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용광로 같은 노을 속에 묵은 찌꺼기 훌훌 던져 태우다-- 사천만 노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1. 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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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 정동진이 있다면 남쪽에는 사천만 해안 길(사천 용현면~남양동) 노을이 있다. 올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햇살보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에서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 위해 그곳으로 떠났다.

 


사천만 해안도로(사천 용현면~남양동)

 

사천시 사천읍에서 국도 3호선을 이용하여 이동하다 보면 사천시 용현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남양동 대포마을로 이어진 사천만 해안도로가 펼쳐져 있다.

 


사천만 해안도로(사천 용현면~남양동)에서 만나는 갯벌

 

송포동 농공단지 옆으로 난 바닷길을 따라 해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려 길게 빛을 드리웠다. 가슴 깊이 숨을 들이자 짭조름한 소금기가 갯가에서 밀려온다. 시원한 바람은 머릿속을 깨끗하게 헹구고 지난다.

 


사천만 해안도로(사천 용현면~남양동)는 태양이 동행하는 길이다.

 

벗 삼아 동행하는 태양 덕분에 차는 속도를 높일 수 없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주위 풍광을 두 눈 가득 담는다.

 


사천대교 근처 전망대

 

자연이 빚은 걸작을 혼자 감상하기 아쉬워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고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담아 주위에 알린다. 사천대교에 이르러자 더이상 느린 속도의 차를 운전할 수 없어 근처에 세웠다.

 


사천대교

 

전망대에 올라 빨갛게 타오르는 해를 등지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다리 아래에는 사람들의 바람이 층층히 돌이 되어 쌓였다. 물 빠진 갯가에는 누굴 기다리는 지 모른 돌이 덩그러니 서서 마지막 남은 햇살을 온전히 빨아들인다.

 


사천대교 아래 물 빠진 갯가에는 누굴 기다리는 지 모른 돌이 덩그러니 서서 마지막 남은 햇살을 온전히 빨아들인다.

 

최초의 거북선길이라는 이정표가 오가는 눈길을 붙잡는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음력 529(양력 78)에 사천에서 일본 수군 13척을 전멸시킨 이순신장군은 거북선을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사천만 해안도로는 최초의 거북선길이라는 이름답게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음력 529(양력 78)에 사천에서 일본 수군 13척을 전멸시킨 이순신장군은 거북선을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이색적인 빨간 풍차가 눈길을 끄는 금문해양소공원에서 다시금 멈췄다. 바다에는 조석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부잔교 형식을 갖춘 갯벌 탐방로가 나온다.

 


사천만해안도로에 있는 금문해양소공원 앞 부잔교 형식을 갖춘 갯벌 탐방로

 

탐방로 나아가자 햇살이 와락이 안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해가 어서 오라 반기는 사이로 갯벌에는 구멍이 쑹쑹 뚫려 있다. 갯벌에서 사는 게가 낸 숨구멍이다. 갯벌 생물들은 내 인기척에 놀랐지 보이지 않는다.

 


사천만해안도로가 갯벌탐방로에서 만난 갯벌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고요하고 아늑하다. 발걸음마저 느리게 움직인다. 마음을 꺼내두고 한참을 바라보다 소슬한 바람에 정신이 든다. 열심히 살아온 한 해를 잠시 돌이키는 사이로 이마에 맺힌 땀을 바람이 시원하게 훑어간다.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간다.

 


사천만해안도로가 갯벌탐방로에서 노을을 바라보면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간다.

 

탐방로를 빠져나와 좀 더 해안 길을 내달려 도착한 곳은 종포마을. 먼저 달려온 해가 마을 입구 정자에 걸터앉아 있다.

 

갯벌에 S자 물길이 드는 사이로 황금빛이 일렁인다. 마치 송년 파티가 열리듯 오가는 이들도 이제 바다 너머로 사라질 태양을 기억하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우주로 향한 로켓을 발사하는 심정으로 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새며 붉은 노을을 즐긴다.

 


사천만 해안도로 종포마을에서 바라본 노을

 

사천만의 일몰은 오랜 이야기처럼 아름답고 친근한 풍경을 선물한다.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소리 죽은 가을 강은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한다. 용광로 같은 노을 속에 묵은 찌꺼기를 훌훌 던져 태워버린다.

 


사천만 해안도로 종포마을에서 소리 죽은 가을 강을 만나 한 해를 되돌아보고 용광로 같은 노을 속에 묵은 찌꺼기를 훌훌 던져 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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