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하늘의 작은 별을 찾듯 가을 찾아 경남대학교를 거닐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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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햇볕 쨍쨍하던 하늘에는 쪽빛 물감이 뚝뚝 떨어질 듯 맑고 푸릅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에 대한 선물 같은 싱그러운 가을입니다. 가을도 훅 그냥 가버릴지 모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창원 도심 속에서 가을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풍광이 함께하는 곳이 있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경남대학교입니다.

 


경남대학교 정문

 

들어서는 입구부터 위풍당당한 고딕풍의 정문이 뾰족하게 반깁니다. 정문을 들어서자 싱그러운 청춘들이 물고기처럼 오갑니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아름다운 이들 속을 거니는 기분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가 된 기분입니다.

 


경남대학교 교정

 

커다란 나무가 젊은 물결 사이로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청년정입니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잠시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겨 숨을 고릅니다.

 


경남대학교 청년정

 

청년정 뒤편으로 돌들이 앉아 쉬어가라 유혹하는 잔디밭이 나옵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가자 달을 비춰볼 수 있다는 월영지라는 인공연못이 나옵니다.

 


경남대학교 월영지

 

연못에는 눈사람을 닮은 듯 둥그런 형상의 바위가 물에 저 자신을 비춰 자연스럽게 ‘8’자가 두 개가 되었습니다. 눈 내린 날이면 더욱 운치가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계절을 앞지릅니다.

 


경남대학교 월영지에 있는 눈사람을 닮은 돌.

 

월영교를 건너기 전 작은 공간에 '3.15 민주 정신으로 일어난 10.18 부마민주항쟁의 그날을 기억하며'라는 글자가 새겨진 빗돌(시원석)이 나옵니다. 20091018일 부마항쟁 30주년을 기념해 경남대 민주 동문회(동문공동체)가 세웠습니다.

 


부마민주항쟁 첫 출발지를 알리는 경남대 시원석

 

다시 월영지로 눈길을 주자 경남대를 상징하는 한마상이 나옵니다. 한마는 중국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동물 한혈마를 줄여 부른 것으로 한혈마는 땀투성이가 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하고 지구력 강한 말이라고 합니다.

 


경남대 상징 한마상

 

한마의 기상에 에너지를 채우고 연못으로 다가서자 발 너머로 잉어들이 무리 지어 몰려옵니다. 녀석들이 잔잔한 물살을 일으키며 노니는 모습에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잉어 떼에 정신이 팔려 어떻게 월영교를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1018광장이 나옵니다. 광장 한쪽 나무 아래에 큼지막한 너른 돌이 나옵니다.

 


경남대 교정에 있는 창원 덕천리 유적에서 발굴된 5호 고인돌(支石墓)의 덮개돌(上石)

 

창원 덕천리 유적에서 발굴된 5호 고인돌(支石墓)의 덮개돌(上石)입니다. 고인돌 내부는 덮개돌 아래 2단으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돌널무덤(石棺墓)을 만든 구조라고 합니다. 1993년 초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경남대학교 박물관에 자세한 설명과 껴묻거리(副葬品)를 볼 수 있습니다.

 

1018광장을 가로질러 계단을 올라가면 본관이 나옵니다. 건물 앞 양쪽에는 조형물이 나옵니다. 지혜를 상징하는 미네르바(부엉이)를 안은 여인상과 지구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가려는 젊은이들 모습에서 힘을 느낍니다

 


경남대 본관 앞 조형물

 

본관 옆으로 옮기자 아름드리 개잎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학한 이른바 늙은 학생들의 쉼터로 노인정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경남대 노인정

 

앞뜰에서 노인정으로 가는 길에는 제 어깨높이의 나무들이 줄지어 환영하는 기분입니다. 살짝 뒤로는 촛불 무늬가 그려진 벅수 한쌍(한마 지킴이 장승)과 두 마리의 호미 새가 올려진 쇠 쇠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부마항쟁의 시작이었던 곳입니다. 315지킴이 가슴에 머리를 기댄 1018 지킴이가 다정합니다. 바라보는 저 역시 덩달아 입가가 행복하게 벌어집니다.

 


경남대 한마 지킴이 장승과 솟대

 

창조관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져 걷는 동안 하늘과 함께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바람에 마음은 넘실거립니다. 발걸음을 절로 느려집니다.

 


경남대 창조관 옥상 정원

 

마치 하늘의 작은 별들처럼 난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인다는 펼침막이 내걸린 도서관을 지나자 메마른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경남대 중앙도서관 펼침막에 적힌 마치 하늘의 작은 별들처럼 난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인다는 글귀 덕분에 메마른 마음이 촉촉해진다.

 

이럭저럭 거닐다 북문에 이르렀습니다. 화정운동장에는 뜀박질하는 이들 사이로 마산항이 두 눈 가득 펼쳐 들어옵니다.

 


경남대 화정운동장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걷는 게 제일 좋습니다. 거니는 속도 만큼 가을이 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창원 도심 속 캠퍼스 교정을 걸으며 가을을 온전히 느껴보는 여유를 시간 사치를 누려보면 어떨까요.

 


경남대 최치원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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