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세스페데스공원에서 만나는 임진왜란
웅천읍성. 창원 진해구 성내동에 있는 조선 세종 21년(1439)년에 만들어진 성입니다. 당시 일본에게 개항했던 항구에 일본인들의 불법이주가 증가하자 이를 막고 읍면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읍성입니다. 중종 5년(1510)에는 삼포왜란으로 함락되기도 했고 동아시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의 선봉장인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곳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세스페데스공원이 있습니다. 스페인 출생의 신부인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espedes)를 기린 공원입니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인 1593년 우리 땅을 밟은 최초의 서양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원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공원 한쪽에 차를 세웠습니다. 공원 근처 아파트가 마치 당당한 성처럼 우뚝 솟아 우리를 반깁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늑한 공원을 걷습니다.
도심 속에서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반갑고 기쁩니다.
공원을 거닐며 본격적으로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진해 남문동 유적이 나옵니다. 가마터가 나옵니다.
가마터를 지나면 세스페데스 신부 기념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국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라는 신부를 기념하는 비이기도 합니다.
기념비 주위로는 신부의 출신국인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그림이 바닥 등에 그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문화를 살짝 살펴본 뒤 번잡한 교차로로 향하면 공원의 이름과 상징물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세스페데스 신부가 이곳을 다녀간 지 400년이 훨씬 넘었지만, 공원 조성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있습니다. 일본의 조선 침략에 부역한 ‘일본군 종군(從軍) 신부’를 기려야 하느냐와 동아시아국제전쟁(임진왜란)의 참상과 조선을 ‘유럽에 최초로 알린 신부’라는 주장이 서로 맞서 있습니다.
가톨릭 수도회 중 하나인 예수회 소속인 세스페데스 신부는 1577년 일본에 선교사로 왔습니다. 진해 웅천왜성에 머물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초청으로 1593년 12월 조선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일본군 천주교 신자들에게 미사를 집전과 교리 강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을 상대로 포교 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임진왜란을 목격한 유일한 유럽인이었던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에 머물면서 임진왜란에 대해 남긴 4통의 편지가 유럽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 조선을 알린 최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당시 가톨릭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는 “세스페데스 신부 기념공원이 지니는 의미는 단순히 왜군의 침략적 야욕이 조성한 부정적 조형물로 그치지 않고, 민족의 쓰라린 고난 속에 드리워진 하느님 진리의 손길이 어둠을 뚫고 드러나는 긍정적인 함의를 머금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 여부를 떠나 당시의 참상을 지금은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역사의 아픈 손가락에서 지난날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은 굳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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