순이 지나갑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사실을 느낄 때면 괜스레 시간을 붙잡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역사를 품은 김해는 우리를 시간 여행자로 만듭니다.
가야역사를 오롯이 품은 김해박물관은 금관가야의 수도였던 김해의 특성이 그래서 더욱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덩달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각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으로 향하는 <GAYA 세계유산 가야>로 가는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립니다. 어서 오라는 듯 붉은 양탄자가 우리를 반깁니다. 양탄자를 따라 안으로 갈수록 우리는 시간을 연어가 됩니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태어난 곳을 찾아가듯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가야 이야기 속으로 성큼 다가섭니다.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 오른편에서 가야의 역사를 담은 영상물이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먼저 이끕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영상실을 지나면 가야로 가는 길이 드디어 나옵니다.
가야라는 문헌에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의 삶이 우리를 천천히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신석기 시대의 배와 노. 어기야 여차 배를 저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과 바다로 나간 이들의 이야기가 전시물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맞은 편에는 수렵 채집 시기에 사용한 돌주먹 도끼를 시작으로 시간별로 유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덕분에 가장 오래된 삶의 흔적을 엿봅니다. 이들 곁을 지나면 쓰레기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곳 쓰레기장인 조개무지는 오히려 당시 사람들이 무얼 사냥하고 무얼 먹었는지를 살펴볼 단서를 제공합니다.
명탐정 셜록 홈스처럼 꼼꼼히 그들이 남긴 흔적을 쫓아갑니다.
그러다 간 돌칼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재현품을 만져볼 수 있습니다. 마치 그 시대 사람인 양 칼을 들어 위엄을 뽐냅니다.
오래전 지금의 지우개 역할을 한 문구용(?) 고리 자루 쇠 주머니칼과 옻칠한 붓이 저만치에서 우리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바위에 동심원을 그린 그림은 들여다봅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을 상징하는 동심원에서 태양을 숭배하며 간절한 바람을 담았던 이들을 떠올립니다.
농경과 마을의 탄생을 살펴본 뒤 이들의 살림살이 민무늬토기를 봅니다.
붉은색을 드러낸 붉은 간토기는 진주 대평면에서 발굴한 토기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당시 사람들이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이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면 가야의 새벽이 열립니다. 청동기를 지나 철기 시대에 이르면 덧띠토기 문화와 함께 무덤에 넣은 껴묻거리 종류와 양도 많아집니다. 주변 지역과 교류도 활발해져 선진문물을 경쟁적으로 받아들여 가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전시실 한가운데 나무 널이 있습니다.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유력자의 무덤입니다. 주위로 다호리 지역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깃털 달린 부채는 제갈공명의 손에 든 것처럼 선명합니다. 지금이라도 동남풍을 일으켜 조조 군을 물리칠 듯합니다.
바다 교역망의 거점이었던 가야답게 중국과 교류한 흔적인 청동 세 발 솥, 청동거울, 동전이 보입니다. 한쪽에는 야요이 토기와 청동 투겁창 등이 일본과 교류했다는 유물들이 나옵니다.
이들이 지금과 달리 황금보다는 옥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는 증거인 각종 옥으로 만든 장신구가 보입니다.
얇은 철판 가장자리에 여러 개의 가시 모양 미늘을 달아놓은 미늘쇠가 저만치에서 위용을 드러냅니다. 새 모양의 미늘을 단 유물도 함안, 합천지역에서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잠시 웹툰으로 만나는 가야인의 이야기를 즐겁게 보았습니다.
숨을 고르고 변한의 여러 작은 나라에서 출발한 가야가 발전하는 모습이 저 앞에서 펼쳐집니다. 마치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아기가 성큼성큼 성인 되어 저만치 걸어가는 형상입니다.
용과 봉황 장식의 고리자루 큰 칼이 유력자의 힘을 살짝 엿보게 합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가야에서 신라로 토기 양식이 변하게는 보입니다.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갑니다. 가야의 가야 사람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수정, 호박, 마노 등의 보석과 유리, 금속 등으로 장신구로 아름다움을 더한 가야인들의 모습에서 요즘 트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야인들의 멋을 엿보게 합니다.
‘이들은 귀하게 여겨 옷에 꿰매어 장식하기도 하고 목에 걸거나 귀에 늘어뜨리기도 하지만 금은과 수놓은 비단은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중)’
황금 보기를 돌로 여긴 듯합니다. 집 모양 토기가 저만치에서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오늘이나 당시나 집은 소중한 공간입니다. 각종 흙인 형(토우)들이 당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가야인들의 바람이 전해 오는 기분입니다. 가야 사람들의 삶이 우리의 걸음을 가볍게 하며 이끕니다.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와 흐르는 듯 우아한 곡선이 백자 달항아리를 연상하게 하는 함안 말이산에서 출토된 큰 항아리는 눈길을 꽉 붙잡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며 만들어진 가야 토기. 이 중에서 오늘날 머그잔과 담은 손잡이 잔들이 눈길을 끕니다.
한 나라로 합쳐지지 않았던 가야는 각기 자율과 공존이라는 특유의 문화를 만들며 ‘따로 또 같이’ 살았던 가야 여러 나라들의 문화가 펼쳐집니다.
토기 문화를 지나면 각종 덩이쇠가 우리를 반깁니다. 오늘날 최첨단이라는 반도체 소재와 별반 다르지 않을 만큼 소중했던 쇠붙이.
이 쇠붙이로 만든 가야 전사의 상징과 갑옷, 투구가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해상왕국 가야를 지나면 쉼터가 나옵니다. 각종 책과 함께 안자 쉴 수 있는 넉넉한 공간입니다. 서가에 꽂힌 가야 관련 책을 끄집어 읽습니다.
근처 커피숍에서 달싸름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깁니다. 숨을 고르고 기획전시실과 어린이 박물관으로 향하는 회랑을 지납니다.
박물관 뒤편으로는 금관가야의 전설이 깃든 구지봉이 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가야의 흔적이 우리에게 시간 여행을 편안하게 시켜주는 곳입니다.
가야가 들려주는 가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탐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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