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 마산행 막 버스를 세운다.”
이광석 시인의 <진주에 가면>이라는 시처럼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많습니다. 진양교에서 진주교, 천수교를 잇는 남가람 문화거리는 촉석루 대밭 소리가 우리를 경쾌하게 부르는 곳입니다. 진주교에서 천수교 사이를 걸었습니다.
먼저 진주성 촉석루 맞은편 중앙광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대숲으로 향했습니다. 사방은 어두워 가로등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가로등이며 도심의 불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걸음 앞을 비추어줍니다.
남가람 별빛길이라는 안내 글귀가 발걸음을 이끕니다.
탁 트인 광장에 이르자 가슴도 덩달아 탁 트인 듯 시원합니다.
광장 주위로 고요함이 밀려옵니다. 산책로를 따라 천수교 쪽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습니다. 달빛이 고요히 밝혔으면 좋았겠지만, 가로등이 청사초롱처럼 우리 걸음 앞에서 밝힙니다.
걸음은 잠시 파성 설창수 흉상 앞에서 멈췄습니다. 설창수(1916~1998) 선생은 지역 예술제의 효시라 불리는 개천예술제를 지역 예술인들과 뜻을 모아 열었던 분입니다.
흉상을 지나자 곳곳에 놓인 벤치가 유혹입니다. 숨을 고르고 일어서자 더욱더 매혹적인 빛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천수교를 밝히는 주위 조명들이 곱고 아름답습니다. 숨 멎을 듯 황홀합니다.
남강 변으로 내려가 더욱더 아름다운 풍경과 하나 되었습니다. 천수교의 황홀한 고백을 뒤로하고 진주성을 바라보며 남강 변을 걸었습니다.
곳곳에는 방범용 CCTV 카메라 혹시 모를 위험에 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주교 가는 길은 밤을 잊은 진주 도심의 화려한 불빛의 잔치입니다.
진주성과 촉석루가 남강에 비친 모습이 곱습니다. 언제 보아도 아늑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걷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밤을 즐깁니다.
대숲으로 향했습니다. 대나무 사이로 하늘에서 별이 내려오듯 빛납니다. 마치 형형색색의 단풍이 든 모양입니다.
눈길과 걸음이 닿는 곳마다 고운 빛이 함께합니다. 색의 화려한 향연에 초대받아 기분 좋게 걷고 걷습니다.
촉석루 정면의 쉼터에서 숨 고릅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이 빚은 한 폭의 산수화를 구경합니다.
거룩한 분노가 남강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도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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