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나막신쟁이의 날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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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민들도 모르는 진주 절기- ‘나막신쟁이의 날’

 

 

입춘, 단오, 하지, 동지 등을 절기라고 합니다. 진주 시민들도 모르는 진주만의 절기가 있습니다. ‘나막신쟁이의 날입니다. 설을 앞둘 무렵이면 유난히 추운 날이 나막신쟁이의 날입니다. 음력 섣달 스무이튿날(1222)이 나막신쟁이의 날입니다. 2024년 올해는 21일 나막신쟁이의 날입니다.

 

 

비가 올 때 신던 나무로 만든 나막신은 비가 잦은 여름이 제철입니다. 겨울에는 나막신을 찾는 이가 적습니다. 그런데 유독 추울 때 나막신을 만들었던 나막신쟁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진주에 전해오는 나막신쟁이의 전설을 찾아간 곳은 비봉산과 선학산 사이에 있는 말티고개입니다. 말티고개 봉황교 아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봉황의 날개 형상의 봉황교에서 물고기처럼 오가는 자동차 행렬 너머로 진주 도심을 찬찬히 둘러봅니다.

 

 

질매재 위로 떠오르는 달 모양이 마치 달을 토해내 듯 아름답다는 달음산(月牙山·월아산이 등 뒤로 우리를 반깁니다.

 

 

진주 도심 풍경이 아늑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손쉽게 구경할 수 있는 말티고개에서 나막신쟁이는 한겨울에 무얼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봉황교를 내려와 고개 아래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바람이 매섭게 붑니다. 찬바람에 몸은 웅크려집니다.

 

 

저만치 봄을 기다리는 목련이 보입니다. 새생명을 품은 듯한 목련의 겨울눈이 곧 다가올 봄이 멀지 않았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 일러주는 듯합니다.

 

 

목련 곁은 지나자 걸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옥봉 삼거리 못미처 말티고개 삼거리에서 숨을 고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금 말티고개로 올라갑니다.

 

 

붉디붉은 남천 열매들이 아자아자~” 고개를 넘는 힘겨운 걸음을 응원합니다.

 

 

아담한 정원이 보입니다. <행복 꽃동산>이라는 팻말 뒤로 노란 팬지꽃들이 추위 속에서도 씩씩하게 웃으며 반깁니다.

 

 

시원한 폭포수가 그려진 벽화가 보입니다. 시원한 풍경이 오히려 찬바람에 맞설 용기를 줍니다.

 

출발점이었던 봉황교가 다가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들이 오갑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선학산 자락의 대나무들이 오가는 바람의 인사를 반갑게 온몸으로 흔들며 인사를 나눕니다. 무심한 듯 지나는 차들 사이로 나막신쟁이의 날 전설을 잊지 말라는 듯 대나무들이 바람 편에 전해줍니다.

 

 

“옛날 말티고개 언덕배기에 나막신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나막신쟁이’가 살았다고 한다. 여름 한 철 장사인 나막신이 겨울에도 제대로 팔릴 리 없었다. 장날이라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나막신쟁이의 눈에는 집에서 기다릴 딸린 식구들의 얼굴이 아련했을 것이다.

 

장날 물건 팔러 나간 아버지를 배웅했던 식구들 얼굴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걸음은 무척이나 힘겨웠겠지. 나막신쟁이는 돌아가는 길에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부자에게 돈 서 냥을 받고 곤장 30대를 대신 맞았다. 평소 제대로 먹지도 못한 나막신쟁이가 건강한 장정도 견디기 어려운 곤장을 서른 대나 맞고 집으로 돌아가다 말티고개 중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가장(家長) 아버지를 찾아 나선 식구들. 어두운 밤 중에 찾지 못한 가장은 날이 밝은 다음 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꽁꽁 언 손에는 배고픈 가난한 식구들에게 사 먹일 단돈 서 냥이 꼭 쥐어져 있었다.

 

나막신쟁이가 죽고 난 뒤 매년 이맘때면 모진 바람과 함께 날씨도 유난히 추웠다. 언제 가부터 진주 사람들은 이날을 <나막신쟁이날>이라 부른다. <진주 옛이야기(안동준 지음, 지식산업사 출판사> ”

 

 

오늘 진주 나막신쟁이와 마주합니다. 춥고 배고픈 날, 가족 곁으로 가지 못한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은 나막신쟁이의 날, 전설을 통해 우리에게 주위를 둘러보라, 따뜻한 손을 내밀어보라 슬며시 권하는 듯합니다. 당신의 슬픈 사연에 따뜻한 손을 내밀자, 주위를 둘러보자, 다짐합니다. 내일은 더욱 따뜻한 손들이 많으리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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