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박물관은 살아있다⑩-LH토지주택박물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12. 14.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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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주택에 관한 모든 것

 

“집으로 장난치는 게 아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게 아니다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왔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삼대 요소 중 하나인 음식 뿐만 아니라 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투기와 투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르지만, 주택을 투자의 생각으로 여러 채를 가진 이들로 인해 집 없는 이들의 설움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런 답답한 마음에 우리나라 토지와 주택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LH토지주택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진주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들어서자 청동과 파이프를 표현한 세 그루 나무 형상의 '피어나는 신(). (), ()'라는 조형물이 눈길을 끕니다. 화단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에둘러있는 깃발들로 사뭇 긴장감이 감돕니다. LH 개혁에 관한 의견들입니다. 사옥 왼쪽 홍보관으로 향하면 토지주택박물관이 나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커다란 진주성도가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19세기 진주성의 모습을 그린 지도입니다. 오늘날의 진주성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층에 앞두고 <비행 산수 시즌 2- 진주전도>라는 펜화작품이 걸음을 붙잡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진주를 그린 그림입니다. 진주성과 남강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풍광은 잠시 도심의 일상을 잊게 합니다.

 

행복을 일구는 삶터 이야기

 

이르면 박물관입니다. 오른쪽으로 1전시실이 나옵니다. 지혜로 지은 행복을 일구는 삶터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현재부터 시간을 거슬러 이어진 연대표를 따라가면 본격적인 시간 여행이 시작됩니다.

 

선사시대의 주거형태 변화에서는 구석기인들의 생활 도구가 전시되어 있어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읽은 본 흠날과 새기개, 긁개를 명확하게 이해했습니다. 구석기와 신석기를 지나 청동기에 이르면 이 당시 마을 형성에 관한 전시물은 진주 대평면 대평리에 세워진 청동기문화박물관과 야외전시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대 국가의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성을 만드는 과정은 그동안 무수히 보았던 성을 다시금 살펴볼 기회입니다. 축성 전시물 뒤로 고대 국가의 토지 소유 주체를 알아보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문득 공기와 물과 같은 땅의 임자라 정녕 따로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궁궐이 한층 발전한 목조 건축기술을 적용해도 민중은 움집이나 초가에 살아

 

황해남도 안악군에 위치한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나오는 건물을 재현한 고구려 주거건축물이 나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집들을 통해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인문적인 배경과 토목적 환경을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궁궐과 관청, 사원, 귀족들의 집은 한층 발전한 목조 건축기술을 적용해 지어갔지만, 일반 민중은 움집이나 초가에 살았다고 합니다. 건축기술의 발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안내판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을 만납니다.

 

함양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을 예를 든 사대부 가옥이 나옵니다. 대청마루에 앉았습니다. 바닥을 다져서 깨끗하게 비워 둔 평평한 땅으로 공기의 대류 현상을 일으켜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당 한쪽에는 하얀 꽃망울 가득한 매화가 서 있습니다. 마당에 핀 매화를 바라봅니다. 벌써 봄이 기다려집니다.

 

전시물을 둘러보다 울산지역에 살았던 심원권이라는 사람이 21(1870)부터 84세로 사망하는 1933년까지 6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쓴 영농일기 앞에서 다시금 멈췄습니다. 5일 또는 10일 간격으로 시장을 출입하면서 쌀을 비롯해 각종 물가를 조사하고 제시해 당시의 물가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록의 소중함을 깨우칩니다.

 

일제 강점기, ‘문화주택’

 

재현한 수표교를 지나자 인력거가 들어오고 그 뒤로 이른바 '문화주택'이 나옵니다. 시간은 우리를 일제 강점기로 이끕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자 단지형 아파트의 시작이라는 마포아파트가 큼지막한 사진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사진 속 아파트는 성처럼 우뚝 솟아 주위 단층건물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1962년 지어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의 내부(12)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현재의 원룸(투룸) 형태처럼 방 2개의 복도식 아파트에는 방 2, 거실, 부엌, 베란다,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도 가족들이 부대껴 살면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터전을 만들고 터전은 삶을 만듭니다’

 

사람은 터전을 만들고 터전은 삶을 만듭니다라는 문구를 뒤로하고 1전시실을 나왔습니다. 맞은 편으로 풍요로운 터전을 가꾸기 위한 기술의 변천이 2전시실에 펼쳐집니다. 각종 건축 양식을 알려줍니다. 먼저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먼저 이끕니다. 흙을 지나면 변하지 않는 견고함을 가진 돌이 나옵니다. 또한, 구하기 쉽고 친환경적인 나무에 관한 전시물들은 다시금 우리를 찬찬히 둘러보게 합니다.

 

특히 나무 이음과 맞춤을 체험하는 옆에는 숭례문 공포(栱包) 모형이 있어 전통 건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연 재료를 지나면 인공재료가 나옵니다. 철을 지나면 건축재료의 혁명이 된 시멘트가 나옵니다. 성벽 축조하는데 돌과 돌 사이에 점토 혹은 석회로 다져 메웠는데 우리나라 시멘트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역사책에서 곧잘 나왔던 삼국시대의 로만 글라스 출토지도는 지구촌을 엿보게 합니다.

 

“~제비 복은 날아들고/ 이광쥐는 새끼 친다”

이 집 짓구 삼 년 만에 아들을 나며는 효자를 낳구요/ 딸을 나며는 열녀를 낳는다/ 닭을 치며는 봉황이 되고요/ 가이를 기르면 사자가 된다/ 송아지 복은 뛰어들고/ 구렁 복은 사려 들고/ 제비 복은 날아들고/ 이광쥐는 새끼 친다논바닥이나 집터를 다질 때 무거운 돌을 밧줄로 묶어 여러 사람이 부른 <달구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집터를 다진 기반 위에 우리 고유문화인 온돌 구조와 난방 원리가 따뜻한 온기로 다가옵니다. 집을 만들면서 빠질 수 없는, ‘해우소, 뒷간, 화장실로 부르는 변소의 발달 과정 전시물이 눈길을 끕니다. 고대의 화장실에서 오늘날 수세식까지.

 

우리가 몰랐던 지도에 관한 이야기 <Map視(맵시)>

 

변소를 끝으로 2전시실을 나오면 특별전시실이 나옵니다. LH 창립 10주년 기획전시 <Map(맵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지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과 기호, 문자를 이용해 지표면이 여러 현상을 축소한 그림지도에 얽힌 흥미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는 지도에 관한 솔깃한 이야기는 전시실을 보고 또 보게 합니다.

 

경북 상주에 사는 조선 선비가 한양까지 가는 총 475, 214km의 여정에 이용한 지도가 잠시 우리를 시간 여행 떠나게 합니다. 서울 유람 떠난 선비의 여정은 나라를 빼앗긴 뒤에 일제에 의해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전락한 지도가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근대적인 관광의 시작은 갑오개혁 이후 일본인 관광단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들의 눈에, 편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형상이 낯섭니다.

 

오늘 새로운 길을 선택해 즐겁게 걸었다

 

오늘 새로운 길을 선택해 즐겁게 걸었습니다. 내 삶에 커다란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박물관에서 살핀 토지와 주택의 역사는 우리 사는 집이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는 보금자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들려줍니다.

 

이 글은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11119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렸습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10) LH토지주택박물관

투자 대상 아닌 삶 일구는 '둥지' 조명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8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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