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미스터 션샤인’처럼 불꽃같이 살다간 황시헌을 기리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1. 8.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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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란, 호란을 겪으면서도 여태껏 살아남았어요.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죠. 누가? 민초들이. 그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부르죠.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처럼 불꽃처럼 살다간 충신 황시헌 공을 모신 묘소가 창원 도심에 있는 남산공원에 있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속 일군 장교 모리 타카시의 말입니다. 외세의 침략 앞에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들쳐 일어난 백성은 의병으로 전란에 나섰습니다.

 


창원 도심 속 남산공원 산책로

 

병자호란 때 남부지방은 다른 지역에 비해 평온하였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창원에서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병자호란 때 의병으로 활동하다 순절한 충신 황시헌(黃是憲) 공을 뵈러 길을 나섰습니다.

 


불꽃처럼 살다간 충신 황시헌공을 찾아간 날도 눈 부신 날이었다.

 

창원 도심 속 남산공원 자락 고향의 봄도서관 근처에 그의 묘가 있고 추모하기 위한 충절각(忠節閣)이 있습니다. 찾은 날도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의병처럼 불꽃처럼 살다간 공을 찾아 나섰지만 초행길이라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재실요? 저쪽에 있어요~” 충절각을 몰라 재실로 인식한 시민 덕분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창원 남산공원 산책로에 충신 황시헌 공을 기리는 충절각과 묘소가 있다.

 

고향의 봄도서관으로 가다 보면 입구 왼쪽에 정면 4,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 나옵니다. ‘충신공조정랑황시헌공(忠臣工曹正郞黃是憲公) 제례각(祭禮閣)’이라 쓰인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창원 남산공원 고향의 봄도서관 근처에 있는 충신 황시헌 공 제례각

 

제례각을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단층의 맞배지붕 건물인 충절각이 보입니다. 충절각에는 충신창원황공시헌지비(忠臣昌原黃公是憲之碑)’라고 새긴 비석이 있습니다.

 


충신 황시헌 공을 추모하는 충절각과 영정각

 

충절각 바로 옆에는 공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이 있습니다.

 


충절각에는 충신창원황공시헌지비(忠臣昌原黃公是憲之碑)’라고 새긴 비석이 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났습니다. 청군은 빠르게 밀려오자 강화도로 피신할 기회를 놓친 임금 인조는 남한산성에 들어가 맞섰습니다. 그해 1227일 전국에 동원령이 내려지자 창원대도호부 백선남 부사도 300여 명을 모아 출발했습니다. 12일에 남한산성을 30리 앞둔 경기도 광주 쌍령(雙嶺)에 도착해 다른 부대에 합류했습니다. 다음날 청군 3000명의 기습공격으로 훈련되지 않은 조선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려졌습니다.

 


충신 황시헌 공 영정

 

부사 백선남이 적의 창에 찔려 쓰러지며 부사를 수행하던 부리(府吏)라는 낮은 직급의 황시헌에게 관직의 증표인 부인(吏印)을 건넸습니다. 청군이 달려와 공의 두 팔을 베었습니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은 공은 입에 부인을 물고 버티자 결국 칼을 맞고 31세의 나이에 순절했습니다.

 


충신 황시헌 공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

 

이때 군노(軍奴) 한 사람이 공의 처참한 순절 모습을 보고 전한 것이 현재의 문창제 놀이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창원도호부의 역대 부사들이 공의 제삿날 그를 기리며 관기가 추모의 춤을 추게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음복 음식을 나누어 준 것이 계기라고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에 단절되었다가 해방 이후 재현되어 현재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매년 음력 13일 행해지고 있습니다.

 


충신 황시헌 공의 순절을 기린 충절각(사진 오른쪽)과 영정각

 

비각 위에는 공의 묘소가 있습니다. 완월동 뒷산에 있던 것을 현재의 남산공원 양지바른 곳에 이장한 것입니다.

 


충신 황시헌 공의 묘소는 창원 도심 남산공원 산책로 곁에 있다.

 

공의 묘소에 서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아직 늘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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