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맛집 - 가필드가 사랑한 라자냐를 먹으러 간 처프트(chuffed)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3.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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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토요일 오후. 마나님의 전화 한 통이 조용한 집을 울린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앞으로 나오라는 말이다. 근데 저녁 먹자고 한 시각이 너무 이르다. 현재 5시. 집에서 회관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아무튼 막내를 태워 아내와 둘째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회관에 차를 세웠다. 기본 30분에 300원. 10분당 100원. 가격 부담 없이 넓적한 곳에 골라서 주차할 수 있어 좋았다.
 

영국 느낌 나는 처프트(chuffed)다. 며칠 전 아내가 지인과 저녁을 먹고 온 곳.

더구나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했던 2004년 상영한 애니메이션 영화 <가필드>의 주인공 가필드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라쟈냐를 맛볼 생각에 설레다 못해 가는 동안 입안에 벌써 침샘이 고였다.
 

낮에는 영국식 브런치와 커피를 팔고 밤이면 각종 요리와 맥주, 와인 등을 판매하는 영국식 분위기다. 가게 입구 한쪽에는 아예 영국 국기인 유니언 플래그가 걸려 있다. “하느님 국왕(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라는 영국 국가(國歌)가 울려 나올듯한 분위기다.
 

유니언 플래그 옆으로 대기석인지 흡연석인지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그 뒤로 동양풍의 대문과 기와가 익숙한 듯 낯설게 배경을 이룬다.
 

메뉴판을 들적인다. 이곳은 선결제 매장이다. 주문은 카운티에서 한다. 먹을 음식을 고르는 동안 가족의 분위기는 해맑다. 이런 곳의 경험이 많은 아내가 아이들의 의견을 구해 주문을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맛을 기다렸다.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 오후 5시 30분, 주문한 현재는 매장이 손님으로 가득하다. 이후 온 이들은 30~40분을 기다려야 했다.
 

맛집을 찾아온 일행들에게 기다림은 필수인지 모르겠다. 다행히 지혜로운 아내 덕분에 본격적인 저녁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호출해 준 까닭에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아 맛을 기다릴 수 있었다.
 

맛을 기다리는 동안 카페 같은 가게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하다. 여러 개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옆으로 강아지 인형들의 여유로움이 좋다.
 

창밖으로 푸른 하늘과 오가는 차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후 7시 30분 진주유스오케스트라 공연을 앞둔 까닭인지 회관 주차장에 썰물이 밀려오듯 차들로 채워나갔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냅킨과 포크, 칼 등이 있다. 셀프다. 생일 때 사용할 왕관인지 왕관은 그들 사이에서 위엄을 지키며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은 좁다. 2명이 들어가면 꽉 찰 듯하다. 덩치라도 큰 이들이면 화장실 밖에서 기다려야 할 듯하다.
 

식당 탐험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령을 닮은 테이블 등을 괜스레 들었다 놓았다 한다. 그런다고 팔 근육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맛을 기다리는 시간은 보낼 수 있다.
 

20여 분 뒤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라쟈나>. ‘장시간 끓인 라구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베샤멜크림을 겹겹이 쌓아 올린 풍미 가득한 처프트 라자냐’라고 한다.

짭조름하다. 다진 고기가 입안에서 굴러다닌다. 가필드 뿐 아니라 우리집 냥이 ‘나래’도 좋아할까 문득 궁금하다.
 

이어 나온 음식은 <프레쉬 토마토수프>다. ‘싱싱한 토마토를 으깨 오래 끓여 깊은 맛일 일품, 브런치와도 찰떡궁합 처프트 베스트 메뉴’라고 하는데 막내는 케찹 맛이 나서 별로란다.

아내와 둘째는 맛이 좋다고 한다.
 

<보타닉 가든 파스타>가 나왔다. 함께한 모두가 인정한 맛이다. ‘촉촉한 새우살과 수제 리코타치즈를 곁들인 프레쉬하고 산뜻한 바질 토마토 파스타’라는 안내처럼 파스타가 싱그럽다.

가성비 대비 음식이 별로라던 막내도 파스타의 맛에 흡족했다.
 

끝으로 우리가 주문한 <피쉬 엔 칩스>는 나오지 않았다. 3가지 요리를 다 먹고도 나오지 않아 2번을 확인한 것에 요리 스텝 사이에 소통 문제인지 요리가 되지 않아 주문 취소하고 나왔다.
 
우리가 요리를 먹는 동안 몇 팀이 와서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를 묻고는 일부는 밖에서 기다리고 일부는 또다른 맛집을 찾아 탐험에 나섰다.
 

익숙하지 않은 맛이지만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 식당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여성들이 선택한 맛집이라면 어떤 분위기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오늘 우리 가족이 먹은 맛난 음식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 끼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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