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호동이는 언제 오노?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9.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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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좋고 공기도 좋고 사람살기 좋지. 요새는 둘레길이 나서 참 좋소."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마을 자랑하는 할머니는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 수철마을 정말숙(89)어르신이다.

KBS 1박2일 프로그램에서 이수근씨가 함양 동강에서 산청 수철마을까지 걸어와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하루 밤을 지새우고 간 적이 있다. 그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할머니는 "요서 자고 이장집에서 밥먹고 고추따주고 수박을 탁 따데. 노래 한자락 부르더니 더이상은 안 부르더라"며 손자벌되는 개그맨 이수근씨의 재롱이 아직도 새록새록한 모양이다.

수철마을 회관 정자에서 시원한 말씀을 듣고 자리를 일어나 본격적으로 지리산둘레길을 나서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부르신다.

"호동이는 언제 오노?"

 

 

국민예능인 강호동씨가 보고 싶은 할머니가 사는 동네가 함양 동강-산청 수철구간의 종착지이자 지리산 둘레길 6코스 수철-어천구간의 시작점인 수철마을. 그곳은 산청군 산청읍에서 군내버스로 10분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마침 내가 찾아간 날은 산청장날인 9월1일(산청장은 1일,6일 오일장이다)

 

 

봉다리(검은니닐봉지)를 앞에 두고 버스를 기다리며 말씀 나누는 정겨운 모습에 몰래 엿들어 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군내버스가 달리는 길은 덜컹거리는 시골길은 아니다. 아스팔트가 읍내에서 시골마을 초입까지 거미줄 처럼 닦여있고 아스팔트가 없는 곳은 시멘트라도 포장되어 있다.

 

 

읍내를 출발한 버스가 산청장에서 물건을 사고 오른 시골 아낙들을 이마을 저마을에 내려놓고도 10여 분만에 도착한 곳이 금서면 수철마을. 마을회관에는  옆으로는 아름드리 나무에 정자가 놓여 있다.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정자는 한낮의 늦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바로 이곳이 1박2일 이수근씨가 모기장을 치고 하루를 묵은 곳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시원한 정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하늘을 초록 나뭇잎에 가려 한점,한점이다.

 

 

정자 옆으로 마을 도랑이 흘러가는데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해 바닥 속살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도랑을 살리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땀이 있다. 그 덕분에 인근 지역에서 마을도랑살리기 사업을 견학오기도 한다.

 

 

수철-어천구간은 총 13.6킬로미터로 다른 지리산둘레길과 달리 평지가 대부분이라 초보자가 걷기 편하다. 아이와 부모를 모시고 걷는다면 좋은 길이다. 한편으로는 길이 단순하고 나무 그늘이 없는 시멘트길이 지루하게 이어져 재미없다고 말하는 둘레꾼도 있다.

 

 

하지만 이른바 둘레길이라고 지정한 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지막마을로 들어가면 시원한 도랑과 함께하는 나무가 만든 천연 그늘막을 만난다.

 

 

시멘트길을 불평하는 이 구간을 걷는 이에게는  이 길이 둘레길을 위해 만든 곳이 아닌 농사짓기 위한 <농로>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먹거리를 만드는 농업인들의 일터, 논과 밭을 우리가 잠시 빌린 것이다.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놓았다.

 

 

수철마을을 출발해 지막마을, 대장마을,평촌마을을 지나 산청읍내로 접어들면 경호강이 둘레길을 함께하는 친구다. 경호1교에 수놓은 붉은 꽃이 푸른 하늘에 더욱 빛난다.

 

 

경호1교를 건너 더욱 경호강과 가까워 지는 순간 다시 내리교를 건너 좌측편에 내리한밭을 만난다. 이곳에는 펜션과 음식점이 즐비해 있다. 이곳은 경호강을 나란히 하고 걸어간다.

 

 

경호강은 비단 둘레길의 친구만이 아니다. 래프팅의 명소로 떠오른 산청 경호강을 즐기려는 래프팅족들의 즐거운 소리가 둘레길의 고요를 깬다.

 

 

내리한밭을 지나 다소 경사가 있는 길을 거닐어 산자락을 돌아 내리 아랫바람재로 가는길도 경호강은 저만치 앞서서 함께한다.

 

 

아랫바람재 산청해피농장에서 수철마을에서 함께한 시멘트길이 잠시 멈춘다. 농장을 지나면 개울이 나오고 징검다리로 건너면 갈림길이 잠시 고민하게 한다. 갈림길 양쪽 모두 어천으로 갈 수 있지만 오른쪽이 더 우회한다. 왼쪽으로 걸어가면  모처럼 흙길을 거닌다.

 

 

흙길도 정말 잠시 다시 시멘트길이 동반자인양 따라 붙고 경호강은 더욱 가까이서 함께한다.

 

 

아랫바람재에서 거닐다보면 실버타운을 연상하게 하는 멋진 마을을 만난다. 행정명으로는 풍현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한센노인생활시설인 성심원이 자리잡고 있다. 1959년 한센인들이 천주교 수도회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와 더불어 마을을 이루며 살아온 곳이다. 이곳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가톨릭신자들이 피정 등을 위해 즐겨 찾는다. (문의전화 055-973-6966)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한 피부질환이고 유전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계신분들은 예전에 한센병을 앓았지만 지금은 완치했다.

 

 

높고 푸른 은행나무 옆으로 정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라 유혹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풍현마을 <성심원>을 지나는 강변은 상수리나무가 그늘터널을 이뤄 모처럼 걷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길옆으로는 진주 남강으로 이름이 바뀌는 경호강에서 은어낚시하는 사람들과 수영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심원 끝자락에서 어천마을로 가는 길은 정말 그동안의 시멘트길에 대한 답답함을 보상하려는 듯 숲길이다. 푸른 상록수에 가려 한낮인데도 길은 다소 어둑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라치면 깊은 녹음 사이로 마치 햇살이 샤워하란듯이 나무 사이를 비집고 겨우겨우 내리친다.

 

 

어천마을로 가는 고개를 돌아가면 저만치 성심원과 경호강이 보인다. 온지 얼마되지 않은 듯 한데 벌써 마을은 저만치다.

 

 

숲 그늘에서 땀을 채 다 닦기도 전에 숲길은 끝나는 아쉬움이 있다.

 

 

숲길을 끝나면 다시 아스팔트. 아스팔트를 따라가면 어천마을이 나온다. 5시간 걷기의 종착지 어천마을은 또한 경호강 래프팅의 종점이기도 하다. 어천마을에는 내리한밭처럼 펜션 등의 숙박지와 음식점이 많다.

 

5시간여를 거닐며 호동이는 언제 오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이제는 내가 강호동이 되어 1박2일 제대로 걷기를 즐겨보리라 다짐했다.

 

 

 

 

 

* 지리산둘레길 6코스(수철-어천구간)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단성면 방목리

-총 13.6킬로미터

-5~6시간 소요

 

▣ 주요코스

수철마을-지막마을-평촌마을-대장마을-경호1교-내리교-내리한밭-내리(아랫바람재)-성심원(풍현마을)-아침재-어천마을

 

▣ 버스편

▷산청->수철

07:30, 08:50, 10:20, 13:20, 15:30, 17:40, 18:40 (약 10분 정도)

▷수철->산청

07:40, 09:15, 10:35, 13:35, 15:40, 17:50, 18:50

 

※산청시외버스정류소 055-973-2628

   원지시외버스정류소 055-973-0547

   산청교통(군내버스) 055-973-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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