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블랙박스, 창원 웅천왜성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은 떠올리기 싫은 아픈 역사입니다. 4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당시를 잊지 말자고 알려주는 블랙박스가 있습니다. 왜성이 그러합니다. 울산왜성에서 시작해 순천왜성까지 학계에서 인정한 31개의 왜성이 있는데 창원 웅천왜성도 그중 하나입니다.
웅천왜성을 찾아가려면 웅천교회를 내비게이션에서 검색하면 좋습니다. 바로 옆에 웅천왜성 관람객을 위한 주차장도 있습니다.
※ 웅천왜성
남산왜성(南山倭城)이라 불리는 웅천왜성은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인 1592년(선조 25) 일본군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왜구 방비책으로 쌓은 웅포성(熊浦城)을 개축했다. 남쪽으로 긴 나성(羅城)이 있고 성내 면적은 1만 7,930㎡, 성벽 높이는 3∼8m다. 현재 성벽 700∼800m가 남아 있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뒷산처럼 가까운 곳입니다. 해발 184m로 진해구 남산 꼭대기에 왜성이 있습니다. 100m 남짓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가 끝날 무렵이면 차량 출입을 못 하게 블리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임도가 끝나면 흙길입니다. 고동처럼 천천히 나선형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숲의 싱그러운 기운이 밀려옵니다.
봄을 익어가는 듯 저만치에서 진분홍빛 진달래꽃들이 무리 지어 우리를 반깁니다.
진달래와 헤어져 좀 더 올라가면 산 능선을 타는 곳에 이르면 화장실과 야외 헬스 운동기구가 있는 공터가 나옵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겼습니다.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입니다. 부산과 거제를 오가는 뱃길입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던 바다와 잠시 헤어지면 숲은 더욱 깊어집니다.
숲속 가운데 성벽이 보입니다. 왜성의 특징인 60도 정도로 경사진 성벽이 꽈배기처럼 겹겹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왜성은 우리나라 여느 성들과 달리 미로처럼 사각형의 구역이 나뉘어 있고 단번에 쳐들어갈 수 없어 전쟁 중에 조선과 명나라는 하나도 함락시킨 왜성이 없습니다.
성곽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 있어 마치 뱀이 똬리 튼 것처럼 본환(本丸)·이지환(二之丸)·삼지환(三之丸)을 설치했습니다.
외곽선에 성곽을 높이 쌓으며 성 전체를 마치 바둑판처럼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구역별로 전투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담에 난 총안인 사마를 통해 총을 쏜 모습이 울산성 전투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곽은 여러 곳이 허물어졌지만, 칼처럼 날이 선 왜성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합니다. 아직도 예전의 웅장함과 정교함을 느끼게 합니다.
지휘부인 천수각에 이르자 국가 측량 기준점인 삼각점이 나옵니다.
영화 <파묘>에서는 우리나라 기(氣)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은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와 다릅니다. 일본은 우리나 중국과 달리 풍수 사상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측량용 말뚝을 박기도 했습니다.
웅천왜성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또렷하지 않습니다. 부산신항을 건설하면서 왜성 앞 바다는 매립되어 육지 속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당시에는 동쪽과 남쪽이 바다와 접해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거제를 거쳐 호남으로 가는 뱃길로써 이곳이 얼마나 요충지인지 느끼게 합니다.
웅천왜성은 안골포, 마산, 가덕도, 거제도 등과 육로로 연락하기 좋고 일본군이 일본으로 철수하기 좋은 위치라 부산 다음의 제2거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왜성은 16세기 말 한·중·일 삼국이 벌인 국제전쟁의 증거입니다. 당시를 알려주는 블랙박스로 우리에게 당시의 아픔을 잊지 말라고 넌지시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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