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우리도 1박2일처럼 숙소를 극과 극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2.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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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프로그램 <1박2일>은 간혹 참가 연예인들이 각각 미션을 나눠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미션을 수행할 때 복불복 게임으로 정한다. 복불복이라고는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하늘과 땅처럼 미션 수행과정이 달라져 어떤이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가 하면 새벽까지 일어나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극과 극으로 체험하면 어떨까. 어차피 우리 살아가는 삶 자체가 때로는 극과 극이 아니던가.

여관에서 특급호텔까지 숙소를 다양하게 체험해보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 경험을 지난 1월 가족나들이에서 겪었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서귀포 자연휴양림 내 산림휴양관.

지금이야 푸른 하늘과 바다에 나보란듯이 노란 유채꽃이 물결치겠지만 불과 1달전까지만해도 우리는 하얀 눈과 친했다.

평일 요금이 4인실 32,000원, 5인실 40,000원 인데 성수기와 주말은 가격이 각각 55,000원과 70,000원으로 바뀐다. 아들만 셋인 우리 가족은 5명이다. 당연 5인실. 근데 한 달전에 예약을 하는데도 방이 없어 부득불 6인실로 예약을 했다. 6인실은 50,000원(성수기/주말 85,000원)이다. 다양히 다자녀가정은 50% 할인을 해준다.(의료보험증,주민등록등본 등 증빙서류를 첨부)

 

대부분의 자연휴양림은 한달전부터 예약을 받는데 민간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에 비해 저렴하고 시설이 좋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제주도는 휴양림이 3곳이 있다.

 

 

휴양림내 산림휴양관 거실.

약간은 곰팡이내가 코를 어지럽히지만 주위 환경과 넓은 거실과 방, 화장실이 기분을 좋게한다. 취사도구 등이 갖춰져 있어 제주도 시장에서 구입한 찬거리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 여행 중 가장 큰 식비를 줄일 수 있었다.

 

 

방하나에 부엌겸용 거실 하나와 넓은 화장실. 화장실에는 욕조는 없고 샤워부스가 함께 있었다. 6인이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넓다. 더구나 난방이 잘돼 방안 온도가 철철 끓어 아내는 찜찔방처럼 좋아라 했다. 물론 아이들은 덥다고 오히려 방안 온도를 낮춰야 했다.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특급호텔 하얏트리젠시 제주호텔.

 

 

성인 2명과 어린이 2명의 호텔의 온돌 객실이 375,000원. 그나마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막내는 추가요금이 없었다. 물론 호텔역시 성수기와 주말 요금이 평일과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더구나 바다쪽이냐 한라산전망이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휴양림과 달리 조리시설이 없어 머무는 동안 호텔내 식당이나 밖에서 먹어야하는 불편이 있다. 다행히 숙박권에 아침 식사(뷔페)가 포함되어 아침을 여기서 먹었다.

 

 

호텔이 자리잡은 곳이 중문해수욕장 근처라 따로 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아름다운 절경이 함께한다. 특급호텔이라는 그 서비스의 격에 따른 댓가가 비싸긴 하지만 친절을 잊지 않는 상냥한 호텔리어들의 서비스는 값어치를 하기에 충분하다.

 

 

아참 호텔 앞이 제주 올레길 8코스가 지나고 있어 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제주올레길을 거닐 수 있다. 호텔에 방콕해도 좋을정도다. 하얏트 호텔과 인접한 신라호텔, 롯데호텔을 비롯한 각종 특급 호텔들의 정원을 거니는 즐거움은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는 사실너머로 눈이 즐겁고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래서 특급호텔 특히나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서 묵을 때면 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넉넉함을 안고 간다.

 

 

제주에서 뭍으로 나오려고 여객선 터미널로 갔더니 풍랑주의보 덕분에 출항을 못했다. 비행기도 기상이 나빠 여의치 않고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묵었다. 제주 시내 탑동의 여관 밀집지역을 찾았다. 1만원을 갂아서 5만원에  방을 잡았다. 재활용한 생수병 2명과 타올. 담배에 찌든 냄새. 한때 추위를 이기고 자기에는 불편이 없지만 휴양림이나 특급호텔에 비해 정말 공간이 좁고 환경이 좋지 않다. 여관 밀집지역이라 그런지 창너머 여관이 바로 마주하는 까닭에 문을 열고 밖을 볼 필요가 없다. 오직 잠만 자야할 상황.

 

 

근처 편의점 등에서 사온 컵라면과 김밥으로 한끼를 떼웠다. 방온도가  상대적으로 3곳 중에서 가장 낮았지만 좁은 공간에 다섯명의 체온으로 채울 수 있었다.

우리는 펜션과 같은 휴양림과 특급호텔 그리고 여관. 사람이 잔다는 목적은 같지만 시설과 규모, 가격이 다른 3곳에서 색다른 체험을 했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여정을 겪어보는...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3곳 중 어느가 어떻게 좋았느냐 물었다.

나는 당연히 많은 비용을 지불한 특급호텔이 최고였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집이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집 떠나면 그 소중함을 알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체험 속에 더욱 절심히 우리 집과 우리 가정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았을까. 좋은 관광지 못지 않게 숙박숙소도 달리하며 여행해보는 재미를 한번 누려보시라.

 

서귀포자연휴양림 http://huyang.seogwipo.go.kr/index.php

하얏트 리젠시 제주호텔 http://www.hyatt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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