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거대한 돌을 자르고 옮기고 세웠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 남해 다정리 고인돌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1. 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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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이 미안했던지 뙤약볕이 내리쬐던 자리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붑니다. 가을이 주는 풍경과 더불어 머나먼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독특한 여행을 꿈꾼다면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로 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름난 경관은 없지만, 구석구석에 있는 고인돌이 주는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떠올리며 한적하면서도 대접받는 여행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

 

남해읍 내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이동면 방향으로 2km를 달리면 남해농업기술센터가 나옵니다. 농업기술센터 앞에는 예전에 튤립 축제가 열렸던 장평저수지가 나옵니다. 근처에 찾을 세우고 저수지를 걸었습니다. 맑은 저수지에 하늘이 풍덩 빠진 듯 저수지는 푸른빛이 넘쳐납니다.

 


남해군 장평저수지

 

저수지를 돌아오자 농업센터 바로 옆에 있는 남해의 특산물 마늘을 연구하는 마늘연구소의 마늘 조형물이 고기 한 점에 얹어 먹을 생각을 하게 합니다. 괜스레 입가에 침이 고이게 합니다.

 


남해마늘연구소

 

농업기술센터 건물 뒤편으로 가면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반기는 정원이 나옵니다. 그늘이 주는 청량감은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를 한 컵 그대로 마신 기분입니다.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뒤에는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반기는 정원이 나온다.

 

센터를 나오자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논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파도같이 펼쳐집니다. 눈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걸음마저 천천히 걸었습니다.

 

고인돌 사이로 청량한 바람과 함께 아직 배롱나무꽃이 먼저 반깁니다. ‘떠나간 벗을 그리워한다라는 배롱나무꽃은 백일 동안 붉게 핀답니다.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 고인돌

백일 동안 하루하루를 지워가는 배롱나무꽃은 처음 꽃을 피운 날도 진분홍빛으로 설렜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남해 다정리 지석묘(南海茶丁里支石墓)

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에 있는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경남기념물 제62. 지석묘(支石墓)는 한국 선사시대에 해당하는 청동기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인돌 또는 돌멘(Dolmen)이라고도 한다.

 


남해군 다정리 고인돌

 

여기 이 주위에 15기의 고인돌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인돌은 우리 땅 곳곳에 볼 수 있는 흔한 바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고인돌을 찾아가는 여행은 여느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과 달리 지루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머리로 상상해야 합니다. 저 역시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린 고인돌에 앉아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며 거대한 돌을 자르고 옮기고 세웠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함성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남해군 다정리고인돌에 앉아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며 거대한 돌을 자르고 옮기고 세웠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함성에 귀를 기울였다.

 

한 박자 느리게 걷기 좋은 마을입니다. 황금 들녘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아낙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그들 너머로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이라는 호구산이 보입니다.

 


남해군 다정리 황금 들녘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아낙들의 모습이 정겹다.

 

호구산

해발 650m로 남해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남해 호구산

 

산을 넘어가면 남해에서 가장 큰 사찰인 용문사가 나오고 아래에는 미국마을입니다. 앵강만 바다가 푸르게 에둘러 싼 온화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늘의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빛납니다. 덩달아 마음마저 푸르게 물들었습니다. 저 너머 산 위를 구름도 덩달아 동행이 되어 줍니다. 고인돌을 찾아 여기저기 거니는 걸음은 헤아리기조차 먼 옛적의 사람들이 남긴 흔적 속을 거니는 기분은 독특합니다.

 


남해군 다정리 고인돌 사이를 거니는 길, 저 너머 산 위를 구름도 덩달아 동행이 되어 준다.

 

옛적의 사람들을 떠올리자 걸음은 더욱 느려지고 가을바람이 그마저 땀을 바로 식혀줍니다. 여기에서는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니는 속도에 더해 상상의 나래가 따라오자 이 가을이 온전히 나만의 것인 양 넉넉합니다.

 


남해군 다정리 고인돌. 여기에서는 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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